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평화체제

21세기 한반도 상황을 한 마디로 표현한 것이다. 분단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평화가 유지되고 있다는 말이다. 달리 표현하자면 남과 북이 별도의 체제를 유지하면서도 과거처럼 서로 못 잡아 먹어 안달인 상황은 아니라는 뜻이다. 서로가 상대를 인정하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북한체제가 붕괴되고, 결국은 남한에 흡수당할 수도 있다는 기대감을 갖고 접근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개성공단에서 상품을 생산하는 남쪽 기업인 가운데는 그런 생각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배달민족은 하나로 뭉쳐야 한다. 다시 하나가 되는 일(Vereinigung)은 그렇게 간단치가 않다. 통일을 향한 우리 민족의 염원만으로 될 일이 아니다. 물론 우리가 간절하게 이를 원해야 국제사회가 우리의 소원을 인정하고 협조를 하던가, 또는 반대를 할 것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네 형편은 그렇지 못하다. 통일을 방해하고, 통일을 원하지 않는 세력이 엄연히 존재한다. 이 세력이 다수는 결코 아니다. 해방 이후 60년 동안 반공사상으로 일관되게 살아오면서 부와 명예를 축적한 결과, 그들은 흔히 말하는 ‘가진 자(The have)'로 분류된다. 이들을 버리고 통일과업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기는 어렵다. 이들을 꾸준히 설득해야 한다. 민족이 하나가 되자면 이들도 ’통일과업‘에 동참해야 한다. 이들과 통일과업을 공동으로 추진하자면 먼저 우리 남쪽에서부터 공통분모가 있어야 한다. 그 공통분모가 바로 ’한반도 중립화‘라는 화두이다.

분단평화체제는 자칫하면 이대로가 좋다는 의미로 인식될 우려가 있다. 즉 ‘분단의 영구화’이다. 따라서 분단평화체제라는 현상을 보면서 우리는 한반도 중립화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 미․소․중․일 4강 속에 갇힌 우리 한반도는 4강간의 대결이 초래할 위험을 오매불망 느끼며 대비하여야 한다. 그 방법은 한반도가 군사적으로 그리고 외교적으로 중립적인 입장과 여건을 마련하는 일이다.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이 일본 거쳐 한국에 오고, 이어 중국을 가서 ‘북핵 문제’를 거론했다 하지만 ‘한반도가 평화롭고 부유하게 사는 방법’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북한은 주권국가’라는 말을 처음으로 꺼냈다고 한반도 평화가 보장되는 것은 더욱 아니다. 오직 우리 스스로만이 한반도의 문제를 해결할 주체이다. ‘한반도 중립화’ 화두는 이제 본격적으로 나와야 한다. 5천년 역사를 가진 민족의 자부심을 갖고 이 화두를 공개적이고 지속적으로 제기할 때 우리에게는 ‘4강으로부터의 독립’이 보장될 것이다.

2007년 대선에는 분명히 이 화두가 등장할 것이다. 그리고 이 화두를 잘 처리하고 유권자의 가슴 속에 심어줄 수 있는 후보나 정당이 승리한다고 감히 예상한다. 요즘 많은 대권예비후보들이 이 문제를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남북분단의 한반도에서 대통령에 당선된다는 것이 개인적으로는 분명히 영광이겠지만 동시에 고통과 수난을 동반한다는 사실도 명심해야 한다. 우리의 처지가 그렇지 않는가. 한 국가의 지도자는 나라의 명운을 책임 진다는 철학이 몸 속에 자리 잡아야 한다. 오늘의 현상유지(Status quo)를 최선으로 알고 골치 아픈 일은 피해 가겠다는 정치인은 국민이 선택해 주지 않을 것이다. 핵폭탄만큼이나 거창한 화두인 ‘중립화’를 들고 나와 국민들과 토론하고, 이를 실천하겠다는 의지가 강한 인물을 기다려 본다. yh4392@hanmail.net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부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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