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희 원장, 동양 철학을 알면 지혜가 보인다 ‘명강연’
춘추전국시대 난세에 많은 현자들 출현으로 역사가 증명
“어려움 속에 영웅은 태어나며 세상은 바뀌는 것” 설명

성균관대에서 동양철학을 전공해 한국종합예술학교 교수를 거쳐 삼성경제연구소에서 신 손자병법 강의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박재희 포스코전략대학 석좌교수이자 문화콘텐츠연구원장은 기업체의 제1순위 초청강사로 유명하다. 고전(古典)을 통한 인생의 지혜를 찾아 발견하고 알리는데 16년간 강의를 통한 그의 열정이 묻어난다. 안산시CEO아카데미에서 52번째 강사로 초청돼 ‘고전으로부터 배우는 리더십’이란 주제로 명강연을 펼친 내용을 요약해 게재한다.<편집자주>

요즘 전 세계가 인문학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동양고전에 많은 이목이 집중되면서 논어와 맹자, 한비자, 도덕경 등에 대한 공부 열풍이 일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고전이랄 수 있는 논어, 도덕경, 장자, 한비자, 맹자를 통해서 배울 수 있는 군자론과 성인, 진인(眞人), 혁신철학, 대장부 등의 리더십을 찾아보겠다.

미국 워싱톤에서는 한창 중국 고전 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의 대통령 버락 오바마가 중국의 경제대표단을 맞이하는 만찬장에서 맹자의 구절을 인용하여 중국 사람들을 감동시키고 전 세계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오바마가 인용한 맹자의 구절은 산경지혜간(山徑之蹊間)도 ‘산 속에 난 조그만 오솔길도, 개연용지이성로(介然用之而成路)라! 자주 사용하다보면 길이 만들어 진다. 위간불용칙모새지의(爲間不用則茅塞之矣)라, 그러나 잠시라도 사람들이 그 길을 이용하지 않으면 곧 풀로 뒤덮여 사라질 것이다.’

맹자가 말하는 소통론이다. 길이란 원래부터 있는 것은 아니다. 산 속의 조그만 오솔길도 사람이 자주 다니다 보면 길이 된다.

중국과 미국도 앞으로 자주 다니자. 그러다 보면 더욱 친밀해지고 가까워질 것이라는 비유다.

오솔길도 자주 다니면 큰 길이 된다

오바마는 미국이 중국에 대해 앞으로 동반자적 관계로 공통의 목표를 실현하자고 하는 적극적인 의지를 담고 있는 말이다. 버락 오바마가 맹자를 인용한 것은 세계의 중심으로 경제적으로나 외교적으로 점점 커져가고 있는 중국의 위상을 보여주는 의미심장한 일이다.

세계의 대통령 버락 오바마가 성경이나 서양역사서가 아닌 2천300년 전 중국 고전인 맹자를 인용하였다는 것은 그만큼 세계는 동양에 대하여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며 새로운 동양적 가치에 대한 대안을 모색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도 미중경제협력 과정에서 ‘인심제태산이(人心齊太山移) 즉 사람의 마음이 모이면 태산도 옮길 수 있다.’라는 고사 성어를 써가며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은 ‘풍우동주(風雨同舟) 위기상황에서 우리는 함께 행동해 왔다.’는 말로 운명공동체를 강조했다.

이처럼 서양에서는 동양철학의 옛말을 읊는 리더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 동양철학의 대표는 공자다. 공자는 어느 날 태산에 올라가 ‘등태산소천하(登太山小天下)’라고 소리 질렀다.

이 말은 태산에 오르니 천하가 작구나 하는 말이다. 태산은 중국 중원 문화를 상징하는 5개의 큰 산(오악)중 중앙에 소림사가 있는 숭산이 있고, 화산(서), 형산(남), 황산(북)과 동쪽을 상징하는 산이 태산(혹은 동산)이다.

불확실성의 시대가 오히려 기회다

태산은 높은 산으로의 의미보다는 천자가 하늘과의 교통을 하는 접점으로, 상제에게 제사를 지내는 곳이다.

경쟁과 생존의 시대 춘추전국시대는 불확실성의 시대다. 그래서 많은 지식인들이 태어나고 사라졌다. 이들을 두고 지금 우리들은 제자 백가라고 부른다.

500년간 계속됐던 제후들 간의 치열한 영토 분쟁의 싸움이 계속되었던 시절이 춘추전국시대다.

바로 처절한 생존의 시대였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 시기에 중국에서 가장 뛰어난 생활 철학의 현자가 나타난 시기라는 것이다.

불확실과 치열한 경쟁이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가장 경쟁력 있는 사상의 꽃이 핀 시절이었다.

우리 시대에는 금융업계는 절대 망하지 않는 회사라 그래서 많은 젊은 엘리트들에게 인기높은 직장이었다. 그런 은행이 지금은 없어졌다.

특히 ‘조상제한서’ 즉 조흥, 상업, 제일, 한일, 서울은행 등 IMF 전 우리나라 빅5라 불리는 이 은행들은 살아남지를 못했다.

인생의 가장 큰 즐거움은 끝없는 배움

춘추전국시대 같은 난세의 시대에는 강한 사람이 살아 남는다. 요즘 말로 긴장하고 절박한 개체만이 살아 남는다.

난세의 특징은 힘들고 고통스럽기 때문에 현자가 나온다는 것이다. 공자, 맹자, 순자 등 이 시대에 나타난 많은 현자들이 요즘 시대에 오르내리고 있는 것이다.

논어의 군자에서는 ‘군자고궁(君子固窮)’이라 말이 나온다. 이는 군자는 어렵고 궁핍할 때 더 굳고 심지가 깊어진다는 뜻이다. 박 원장은 논어의 군자에 대한 요건을 아래처럼 해석했다.

‘군자삼락(君子三樂)’ 곧 군자는 3가지 낙을 가지며 그 중에 ‘학이시습(學而時習)’, 평생 학습하는 자, 머리 뿐만 아니라 몸으로 배우는 자를 일컬는다.

안산은 평생학습도시로 지정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위대한 학습은 지식이 아니다.

‘유붕방래(有朋方來)’, 뜻을 같이하는 사람과 더불어, 벗 ‘붕’은 지향점이 같은 친구, 동지형 인간이다.

외면의 기쁨이다. 대표적인 인물이 다산 정약용과 벗을 함께 더벅머리 제자 ‘황상’의 경우다.

남이 알아주지 않더라도 성내지 마라

조선후기 대표적인 문학가인 황상은 정약용이 강진으로 귀향살이할 때 만났던 더벅머리 시골 소년이었다.

그러나 그에게 정약용은 끊임없는 진리를 알려주며 제자를 삼아, 가르침을 전수, 조선후기 최고의 문인으로 성장했다.

‘부지불온(不知不慍)’, 남들이 나를 알아주지 않더라도 성내지 않는다. 남들의 평가에 연연하지 않고 목표를 두고 한다면 사소한 일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무신부립(無信不立)’, 신용이 전부다. 믿음이 없으면 설 수 없다는 뜻으로 논어(論語) ‘안연편(顔淵篇)’에서 비롯됐다. 정치나 개인의 관계에서 믿음과 의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이다.

‘눌언민행(訥言敏行)’, 말은 어눌해도 행동은 민첩하라는 말이다. 논어에서 다양한 행복을 뽑아봤지만 또 중요한 것이 ‘주이불비(周而不比)’, 두루두루 친하게 지내되 편을 나누지 말고 패거리 짓지 않는 것이다.

요즘은 동네서도 ‘누구파’, ‘누구파’ 등으로 나누고 있는데 이건 아니다. 친화형 사람 그 사람이 논어에서 말하는 행복한 사람이다.

현장을 찾는 실천형 인간이 돼라

‘눌언민행(訥言敏行)’, 이 말은 좀 어눌해도 행복에 지장이 없다. 그러나 행동은 민첩해야 한다.

책상에 앉아서 100 마디를 하는 것보다 현장에서 남을 위해 고민하고 실천하는 ‘실천형 인간’. 이것이 군자의 행복론이다.

‘화이부동(和而不同)’은 서로 다른 악기가 만나서 위대한 화음을 만들어 내는 것을 뜻한다.

군자는 서로 다른 소리를 모아서 위대한 지휘자처럼 위대한 화음을 만들어 낸다. 하지만 같음을 강조하지 않는다. 서로 다름을 인정해 줄 줄 아는 포용형 인간, 이 것이 군자의 모습이다.

논어 다음 동양 고전에서 많이 읽는 책이 도덕경(道德經)이다. 이 도덕경에는 유쾌한 인간형이 담겨있다.

성인을 한마디로 얘기하면 ‘반자도지동(反者道之動)’, 거꾸로 가는 것이야말로 성인이 가는 길의 가장 큰 운동성이다.

거꾸로 가는 길이 정답일 수 있다. 성인의 사유구조는 뻔한 길이 아니라 거꾸로 가는 길을 택한다.

거꾸로 가는 길이 성공 지름길이다

‘무위자연(無爲自然)’은 억지로 하지 않을 때 스스로 그렇게 할 수 있다는 의미다. 거꾸로 생각해보면 기업의 리더, 부모가 됐을 때 소리 지르고 욕해서 가게 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남들과 다른 길로 간다고 두려워 할 것이 없다. 물은 모든 만물을 이롭게 적셔준다.

물은 네모가 되든, 세모가 되든, 동그라미가 되든 자기의 모습을 주장하지 않는다. 물이 가장 위대한 행복이다. 물의 유연성. 그것이 ‘수무상형(水無常形)’이다. 인생도 내 모습도 규정하지 말아야 한다.

나는 누구냐. 어느 학교를 나왔고 성별이 뭐고 재산이 얼마고, 그렇게 규정해 나가면 자꾸 벽을 만들면 꼼짝달싹 못하게 된다. 내 모습을 주장하지 않는 사람들은 무척 자유스럽다.

노자가 얘기하는 성인을 간단히 요약하면 내 모습을 억지로 강요하지 않고 나를 낮출 줄 아는 것이 유쾌한 행복론이다.

‘공성신퇴(攻城身退)’는 성공했으면 몸은 빠져라라는 의미다. 공을 이루는 것도 힘들지만 어느 순간에 가서 공을 버리는 것도 중요하다. 쥐어 잡고 있다고 해서 내 것이 되는 것이 아니다.

‘대기만성(大器晩成)’은 큰 그릇은 완성이 없다는 뜻이다. 완성을 부정해야 더 큰 그릇이 된다. 세상은 거꾸로 사는 것이 성인의 철학이라는 것이다.

자신의 고집과 욕심을 부수고 부숴라

부숴라! 숨겨진 행복이 보인다는 장자(莊子)의 행복한 인간형은 ‘진인(眞人)’이다.

참 나를 찾는다는 것, 나를 부수는 일이다. 나를 부숴야 그동안 못 봤던 행복도 볼 수 있다.

장자의 무기(無己)는 성격, 고집, 욕심을 부수고 부수다 보면 참 나를 발견하게 된다는 의미다.

여름 매미와 하루살이는 겨울이란 시간을 모른다. 여름벌레는 자신의 여름이라는 시간에 구속돼 있다. 또 우물안의 개구리는 우물 속에 갇혀 있었기 때문에 우물 안 하늘이 다인 줄 안다.

산골에서 자신의 지식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선비는 지식의 그물에 걸린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여름벌레는 여름이라는 시간을 부수고 나와야 겨울을 만나고 개구리는 우물을 부수고 나와야 더 큰 하늘을 만나고 산골마을 선비는 생각의 틀을 부숴야 더 큰 지식을 만난다. 부숴라! 나를 찾을 것이다.

한비자(韓非子)에서 행복은 ‘변화’다. 세상은 계속 변화하고 있는데 똑같은 방식으로 대처하면 행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맹자가 말하는 대장부(大丈夫)의 행복에서는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탄탄한 마음, 부동심(不動心)을 가진 사람이며, 부동심을 가져야 행복하다.

내가 하는 모든 행동, 결정이 합당할 때 마음이 유쾌해질 수 밖에 없고 유쾌한 마음이 쌓이면 부동심이 되는 것이다.

<정리: 박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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