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처음으로 가족과 함께 국외여행을 떠났다. 무더운 여름에 신문을 만드느라 스트레스가 쌓였지만 나름 보람을 찾았지만 반면에 소홀했던 가족과의 시간을 뒤늦은 여름휴가로 대신한 셈이다.

연예인이나 부유층처럼 긴 시간을 갔다 온 휴가는 아니지만 아이와 아내가 좋아하는 모습에 가장으로서 잘 선택했다는 마음을 가질 수 있다는 것에 큰 기쁨을 만끽했다.

그러나 늘 기자라는 직업병(?) 때문에 가족여행을 가더라도 사실과 다른 여행스케줄이나 수박 겉핣기식 여행코스로 인해 불만이 쌓일 때쯤 아내의 한마디가 스스로를 겸손하게 해줬다.

아내는 “그래도 아이와 당신과 함께 처음 가진 가족여행이니 만큼 불만이 있더라도 즐거운 표정도 짓고, 아이에게 행복한 느낌을 갖게 해주자”라고 위로했다. 그 말은 곧 여행은 여행 자체로 즐거움을 느끼고 의미를 부여하라는 말이다.

지금까지 가족여행이라고는 단 한 번도 없었던 부족한 가장으로서 오히려 가족과 같이 갔던 여행이 불편하리라 짐작했던 아내는 늘 묵묵히 기자의 아내로서 내조를 아끼지 않았던 터라 그 말에 깊은 공감을 가지고 말았다.

가족은 어려울 때나 슬플때나, 힘든시기에는 가장 든든한 지원군이자, 아군이다. 그런 가족들에게 지금까지 변변한 가족여행 같이 못 간 것이 걸린 나로서는 이번 여행을 통해 가족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참 남들이 보면 별것도 아닌 가족여행에 평범한 깨달음을 얻었다고 비아냥 거리겠지만 그런 평범함을 지금까지 해보지 못한 나로서는 더 할 나위없는 깨달음일 수 밖에 없었다.

원래 난 여행을 좋아하는 편이다. 새로운 장소와 낯선 공기 색다른 소리와 향기들 그리고 목적 없는 여유로움은 언제나 편안한 충전의 시간이 되고는 한다.

특별한 계획이나 정해진 목적지가 없어도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은 언제나 들뜬 설렘을 선물해 주고는 한다.

지지리 궁상떨면서 다니는 학생들의 고생스런 배낭여행도, 등산복을 세트로 입고 다니는 어머님들의 페키지 여행도, 정말 아름다운 경험들을 함께 나누지 못하는 안타까움의 마음들은 내게도 짠한 감사함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보는 것이 세상의 전부는 아니다. 보지도 못할 걸 왜 여행하냐고 묻는다면 만지지도 못할 것을 왜 보냐고 묻고 가지지도 못할 것을 봐서는 뭐하냐라고 물어봐야 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세상에 가치로운 것은 아무것도 없을지도 모른다. 같은 것을 보고 다르게 느끼는 것들이 있어 서로 나눌 수 있고 그 안에서 공감을 찾아가는 것이 함께 여행하는 의미일지도 모른다. 이번에 가족들과 같이 갔던 여행은 가까운 곳이라도 자주 가족들과 다니며 보이지 않는 가족간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들었다는데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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