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희 근로복지공단 안산병원 재활의학과장

걷기는 인간이 행하는 단순한 동작의 하나지만 걷는다는 것의 의미는 매우 크고 다양합니다.

아기의 걸음마는 세상으로 당당하게 걸어 나갈 수 있는 시작점이고 혼자 걷기 시작한 이후부터는 걸음의 속도를 조절하며, 뛰면서 앞서 나아가기도 하고 때론 뒤처지기도 하면서 그 사람의 인생을 드러내 보입니다.

걸으면서 생각에 잠기기도 하고, 걸으면서 감정을 다스리기도 하고, 걸으면서 치유되기도 하고 걷기는 소통과 연대의 수단이 되기도 합니다. 두발로 걷는 행위는 인간의 고유한 능력입니다. 노인들에게는 걷기란 절대적인 행위가 됩니다.

노인이 되어 스스로 걸음을 내딛는 것이 어려워지면 자존감이 떨어지게 되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됩니다. 올해로 96세인 도야마 시게히코라는 일본의 작가는 긴 노후를 생각하며 자신의 발로 걷는 것으로 이모작 인생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지금도 왕성한 저술활동을 하는 그는 매일 새벽에 2시간 이상을 걸으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했습니다. 걷기를 운동의 목적으로 활용한다면 의학적인 효과도 이미 입증되어 있습니다.

걷기를 통해 폐기능과 근지구력이 향상되어 질병에 걸릴 위험도 감소하고 규칙적인 걷기운동은 당뇨나 고혈압 등 만성질환의 치료에도 도움이 되며 우울증이나 치매예방에도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허리 또는 관절 등에 무리를 주지 않으면서 오래 걸을 수 있도록 올바른 걷는자세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이 많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당당하면서도 자연스러운 걸음걸이입니다.

가슴을 펴고 복부에 살짝 힘을 주고 뒤로 당기면서 엉덩이를 조여 줍니다. 그러면 자연스러운 팔 다리 움직임이 동반됩니다.  일반적으로 운동의 효과를 보려면 하루 최소한 30분이상 주 5회 이상 꾸준히 걸어야 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걷기의 다양한 영향과 목적을 생각할 때 걷는 시간과 속도, 방법은 정해진 원칙이 없습니다. 개인의 건강을 위하여 혹은 사회적인 네트워크를 위하여 혼자 또는 연대하여 걸을 수 있습니다.

천천히 산보하듯 걸을 수도 있고 뛰면서 경쟁할 수도 있습니다. 건강한 개인과 건강한 사회를 위하여 오늘부터라도 한걸음 더 앞으로 걸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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