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근 민생정책연구소 이사장전 안산시의회 의장

“장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 신뢰다.

돈 보다는 사람을 중시하겠다. 이득보다는 신뢰를 중시하겠다.”

우연히 보게 된 드라마에서 나온 대사다. 드라마를 전부 보지는 않았기에 어떤 맥락에서 나온 이야기인지는 모르겠지만, 장사(사업)을 하면서 돈과 이득보다는 근본가치인 사람과 사람사이의 신뢰를 더욱 중요하게 여기겠다는 것으로 이해가 된다.

이는 정치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흔히 정치는 선거에서 이기고 권력을 쟁취해오는 과정으로 생각한다.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그러나 이것이 정치의 전부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틀림 없는 오산(誤算)이다. 선거를 통한 권력쟁취는 단지 정치를 위한 과정의 하나일 뿐이다.

오랜 시간 정치에 직접적으로 혹은 간접적으로 참여하며 필자가 경험한 정치의 본질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풀어나가기 위한 과정이었다.

선거는 정치를 시작하고자 하는 정치인과 자신을 대신할 수 있는 사람을 뽑기 위해 투표를 해야 하는 유권자간의 관계설정 과정이었으며, 정책은 사회 구성원들 모두가 지금 보다는 더살기 좋은 사회를 만든다는 목적 아래 구성원들간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과정이었고, 정치는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회 구성원들 간 발생한 갈등을 조정하고 타협점을 만들 어가는 과정이었다.

결국 정치와 관련된 모든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회 구성원인 사람들이었으며 사람들과의 관계설정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결정되었다. 그리고 관계설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사람들 사이에서 제대로 된 신뢰관 계를 구축할 수 있는 지의 여부였다.

필자가 안산시의회에서 3선 시의원으로서 의정활동을 수행했으며, 이 기간 의장과 부의장 등 중요 직책을 수행하며 가장 중점을 둔 것은, 당사자들 간 신뢰관계 구축에 있었다.

지역구 시의원으로써는 유권자들에게 필자의 의정활동이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닌 안산 지역사회의 발전과 번영, 지역주민의 삶의 질 향상에 있다는 믿음을 주기 위해 노력했고, 시의회에서는 동료의원들과 집행부의 공무원들에게 필자의 결정들이 당이나 개인의 이익이 아닌 우리 모두를 위해 좋은 합리적인 판단이라는 믿음을 주려고 노력했었다.

이 과정에서 비난을 위한 비난, 반대를 위한 반대를 통해 상대방을 자극하고 굴욕감을 주지 않으려고 노력해왔다.

이러한 노력 끝에 세워진 신뢰들이 필자에게 ‘투사 혹은 싸움꾼’의 이미지를 남겨주지는 못했지만, 필자가 주장하는 대부분의 사안들을 별다른 잡음과 불필요한 대립 없이 해결하는 데에는 큰 역할을 한 것이 사실이다.

결국 필자가 경험한 정치는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를 원만하게 풀어나가는 과정이었으며, 이를 위해서는 서로 간의 신뢰를 만들어가는 것이 매우 중요했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안산시의회 하반기 원구성 과정에서 불거진 상임위원장직 배분을 둘러싼 합의 파기는 양당 간 관계를 원만히 풀어가기 위한 과정이 아니라 서로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는 행위였기에 안타깝기만 했다.

문서로까지 남아있던 합의 내용의 일방적 파기와 이로 인한 극한 대립은 상대에 대한 무시와 이로 인해 무너진 신뢰를 보여주는 것이기에 더욱 안타까웠다.

우여곡절 끝에 원구성이 합의가 되었다. 그러나 이것으로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하면안 된다. 양당 간 무너져버린 신뢰를 회복해 나가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지금 상태로는 모든 상황마다 극한 대립을 피할 수 없으며, 그피해는 고스란히 안산시와 시민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치에서도 사람이 중요하다. 여기에서의 사람은 내편인 사람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내편뿐만 아니라 그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까지 중요하게 생각하고 신뢰관계를 쌓아갈 때우리 정치는 발전하고, 안산시민은 더욱 행복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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