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번째 안산읍성문화제 수천명 시민 참여로 성공적
읍성, 관아지 정비 사업, 도의 무관심으로 지지부진

너무도 따스한 가을 햇살이 내리쬐던 지난 주말. 수암봉 나들이에 나선 행락객들의 발길을 한참동안이나 붙잡아 놓을 만큼 인상적이었던 제4회 안산읍성문화제. 현장에서 자리를 잡고 문화제를 관람한 시민들과 오고 가며 자리를 멈추고 참여한 시민들을 포함해 어림잡아 5천여명의 관람객이 지켜본 가운데 예년에 비해 깔끔한 진행과 구성으로 성공적인 문화제를 치렀다는 호평을 받았다.

1797년 음력 8월 16일 정조의 어가행렬이 안산에 당도하는 모습을 재현한 정조대왕 안산행궁 행차 시연은 실제 수천명에 이르렀던 어가행렬과 비할 바는 아니지만 관람객들의 시계추를 200여년전으로 돌려놓기에 충분했다는 평가다.

의전행사와 시상식이 진행되는 개막식 내내 무대 한 켠에 차지하고 앉아 청중들을 우러러보던 정조의 모습에서 구경하던 시민들은 자기도 모르게 자세를 다시 한 번 고쳐 앉게 됐다며 웃음을 자아내기도. 경로식당, 내빈식당, 일반식당 등으로 질서 정연하게 구분 되어진 공간 구성으로 행사 참가자와 내빈, 일반 시민들은 큰 혼란 없이 맛있는 점심식사를 함께 했으며, 이어 벌어진 안산읍성 노래자랑의 열기 또한 매우 뜨거웠다.

안산읍성을 안산의 대표 문화 역사 유적으로 만들고자 지역의 뜻있는 인사들이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매년 명품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 해 가고 있는 지금, 이를 뒷받침해야 하는 하드웨어의 발전은 지지부진하기만 하다.

안산읍성문화제를 4일 앞둔 지난 16일, 안산동 주민센터에서는 안산읍성과 관아지 종합정비 계획과 관련한 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는 마치 안산읍성에 대한 경기도의 안이한 행정을 성토하는 민중대회를 방불케 했다는 후문이다.

경기도 기념물 제 127호로 지정돼 도의 관리를 받으며 주변 300m이내의 개발이 철저하게 제한되면서 겪는 주민들의 불편과, 당초 복원사업비의 비율이 도비와 시비 각각 50%씩 책정되어 있던 것에서 도비 확보의 어려움을 이유로 도비 30%, 시비 70%로 조정된 것 등의 불만 사항이 지역구 시.도의원의 입을 통해 경기도 관계자에게 가감 없이 전달됐다.

이 자리에 참석한 정승현 시의원은 “이 지역 주민들은 문화재 보존이라는 명목으로 묶인 개발 제한 때문에 기본적인 재산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그렇다면 도에서 보다 적극적인 행보를 통해 빠른 개발을 추진해야 할 터인데, 오히려 예산을 줄이는 등 이해하기 힘든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경기도 관계자는 이런 안산동 주민들의 불만을 인지하고 원활한 예산 확보와 빠른 복원을 위해 힘쓰겠다는 입장이지만, 이의 구체적인 실현 계획을 밝히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도 안산읍성, 관아지 복원사업에는 도비 3억9천만원과 시비 9억8천만원이 투입돼 발굴조사, 토지매입, 탐방로 조성, 홍보관 건립 등이 진행될 예정이며, 안산읍성 성곽 복원과 토지매입은 2017년, 이 일대의 완벽한 정비는 2025년경에나 이뤄질 전망이어서 지역 주민들의 한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앞서가는 소프트웨어와 지지부진한 하드웨어. 안산읍성의 극명한 명과 암의 간극을 어떻게 줄여나갈 수 있는지에 대해 지역 정치인들과 공무원들이 머리를 맞대야 할 시점이다.

<이태호 기자 kazxc@ansa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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