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관 스님(문수사 주지)

노무현 정부가 부르짖었고, 국민의 열망과 희망으로 출발했던 개혁이라는 열차의 기관실이 고장이 난 듯 하다. 대통령의 개혁의지가 멈추어 버린 것인가? 아니면 개혁세력이 집권 이후의 권력에 안주하려고 하는 것인가? 기득권을 지키려는 수구세력의 힘에 밀리고 있는 것인가? 이러한 틈바구니에서 국민들의 경제와 생활은 힘들다는 표현을 넘어서 거의 포기상태에 이르고 있는 듯 하다.

이 모든 것은 정치인들을 포함하여 너나 할 것 없이 ‘자기 자신으로부터의 개혁’이 선행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당연한 결과라는 생각이다. 더구나 올해 들어 지방 정치인들의 행보와 그들을 동조하는 사람들의 행동을 보면 ‘자기 자신으로부터의 개혁’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느끼게 된다. 이러다간 우리 모두가 과거를 답습하거나 거짓 개혁에 속고 있지 않나 하는 우려와 함께 우리들 스스로가 비리 정치인들을 키우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내년에는 네 개의 지방자치 선거가 있다. 요즘 며칠 사이에 내년 지자체 출마 후보자의 예비선거인 ‘당내경선’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하려고 어떤 정당에서는 ‘기간당원’ 불리기 경쟁이 삼복더위 속에서도 불꽃을 피우고 있다는 소식을 가끔 듣는다. 이런 모습은‘시작도 하기 전에 병부터 드는구나’하는 걱정을 앞서게 한다.

내가 일찍이 들었던 그 당의‘기간당원’이란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에 매월 일정한‘당비(黨費)’를 내고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사람들인 줄 알았는데, 내년 지자체 선거에서 정당 후보 경선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지금 급하게 당원을 모집하고 있다면 내가 아는‘기간당원‘개념과는 너무 다르지 않는가.

무조건 나를 지지하는 당원의 숫자를 늘리고 보자는 예비후보나 여기에 동조하는 사람들은‘선거는 무조건 이기고 보자’라는 아주 위험한 생각에 빠져 있는 사람들로서 탈법 위법선거를 치룰 우려가 있으며, 그렇게 당선된 사람에게 민주정치를 기대 할 수 없고, 당선 때의 생각과 같이‘무조건 돈부터 챙기고 보자’는 식의 구태정치를 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기간당원 제도’를 만들고, ‘낙하산식 공천’이 아니라 지역 당원들간의‘당내경선’을 고안했던 사람들은 아마도 당원들의 자발적인 정치참여로 ‘당내경선’이 숫자의 대립이 아니라, 당원들 간에 활발한 정책토론과 그 간의 여러 사회 활동을 통해 검증된 능력을 옆에서 직접 지켜본 당원들이 평가하여 지역정서에 부합함은 물론 정당과 국가발전에 기여할 역량을 갖춘 사람을 뽑아내 정당의 후보자로 나아가게 하기 위함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런데 지금처럼 특정후보자를 지지하는 당원 불리기 경쟁이 재현된다면 그 간에 활동했던 순수당원의 정치적 열망과 개혁과 민주화를 희망하는 지역 시민들의 생각은 처음부터 힘을 잃게 됨과 동시에 내년에 치러야 되는 선거는 처음부터‘수정되지 않은 알을 품어 병아리를 기대하는 어리석음’을 범하는 것이다. 그러한 정치인들에 의한 과오나 비행은 고스란히 시민들의 몫으로 돌아오게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것이다.

기간당원의 자격을 6개월 이상의 당비를 내고 있는 당원으로 제한한다고 하지만, 이런 식으로 벌어지는 마구잡이 당원 부풀리기 경쟁이야말로 가장 큰 선거법 위반이 아니겠는가? 중앙당의 입장에서는 당원이 늘어나니 반가운 일이겠지만 이러한 세력들이 당내에 진출함으로서 당이 썩어가고 있음을 알아야 하고, 여기에 동조하는 시민들 또한 정(情)에 이끌리고 자신의 작은 이익에 매달리는 행동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를 반성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당지도부는 정말로 국민과 나라를 걱정한다면 요즘 자행되고 있는 기간당원 모집 이면을 철저히 조사하여 깨끗한 선거풍토가 마련되는 기틀을 잡아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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