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가로수 밑에 나무 심고 말라죽여 예산낭비
밑둥 잘리고 농약에 말라죽고...시민의식 실종

초지동 그린빌 14단지 맞은편 726 일원. 엄연히 가로수를 식재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공간이지만 가로수는 흔적조차 없이 밑둥 채 사라져버렸다. 바로 시민의식 실종을 확인할 수 있는 징표다.

화랑로 중앙중학교 앞. 큼직한 버드나무 사이사이에 조그만 체구의 정체불명 나무들이 식재되어 있다.

확인결과 이들은 빨간색 잎이 피어나면 마치 고개를 푹 떨군 듯 흐드러진 잎이 매우 아름다운 능수단풍으로 밝혀졌지만 그 곳에 식재된 능수단풍은 누가 봐도 고사 직전이거나 죽은 나무들이다.

화랑로의 고사 직전 나무들은 가로수를 선택함에 있어 시의 신중한 수종 선택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다. 중앙중학교와 중앙초등학교 앞에 50여m 이상 식재된 나무들은 마치 죽은 나무들을 전시해 놓은 듯 기괴한 모습을 하고 있어 보기 안쓰러울 정도다.

능수단풍은 공작단풍으로 불릴 만큼 아름답고 자생력도 강한 편이지만 커다란 버드나무 밑에 온전한 햇볕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더 이상의 생육 능력을 잃어버렸다. 바로 예산낭비의 전형이랄 수 있는 한가지 사례일 뿐이다. 전국 도심 녹지율 1위를 자랑하는 안산시의 현주소다.

그 뿐만이 아니다. 도로와 인도 사이에 심어진 가로수가 건물 상가들의 간판 시야를 가리면서 수난을 당하고 있다. 상가 1층 대로변에서 장사를 하는 상인들에게는 가로수의 존재가 그리 달갑지 않을 수 밖에 없다. 가로수가 울창하면 자신들의 간판과 가게를 가려 손님들을 끌어들이는 데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무도 모르게 가로수를 잘라버리거나 강력한 약을 살포해 가로수를 말려 죽이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곤 한다. 하지만 관련 공무원들은 시민들의 신고가 없을 경우 속수무책이다. 시민의식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이태호 기자 kazxc@ansa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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