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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별이 똑똑 떨어지면손으로 잡아내 전봇대의 등을 갈아 끼우는 아버지낮에는 보이지 않던 동네의 풍경이아버지의 손길을 따라 밝아지고 있다그림자가 밝은 걸 본 적 있니아버지가 반딧불이처럼 골목을 돌아다니며오르내린 전봇대 위의 발자국이 환해졌다발판 볼트 위로 차곡히 쌓여가는 수많은 밤들과휘청거릴 때마다 발목을 붙잡아주었던 첫째라는 이름의 날개아버지는 동네 막다른 길까지도 밝히고 나면피곤이 눈동자 속 빛을 가리곤 했지만저녁에 밝은 사람은 자기뿐이라며 웃곤 했다뒷주머니에 꽂아 넣었던장갑을 끼고 주먹을 쥐었다 피는 아버지손에 담긴 결의는
2024.02.27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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끓는 피 바른 듯청춘의 열정 안은 듯울분을 토해내는 듯온몸을 빨갛게 한 등대가 있다외로이 홀로 찾는 이 안고소망을 담았으리청춘을 안아 보았던 중년의 부부눈에 담아 기나긴 숨소리머금었으리사랑으로 찾는 이뜨겁게 포옹하며 백 년을 묶었으리오이도에 가면 빨간 등대가 있다시린 바람 썰물에 보내고정겨운 바람 밀물에 안겨 오게만드는 빨간 등대가 있다오이도에 가보라엉킨 가슴 풀리고갈매기 응원 한 톨 주워 웃게 되리
2024.02.27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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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익은 햇살을 배부르게 먹고 살 쪄늘어진 나뭇잎 아래까닭 없이 맑은 큰 눈을 뜨고 매미는울지 않습니다사랑을 찾아 후끈 달아 오른매미는 울음을 멈추었습니다울다 지친 매미는 가로등 불빛 아래뜬 눈으로 졸다 새벽이면 또 울기시작합니다오래도록 작은 몸에서 들리는 절규는찾다 찾다 울다 울다 지친 내 가슴에파고들었습니다사랑을 찾지 못하고 여름이 가버린꿈을 꾸었습니다진종일 울어도 소리 나지 않는구멍 난 가슴이 되어 버렸습니다
2024.02.27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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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쩜 우린 복잡한 인연에 서로 엉켜 있는 사람인가 봐나는 매일 네게 갚지도 못할 만큼 많은 빚을 지고 있어연인처럼 때론 남남처럼 계속 살아가도 괜찮은 걸까그렇게도 많은 잘못과 잦은 이별에도 항상 거기 있는 너날 세상에서 제대로 살게 해줄 유일한 사람이 너란 걸 알아나 후회 없이 살아가기 위해 너를 붙잡아야 할 테지만내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과 그걸 지켜보는 너그건 아마도 전쟁 같은 사랑난 위험하니까 사랑하니까 너에게서 떠나줄 거야(2000년, 작곡 신재홍·작사 채정은)오늘의 임재범을 있게 한 노래 ‘너를 위해’에는 가슴에서 빠져나
2024.02.20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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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버지는 몸 속에 돌덩이를 키운다링거액 방울방울 흩어지는 둔탁한 소리달이 목구멍까지 차오른 헛구역질처럼 숨어들고,병실에는 허기진 아우성만 울리는 중이다날이 갈수록 사막화가 익숙하다는 아버지,몸 속에 끝 없는 사막을 만들어서배를 치는 모래 바람이 휘날리고 있다점점 아버지 눈은 아득하게 감긴다햇빛이 눈을 할퀴는 아침녘,인기척 하나 없는 방문에서오래 웅크린 기억이 흘러나온다문지방을 밟고 전해오는 아버지 냄새가장 굵은 알맹이로 가슴에 자리 잡는다잘록해진 허리에 물이 차올라,낙타만한 웅덩이를 이룰수록아버지는 사막처럼 메말라갔다마치 떨어지
2024.02.20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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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곱고 고운 댕기도 내가 드리고 새로 사온 신발도 내가 신어요"‘설날’ 즈음이면 어김없이 들려오는 동요 윤극영 선생이 작사 작곡한 ‘설날’ 이다.이 동요에 따르면 ‘우리 설날’은 정월 초하룻날, 음력으로 한 해의 첫째 달의 첫째 날인 오늘이지만, 까치의 설날 ‘어저께’(어제)는 섣달 그믐날, 음력으로 한 해의 마지막 달의 마지막 날인 어저께다.그런데 ‘까치설날’은 왜 ‘어저께’일까? 그리고 뜬금없는 까치의 등장과 ‘까치설날’의 유래는 무엇일까.이에 대한 설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2024.02.06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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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가족구성원은 나, 엄마, 아빠다. 그중에서도 아빠는 집안의 자랑거리다. 아빠의 직업은 직업군인, 소령이다. 나의 친구들은 말한다.“아빠 직업이 군인이라고? 멋있다. 나도 아빠가 군인이면 좋겠다.”하지만 나는 아빠가 군인이어서 좋은 점을 잘 모르겠다. 오히려 단점만 보인다.아빠에게 발령이 난 지역이 내가 사는 곳과 가까우면 매주 금요일 마다 아빠가 오고 일요일 3시쯤에 간다. 하지만 발령 난 지역과 사는 곳이 멀다면 주말 마다 아빠에게 직접 가거나 이사를 가야한다. 그래서 내가 지금까지 이사를 6번이나 했다. 고학년이 되니 친한
2024.02.06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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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스러운 골목길은아름답게 굽은 등들이 걷고 있는산실이다아버지와 어머니의 뒤 그림자가태어나 나의 품으로 들어오는 곳늙은 마당은어린 것들이 노래하는 공연장이다풀들은 산만하고 낙엽은 뒹굴어도꽃들은 피어나살얼음 같은 나를 안아 주는 곳여름 산촌의 푸르름은 늙어도헤지지 않고촌스럽게 나를 흥분 시키는초저녁 어머니 젖가슴 같은 곳이다
2024.02.06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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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우리 집 대청소를 했다. 전에 샀던 장난감들을 버리고 서랍을 정리하다 ‘할리갈리’ 라는 보드게임을 발견했는데, 갑자기 가슴이 뭉클해졌다. 평범한 보드게임이지만, 나에겐 깊은 추억이 있는 기억의 조각이다.막 초등학교를 들어갔을 무렵, 거실에 가족들과 둘러앉아 종종 보드게임을 했었다. 우리 가족은 대가족이다. 엄마 아빠 나 할머니 할아버지. 그래서 다 같이 모여 자주 보드게임을 했다. 요즘에도 가끔 텅 빈 거실을 보면 그때가 생각나서 울컥할 때도 있다. 무슨 일이 있던 건 아니지만 세월이 지나며 모두 바빠지고, 나도 다니는 학
2024.01.23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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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노을이 아름답게 보이는 것은해가 낮을 환한 빛으로 세상을 품어주었기 때문이다또한우리의 뒷모습이 아름답게 보이는 것은가야 할 길은 어두웠을지라도아름다운 빛이 되어 지나왔기 때문이다2.해는 노을로 낮을 비우고 어둠 속으로흔적 없이 떠나 쉼을 찾는데우리는 욕망을 비우지 못하고 어둠 속에서헤매고 있지나 않는지 돌이켜 봐야 한다놓지 않으려 꽁지에 매달려 본듯수평선 끝자락에 누워 노을빛 한 모금들이키며 사랑했다 그 한마디와 함께어둠에 흔적을 묻고 허공 속으로 사라져버릴텐데 말이다
2024.01.23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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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엄마 몰래 카카오톡에 있는 오픈채팅을 했었다. 오픈채팅은 온라인으로 사람을 만나서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오픈채팅은 나에게 즐거움을 주었다. 하지만 즐거움도 잠시, 엄마가 내 핸드폰을 갑자기 검사해서 들켜버리고 말았다. 그 후로 엄마는 늘 오픈채팅 하는 것을 반대하셨다. 나는 즐거운데 반대를 하니까 엄마가 미웠다.미워서 더 반항심이 커졌는지, 나는 오픈채팅 활동을 멈추지 않았다. 또 엄마 몰래 애들과 이야기하고, 음성메시지도 보내고, 얼굴 사진도 보냈었다. 그럴 때마다 아이들 반응은 나를 기분 좋게 만들었다. 또 가끔은 나의
2024.01.16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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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보는 달 하나야 눈 감으면사라지지만달빛 머금은 비단잉어는 눈을 감고유영을 멈추겠는가푸르른 구름조차 산중에 걸터앉아발가벗은 호수에 안겨들지 아니하고빈 바람만 다가와 흔들어 대는오늘 밤이다
2024.01.16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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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4월 10일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2023. 12. 28. 개정된 공직선거법에 따라 예비후보자 등 선거 관련자들의 거취에 여러 제한과 금지조항이 생긴다.공직선거법은 후보자 간의 실질적인 기회균등을 보장하고, 부당한 과열경쟁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을 막기 위하여 시기에 따라 선거와 관련한 행위를 제한하거나 금지하고 있다.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는 제22대 국회의원선거의 선거 90일 전인 1월 11일부터 제한·금지되는 행위에 대하여 선거법 안내 및 단속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의정보고회·출판기념회 개최국회의원과 지
2024.01.16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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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점심 끝 무렵에 나른함을흔들어 버리는 전화벨이 울린다애야제비가 둥지를 틀더니 알을 품었다는어머니의 볼륨 없는 목소리에봄이니까 그렇다고수화기에 먹구름을 깔았다거기 비 많이 오나요수화기를 들고 여쭤보고 싶으나번호가 없다장대비는 닫힌 창문을 뚫지 못하고눈앞에서 부서지며 흘러내린다눈앞 제비의 행복한 모습을 바라보며시집간 딸에게봄이 와울타리에 꽃이 피었다고 전화를 했다그이와 꽃구경 가는 중이란다얼마나 서러웠을까 내 어머니
2024.01.03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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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어느 서재에 꽂혀있던 책 사이를 비집고 나왔다. 가벼워진 몸을 느낀 그는 자신의 아래를 내려다봤다. 탁해진 팔과 다리 사이에 새겨진 글자들은 선명했으나 몸은 점점 투명해지고 있었다. 구겨졌다 펴졌을 때 생긴 듯한 직선 자국들이 더는 구분되지 않았지만, 그의 몸과 몸에 새겨진 글자들은 확연하게 구분되어 가고 있었다. 그는 주위를 둘러보다가 이내 걸음을 재촉하며 끝이 정해져 있는 책장 한 칸 안에 길을 걸었다. 그와 같은 모습을 한 사람들은 책 속으로 몸을 집어넣고 있었다. 그들은 그처럼 매우 급하게 긴 거리를 걷지 않았다. 책에
2024.01.03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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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월 1일 0시 안산 화랑유원지 단원각의 종소리와 함께 갑진년 새해가 밝았다.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보신각의 타종으로 한 해의 시작으로 받아들이고 있다.12월 마지막 날이면 보신각 주변은 타종을 구경하기 위한 시민들로 가득하거나 TV를 통해 제야의 종 타종을 시청하며 카운트다운과 함께 새해를 맞이했다.보신각 동종은 1468년(세조 14년)에 정릉사에서 주조되어 이후 원각사로 옮겨졌으나 임진왜란으로 절이 불타 종루로 옮겨졌다. 1895년(고종 32년) 종루에 보신각이라는 현판을 걸게 되어 보신각종이라는 이름이 붙었다.이 보신
2024.01.03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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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환자가 119구급차를 타고 치료 가능 병원을 찾아 전전하다 숨지는 사고가 이어지고 있다.이에 소방청은 구급차 뺑뺑이 사망 사건을 방지하고자 이송 지연을 최소화하고 중증 응급환자가 제때 치료받을 수 있도록 소방의 역할을 정비하는 한편 구급 이송체계를 개편하는 등 이송 지연 최소화를 위한 계획을 발표했다.이것은 한국형 병원 전 중증도 분류체계 이른바 Pre-KTAS를 2024년 도입 예정으로 현재 전국에 있는 구급대원에서 Pre-KTAS 교육 이수 완료를 목표로 교육 중이다.내년부터 Pre-KTAS가 119구급대에 도입된다면 환자의
2024.01.03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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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궈진 프라이팬 안에서 당근과 양파가 연기를 내며 춤을 췄다. 나는 뒤를 돌아 동생을 보았다. 동생은 주황색과 검은색 크레파스가 잔뜩 묻은 손으로 춤추는 당근과 양파를 스케치북에 그렸다. 그리고 요리하는 언니의 뒷모습까지 그렸다. 스케치북 속 언니는 분홍색 레이스가 달린 앞치마를 입고 채소를 볶고 있었다. 나는 동생에게 손을 씻으라고 말했다. 동생은 집 안의 화장실을 들어갔다가 물이 나오지 않는다며 밖에 나갔다 오겠다고 말했다. 빨리 돌아오라는 나의 말을 듣고 동생은 옷을 따뜻하게 껴입고 핫팩을 챙겨 나갔다.그날의 언니도 지금의 나
2023.12.19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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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저편망토 감춰 건네준 사랑인데가시넝쿨 빨간 딸기라도 열렸나햇볕은 따갑게 내리쬐는데눌려 처진 등 가여운 그대여지나쳐 버린 가로수머물지 못한 바닷가은하수 넘나든 밤하늘시린 손 정겹게 잡아나 줄 것을가는 길 쉬며 바라보게 할 것을초라한 등줄기 떨어낼 눈물그대 앞섶에만 어른거리고미안함도 민망해 고개 감춘다그대여!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
2023.12.19 09: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