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환<신한대 글로벌통상경영학과 교수>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세계는 ‘비전통’이라는 용어에 익숙해 져야만 했다. 단순히 전통적이지 않은새로운 것을 의미하는 것을 넘어서서 비전통 에너지, 비전통 안보, 뉴노멀로 표현되는 비전통 경제환경까지 말 그대로 인류가 새로운 환경에 진입하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오랜 기간 누적된 인류의 경험과 지식 보다는 새로운 사실을 인식하고 대비해야 한다는 점은 우리에게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인류의 역사를 돌이켜 보면 항상 새로운 시대를 창조해 왔다. 석기시대에서 청동기 시대로 접어든 이후에 어느 누구도 돌도끼를 고집하지 않았다. 창조와 혁신은 인류의 본성이고 과거와 다른 새로운 환경에 대해서 두려움 보다는 기대가 크다는 사실이 인류의 발전을 한마디로 설명해 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국제사회는 지난 2차 대전 이후 인류사회의 경제적, 문화적 번영을 보장해 준 전후체제의 변화 조짐에 많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2차 대전 이후 구성된 UN체제는 완전하지는 않지만 미국과 소련의 양극 대립을 냉전으로 유지 시켰다. 오늘날 과거 이념대립의 역사를 냉전시기로 말 할 수 있는 것은 미국과 소련이 결과적으로 파국적인 ‘열전’으로 확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냉전체제를 인류가 선호해야 할 국제질서로 평가해서도 안될 것이다. 지난 세기 90년대 초 소련의 붕괴에 따른 냉전의 종식은 세계화의 기초를 제공했고 국제사회가 세계화를 확대하면서 일궈낸 경제적 번영과 국제적 민주화의 성과는 어느 누구도 과소평가 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등장 이후 국제사회는 중국의 부상에 따른 신냉전구도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과거 냉전의 양극구도는 미국과 함께 하나의 진영을 형성한 소련이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현재 많은 사람들이 중국이 과거 소련과 같이 미국에 대적할 만한 세력을 형성할 것으로 예측하는 것은 자연스럽고 합리적인 사고이다. 그러나 미국과 소련의 대립은 각자 자신들이 원하는 체제에 대한 확고하고 타협할 수 없는 믿음을 각자가 보유했기 때문이다.

 

중국의 부상은 다분히 지난 세기 90년대 초부터 시작한 세계화의 영향이 크다. 냉전이 유지되었다면 중국은 서구사회로부터 자본과 기술을 투자 받을 수 없었고 당연히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또한 여전히 중국의 성장은 세계화에 따른 자유무역을 바탕으로 한 세계단일시장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 부분에서 신자유주의적인 세계화를 추구하는 미국과 자유무역의 확대를 기대하는 중국의 이익은 중첩된다.

 

미국의 한 정치학자는 자신의 모교를 예로 들며 자신이 다니던 스탠포드 대학은 항상 하버드를 라이벌로 인식했지만 정작 하버드는 스탠포드를 라이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경쟁 상황에 놓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서로가 서로를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달려 있다. 현대를 사는 우리가 냉전을 원한다면 새로운 냉전은 구성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무의미한 경쟁구도로 국제사회를 불안하게 만들 필요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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