정인숙 교육학 박사(특수교육 전공)

인생을 흔히 사계절에 비유하여 봄, 여름, 가을, 겨울로 표현한다. ‘봄’은 어린 시절의 풋풋함과 부모님 품에서 걱정 없이 자라면서 지나가는 낙엽만 봐도 까르르 웃을 수 있는 순수함이 있던 시절부터 서서히 독립생활을 꿈꾸며, 새 직장에 입사하며 솔로 시절을 즐기는 청년시절까지로 봐도 무리는 없지 않을까?

‘여름’은 잎들이 자라서 풍성한 가지로 변하듯이 이제 본격적으로 어른이 되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한 몫을 해 가면서 자신의 삶이나 혹은 가족들의 생계를 짊어지고 열심히 뛰고 있는 시기로 보면 어떨까? ‘가을’은 나뭇잎이 정점에 다다라서 예쁜 색으로 변하듯이, 직장에서도 오랜 경력과 경험을 바탕으로 선배로서의 역할을 감당하고, 서서히 정년을 맞으며 자녀들을 출가시키는 시기로 보면 어떨까?

나의 할 일과 의무를 어느 정도 내려놓고 나만을 위해 살 수 있는 시기가 다가오면 벌써 가을의 끝자락을 맞으며 ‘겨울’이 다가왔다고 보면 무리는 없지 않을까? ‘겨울’은 자녀들이 모두 떠나고, 배우자도 떠나기도 하여 혼자서 외로운 시간을 많이 가지게 되는 그런 시간들이 아닐까?

계절은 1년의 단위로 다시 돌아오고 작년에 보았던 그 봄의 새싹을 다시 볼 수 있지만, 인생은 딱 한번이니 조금 다른 방법으로 살고 싶다고 생각해도 실행하기는 어렵다. 그런데 우린 인생의 시간을 잘 의식하지 못하고 산다. 우리 모두 첫 경험이기 때문이다.

어쩌다 예전 사진을 우연히 발견하고는 ‘우와∼ 젊다. 젊으니까 참 멋지다. 그 때가 좋았지’라는 푸념 정도가 아마 세월을 의식하는 조금의 시간인 것 같다.

젊은 시절에는 사회생활이나 직장생활에서 난관에 부딪히기도 하지만, 이 시절은 많이 웃고, 시간에 대한 지루함 보다는 새로운 도전과 성취로 성공과 실패를 가볍게 여기며 살아갈 수 있다.

그러나 뜨거운 여름이 지나가고, 가을이 오면 점점 미래에 대한 생각보다는 과거에 얽매이는 시간이 많아진다. 괴로웠던 시간, 아팠던 일들, 아직도 극복되지 않은 사건들을 자꾸 되짚어보게 된다. 이쯤 되면 비로소 젊음의 소중함과 ‘선택’의 의미, 인생의 진미(珍味), 그리고 삶의 깊이에 대해 조금은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 된다. 누구에게나 동반되는 희노애락(喜怒哀樂)의 하루하루를 어떻게 살아 갈 수 있을지가 숙제처럼 남아 있다.

인생(人生)을 잘 산다는 것이 무엇인가? 되돌아 갈 수 없고, 앞으로만 뚜벅뚜벅 걸어가야 하는, 다시는 뒤로 단 한 발짝도 갈 수 없는 인생의 길은 어떤 정답도 없다, ‘성공’도 ‘실패’도 자신의 ‘가치관’에 따를 수밖에 없다.

최근에는 ‘나는 자연인이다’ ‘오지 GO’ ‘오지탐험’ 등의 프로그램을 비롯한 다양한 깊은 산 속 생활이 소개되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대부분 건강이나 사업실패 등의 고난을 겪은 후, 이를 극복하고자 산 속으로 와서 살게 되었고 자연과 함께 하는 삶에 대한 행복을 피력하고 있다.

때로는 도심의 직장생활을 포기하고 가족과 함께 자연 속에서 작고 풍요롭게 살아가는 가족 단위의 삶도 있고, 어떤 이들은 혼자서 산 속에서 열심히 규칙적으로 살아가면서 행복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 더 많이 가져야만 성공한 인생처럼 여기며 끝도 없이 ‘더 많이’를 추구하는 현대인의 목표지향적인 삶을 뒤돌아보게 한다.

최근 코로나 19로 인해 세상이 뒤 바뀌고 있다. 사람이 고통을 뒤로하고, 온실가스 배출이 감소함으로 대기오염이 개선되고, 탄산소 사회가 되고 있다. 자연을 맑아져서 돈, 권력, 명예를 가진 만큼 행복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누구라도 인생을 ‘잘 살았다’고 표현하고 싶다면, 지금까지의 삶을 정리해보고, 남은 생애 동안 한번 밖에 주어지지 않는 일방통행의 인생 길을 잘 살기 위한 새로운 마음가짐을 위한 시간을 할애하여 가끔씩 계획적으로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인생의 사계절을 모두 잘 살았다고 자부하려면 행복한 시간을 많이 만들어 가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인 것 같다. 인생의 계절에 관계없이 열심히 도전하고 이루어가는 일들이 인생을 지루하지 않게 행복하게 사는 방법이 아닐까? 학문에 뜻이 있어 학위 취득을 위해 노력하는 시간들, 요리를 배워서 새로운 도전을 창출해 가는 과정들, 악기를 배워 멋진 연주를 할 수 있는 실력을 쌓는 시간들, 그림을 그리며 점점 향상되는 그림 수준에 스스로 만족해하는 시간들, 춤과 노래로 다양한 사람들과 흥겹게 보내는 시간들, 책에 심취해 심오한 삶의 의미를 깨닫는 시간들, 시 나 글, 자서전 등을 기록하며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보는 시간들, 다양한 사람과 어울려서 함께 봉사하는 시간들, 지속적으로 건강을 챙기며 운동하는 시간들, 어떠한 형태든 나를 위한 나만의 시간 계획이 풍성할 때 인생을 가장 행복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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