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일 <법무법인 오아시스 변호사>

사례] 김갑동씨는 2005년 3월3일에 자신이 소유한 땅에 대한 매매계약을 박순복씨와 체결하였는데, 그 내용은 매매대금을 2억원으로 하기로 하되 계약당일 2,000만원을 계약금으로 지급하고, 중도금 1억원은 같은 해 5월 3일에 그리고 잔금 8,000만원은 같은 해 7월3일에 김갑동씨의 은행계좌에 계좌이체하는 방법으로 지급하는 것으로 하였다. 그런데, 계약체결후 땅값이 배이상 급등하였고 이에 김갑동씨는 2005년 3월 20일에 계약해제의 의사표시를 하면서 중도금지급기일로 정한 5월 3일 이전인 4월 15일까지 계약금의 배액을 수령할 것과 이를 수령하지 않으면 공탁하겠다고 박순복씨에게 통지하였다. 이에 박순복씨는 김갑동씨의 계약해제의 의사에 동의하지 않으면서 4월 20일경에 중도금 1억원을 김갑동씨의 은행 계좌에 송금하였는데 김갑동씨는 4월 25일에 중도금 1억원과 계약금의 배액인 4,000만원 합계금 1억4,000만원을 피공탁자를 박순복씨로 하여 공탁하였다. 김갑동씨와 박순복씨간의 부동산매매계약은 박순복씨의 중도금지급에도 불구하고 김갑동씨의 계약금배액의 공탁에 의하여 해제되었다고 할 것인지가 문제되었다.

해결] 매매계약에 있어 계약금이 지급된 경우 그 계약금의 성격은 해약금이라고 해석하고 있고, 계약금을 수령한 당사자는 다른 당사자가 이행에 착수하기 이전까지 계약금의 배액을 지급하고 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것으로 하고 있다(민법 565조). 나아가 계약해제가 유효하기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계약금의 배액에 상당하는 금전을 제공하여야 하며 계약의 해제통보로서는 그 효력을 발생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1973.1.30. 선고 72다2243호 판결). 따라서 위 규정자체만을 두고 보면 사례에서 박순복씨가 김갑동씨의 공탁 이전에 중도금을 지급한 이상 박순복씨는 이행의 착수를 한 것이 되고 따라서 김갑동씨의 계약해제는 효력을 발생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계약해제권을 행사할 수 있는 시기적 한계를 당사자 일방의 이행착수 이전으로 제한하는 이유는 당사자 일방이 이행에 착수한 때에는 그 당사자는 이행의 착수에 필요한 비용을 지출하였을 뿐만 아니라 그 계약의 이행에 많은 기대를 갖게 되는 것이므로 만약 이러한 단계에 이르러 상대방이 계약을 해제한다면 이행에 착수한 당사자는 불측의 손해를 입게 되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금번의 사례에서 박복순씨로서는 중도금의 지급 이전에 이미 김갑동씨가 계약을 해제할 것이라는 점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고 할 것이어서 과연 김갑동씨의 계약해제에 의하여 박순복씨가 입을 불측의 손해가 있었는지는 검토해야할 문제이다. 물론 박순복씨로서는 중도금 지급기일 이전이라고 하더라도 기한의 이익을 포기하고 중도금을 지급할 수가 있고 그 지급은 유효하기는 하지만 어떤면에서는 김갑동씨의 계약해제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중도금지급기일 이전에 미리 중도금을 납부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한 관점에서 보면, 박순복씨가 중도금을 지급하였다고 하더라도 김갑동씨의 계약해제의 의사표시는 유효하게 효력을 발생하였다고 볼 여지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참고로 이와 관련한 유사한 사례에서 판례는, ‘매도인이 민법 제565조에 의하여 계약을 해제한다는 의사표시를 하고 일정한 기한까지 해약금의 수령을 최고하며 기한을 넘기면 공탁하겠다고 통지를 한 이상 중도금 지급기일은 매도인을 위하여서도 기한의 이익이 있다고 보는 것이 옳고, 따라서 이 경우에는 매수인이 이행기 전에 이행에 착수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해당하여 매수인은 매도인의 의사에 반하여 이행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옳으며, 매수인이 이행기 전에, 더욱이 매도인이 정한 해약금 수령기한 이전에 일방적으로 이행에 착수하였다고 하여도 매도인의 계약해제권 행사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하고 있다(대법원 1993.1.19. 선고 92다31323호 판결). <법률상담 487-10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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