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을 지켜온 한결같은 마음

혜관 스님(문수사 주지)

30년전 1975년 3월 17일, “동아일보 언론인 대량해직 사건” 시간을 돌이켜보면 나는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었으며, 경상도와 강원도가 만나는 두메산골 마을회관에는 새마을운동을 잘했다고 ‘대통령각하’께서 하사한 TV가 바깥 세상과 연결해주는 유일한 수단이자 동네의 자랑거리였다.

그 어둡고 암울했던 시기 ‘자유’ ‘민주화’라는 단어들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알려고 해서도 안되며, 권력자의 정책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함부로 말할 수 없었다고 한다. 그 당시 창창한 미래를 꿈꾸던 젊은이들이 장미빛 인생을 뒤로하며 사회정의와 지식인의 양심을 걸고 무소불위의 절대권력을 휘두르던 박정희 전 대통령의 언론탄압에 맞서 ‘편집권 독립’과 ‘자유언론’을 외쳤다는 이유로 동아일보사가 동원한 깡패들에게 150여명의 기자, PD, 아나운서들이 직장에서 쫓겨난 큰 사건, 바로 그것이‘동아일보 언론인 대량해직 사건’이었다고 한다.

그때부터 권력자는 그들을 핍박했고 그것이 가난으로 이어지고, 언론의 여론조작으로 일반서민들의 인식에는 좌파세력처럼 보여지는 불명예마저 안게 되었다. 그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그들은 권력의 독주를 막고 국민의 알권리와 자유로운 행복을 위해 70~80년대 민주화운동을 이끌었고, 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민주화운동의 원로이자 산증인으로서 노구(老軀)를 이끌고 민주화를 갈망하는 현장에 직접 참여하여 나라사랑의 열정을 불태우며 후배들을 이끌고 있다.

국가보안법에 길들여진 어른들은 그때의 사건들을 아직도 입에 올리기를 무서워한다. 올 여름 안산에 거처를 마련하면서 그 시절 현장에 있었고, 당사자이며, 현재는 그 분들의 민주화운동정신을 국가차원에서 계승발전시키기 위하여 설립한 특별법인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의 부이사장이며,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시며 안산타임스에 시론을 집필하시는 문영희님과 인연이 되어 생생한 현장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동아일보 해직기자들의 단체인‘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동아투위)’는 한국의 민주화운동을 주도하며 ‘한강의 기적’이라는 눈부신 경제발전 뒤에서 신음하던 우리사회가 독재권력에서 벗어나 오늘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발전의 한 축으로서 30년의 세월을 버텨오고 있다. 현재까지도‘민주화운동참여’ ‘열정적인 삶’ 인간적인 모습을 잃지 않는 이 단체의 대표 문영희님을 지켜보면서 지식인의 양심을 지키며, 올바른 정의를 실천하고, 그리고 일반 민중을 대변하는 일이 수행자만큼이나 힘들고 어려운 일임을 느끼고 있다.

며칠전 권력과 재력이 없는 시민들이 거대한 권력과 싸워서 이길 수 있는 힘은 어디에 있습니까? 하는 물음에 민주화운동이나 시민운동은 자발적인 참여와 개혁의지와 순수함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돈으로 사람들을 동원하는 권력과 기득권 세력들보다 꾸준하고 지속적으로 신념을 관철시켜 나가려는 노력이 따라야 변화를 가져온다는 대답과 함께, “사회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늘 가족들에게 미안하지요.” 하는 말로 그는 30년의 애환을 함축적으로 담아 냈다.

불의를 정의로, 가난을 검소함으로 이겨내면서 민주화운동을 30여년간 이끌고 있는‘동아투위’의 결성 30주년에 한없는 격려를 보냄과 아울러 내 생각을 맘껏 글로 담아낼 수 있는 오늘의 이 자유로움을 당신들께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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