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일 <법무법인 오아시스 변호사>

사례] 김갑동은 박복례와 임차보증금을 1억5천만원으로 하는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임차인이다. 그런데, 김갑동과 박복례간의 임대차계약 체결 당시에는 임차한 집의 시세가 2억원을 호가하고 있었는데 최근 1억8천만원 정도로 낮아졌고 부동산경기의 장기불황에 따라 앞으로 더욱 내릴 전망이어서, 집주인인 박복례는 집값이 더 떨어지기 전에 이를 처분할 생각으로 임차보증금을 포함한 1억8천만원에 정을동에게 매도하였다. 그런데, 김갑동이가 알아보니 박복례는 자력이 많은 알부자인 반면 정을동은 박복례로부터 매수한 집 이외에는 자력이 없는 사람이었다. 김갑동의 생각으로도 향후 집값이 더 떨어질 것 같고 그러할 경우 자신의 임차보증금 마저 전부를 반환받을 수 없게 되는 경우도 생길 수 있어 매우 불안한 마음에 전 주인인 박복례를 상대로 하여 임대차보증금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고 있다.

해결] 부동산경기가 침체되는 경우 부동산시세가 전세보증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속출할 수가 있고, 이 경우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당시에는 재산이 많은 임대인이 임대차기간 도중에 자력이 부실한 소유주로 바뀌는 경우에, 임차인이 현 소유자가 아닌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전 소유자를 상대로 임대차보증금을 청구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하여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2항은 임차주택의 양수인은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동 규정을 근거로 임대차의 기간중에 소유자가 변경되는 경우 임차인은 새로운 소유자에 대하여만 임차보증금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위 주택임대차보호법 3조 2항의 해석과 관련하여 판례는 주택임대차보호법의 입법취지는 임차인의 보호에 있다는 점을 전제로 하면서 ‘임대차 목적물에 대한 소유권이전이 있는 경우 임대인의 의무는 임대인이 누구인가에 의하여 이행방법이 특별히 달라지는 것은 아니고, 신 소유자에게 그 의무의 승계를 인정하는 것이 오히려 임차인에게 훨씬 유리할 수도 있으므로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하도록 한 것이나, 임차인이 원하지 아니하면 임대차의 승계를 임차인에게 강요할 수는 없는 것이어서 스스로 임대차를 종료시킬 수 있어야 한다는 공평의 원칙 및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임차인이 곧 이의를 제기함으로써 승계되는 임대차관계의 구속을 면할 수 있고, 임대인과의 임대차관계도 해지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고 하고 있다. 즉, 임대목적물의 소유권이전이 있는 경우 임차인은 상당한 기간내에 임대차계약을 해지할 수 있고 전 임대인에 대하여 임대차보증금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이다. 다만, 임차인이 건물주변경 사실을 알고도 장기간 전 건물주에 대하여 임대차보증금을 돌려달라는 등의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거나 새로운 건물주에게 임대료를 지급하는 등의 행동을 하는 등으로 임대차 승계에 대한 동의를 한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에는 임차인은 임대차계약을 해지하고 전 소유주에 대하여 임차보증금의 반환을 청구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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