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규<성형외과전문의·비에이성형외과 원장>

가슴에 난 여드름을 짠 뒤 여드름보다 훨씬 커다랗고 빨간 흉터가 생긴다면, 혹은 귀걸이를 하기 위해 귀를 뚫은 자리에 생각지도 않았던 커다란 구슬 크기의 흉터가 생긴다면 얼마나 당황스럽고 억울한 느낌일까. 이런 흉터를 바로 켈로이드라고 부른다. 켈로이드는 상처가 낫는 과정에서 콜라겐이 과도하게 축적되어 생기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보기에 좀 안 좋은 튀어나온 흉터 정도가 아니다. 가렵고 통증을 수반하는 경우가 많으며 무릎이나 발목과 같은 관절에 생길 경우 관절의 운동을 제한하기도 있다. 어느 정도 부풀어 오르다가 멈추는 비후성흉터와 달리 켈로이드는 흉터 본연의 경계를 넘어 정상피부가 있는 범위까지 점점 커져간다.

예전 가르침을 받았던 지도교수님은 외래에서 켈로이드 환자를 만나면 도깨비 같은 흉터라고 설명을 하였다. 그만큼 예측이 불가능하고 치료 경과를 알 수 없다는 뜻이다. 양쪽 귀에 피어싱을 한 후 오른쪽 귀는 괜찮은데 왼쪽에만 켈로이드가 생기거나, 피어싱을 한 귓볼은 괜찮은데 예방접종을 맞은 어깨에는 켈로이드가 있거나 하는 것처럼 같은 환자에서도 부위마다 그 양상이 매우 달라 치료하는 의사를 애먹일 때가 많다.

켈로이드가 생기는 원인은 유전적 소인과 환경적인 요인이 모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전적인 원인이야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환경적인 원인은 최대한 억제하는 것이 필요하다. 켈로이드가 생긴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외상을 입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하고 부득이하게 몸에 칼이나 주사바늘을 대는 수술이나 시술을 받아야 할 경우 전문의와 충분히 상담하고 사후 관리에 특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켈로이드와 비슷하지만 정상조직을 침범하여 자라지 않는 것으로 구분되는 비후성 흉터의 경우 상처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못하여 생기는 경우가 특히 많다.

이미 생긴 켈로이드를 깨끗하게 없애기는 쉽지 않다. 방사선치료나 항암제주사 같은 것들을 사용해 좋은 결과를 얻었다는 보고들이 최근 나오고 있지만 아직 확실한 치료법으로 자리잡은 것은 없다. 그래도 가렵고 따가운 증상이 심하다면 일단 흉터 내에 주사를 맞는 것이 도움 된다. 수술은 단숨에 켈로이드의 크기를 줄일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지만 추후 켈로이드가 재발할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섣불리 칼을 댔다가 더 큰 켈로이드를 얻어 진료실 문을 두드리는 환자들을 종종 볼 때가 있다. 켈로이드를 제거하는 수술 시에는 상처가 오염되지 않게 특히 주의해야 하고 상처면이 잘 맞물리도록 세심한 봉합을 해야 하며 봉합한 부위에 과도한 긴장이 발생하여 흉터가 넓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수술 후 상처가 아물면 흉터연고나 실리콘 판 등을 사용하여 상처를 압박하고 혹시나 상처가 튀어나오려는 기미가 보인다면 주사치료를 병행하기도 한다. 오랜 기간 재발하지 않는 치료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환자와 의사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문의 485-75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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