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규<비에이성형외과 원장·성형외과전문의>

예전에 대학병원에서 성형외과 레지던트로 근무하던 시절, 어떤 교수님께 우리나라에 무자격자로부터 시행되는 속칭 ‘야매’시술 시장이 전체 성형시장의 절반에 가까울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이 있다. 물론 정확하지 않을 수 있고 사실이라 하더라도 이미 지나간 과거의 이야기였겠지만 최근까지도 얼굴에 불법 시술을 받은 뒤 부작용 해결을 위해 진료실을 찾는 환자들이 제법 있는 편이다. 대부분의 스토리는 이러하다.

동네 친구들끼리 모여 의사는 아니지만 실력이 용하다고 소문난 누군가에게 가정집 또는 미용실 같은 곳에서 실리콘이라고 설명을 들은 주사를 얼굴이나 손등 같은 부위에 맞았다는 것이다. 꼭 성형외과 전문의가 있는 병원이 아니더라도 필러나 보톡스 시술을 병행하는 의원이 동네마다 하나 이상은 있는 요즘 누가 이런 시술을 받겠느냐고 생각할 지 모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의 생각보다 꽤 많은 수의 사람들이 아직도 이런 불법시술의 유혹에 넘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람의 얼굴은 다른 동물들과 비교하여 매우 복잡한 해부학적 구조를 가지고 있다. 단순히 먹고 말하고 숨쉬는 것 이외에 표정으로 감정을 표현하고 언어를 사용하여 대화하는 능력이 발달했기 때문이다. 얼굴에 시행하는 시술은 그 시술이 아무리 간단한 것이더라도 얼굴을 촘촘히 그물처럼 감싸고 있는 복잡한 신경과 혈관 가지들을 최대한 건드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얼굴 해부학에 대한 충분한 지식이 없고 섬세한 기술을 연마하는 수련과정을 거치지 않은 자에게 시술을 받는 것은 그 결과를 운에 맡기는 것이다 다름없다.

과거에 무자격 시술을 통해 이물질 주입을 받은 적이 있다면 최대한 빨리 제거하는 것이 좋다. 염증이나 피부괴사 같은 합병증을 일으킬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이물질 제거의 방법은 주입한 물질의 성질에 따라 다르지만 의외로 수술하지 않고도 효과를 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주사를 맞거나 레이저와 같은 장비로 녹인 뒤 흡인해내는 방법이다. 수술로 제거한다면 최대한 완전히 이물질을 제거하면서 다른 구조물에 손상이 없도록 정교한 작업이 필요하다. 이물질을 단순히 제거하는 것뿐만 아니라 얼굴의 전체적인 윤곽을 고려하여 가능하면 얼굴의 미학을 해치지 않도록 해야한다.

손등이나 얼굴에 한번 주입된 이물질은 제거가 결코 쉽지 않다. 파라핀이나 실리콘 같은 이물질은 정상조직 주변에 불규칙적인 모양으로 엉겨붙어 만성적인 염증을 일으킨다. 정상조직을 보존하면서 이물질만 제거하는 것은 어떤 성형외과 의사에게도 결코 간단한 수술이 아니다. 충분한 경험을 가진 성형외과 전문의와 상담해야 하는 이유이다.아울러 필러와 같은 시술을 받을 때에도 그 물질이 오랜 임상데이터로 안전성을 입증 받은 정품인지, 생체 내에서 자연적으로 분해되는 물질인지를 꼭 확인해야 한다. 효과가 오래간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필러는 아니라는 이야기다. 소중한 자신의 얼굴에 아무 주사나 맞지 않기를 바란다.

< 문의 485-75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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