큼직한 뚝배기에 청국장...

시골집 할머니의 넉넉한 맛-부뚜막 식당

크고 화려함보다는 작고 소박함이 그리울 때가 있다. 소박함은 넉넉한 인심과 편안한 휴식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예로부터 장맛을 보면 그 집 음식 맛을 안다고 했듯이 우리내 토속음식은 장이 맛을 내는 주된 양념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주재료가 되기도 한다. 장을 주재료로 해서 만들어내는 대표적인 음식을 꼽으라면 단연 청국장이 으뜸일 것이다.

특별한 음식은 아니지만 청국장에 보리밥을 비벼 먹어본 사람은 정성과 맛에 반하여 단골이 되고 마는 곳이 있어 소개한다. 사동 성안중학교 맞은편에 자리한 부뚜막식당(대표:이윤성)은 정확한 위치를 알고 찾아가더라도 입구를 지나칠 만큼 겉모습이나 간판에 신경을 쓰지 않아 언뜻 보기에는 대형화 고급화 추세에 밀려 경쟁을 포기한 것처럼 보이지만 막상 속내를 들여다보면 맛과 정성으로 차별화에 성공, 식사시간이면 자리를 잡기가 힘들다. 그리고 좁은 가게에 비하여 여러 사람이 분주히 움직이는 것으로 보아 주위에 배달하는 양이 매장의 매출을 능가하는 듯 싶다.

가게에 들어서면 시골집 할머니의 넉넉한 웃음을 닮은 구수한 청국장 냄새가 입맛을 돋우어 시장기를 더욱 느끼게 한다. 물을 대신해서 나오는 보리밥 숭늉을 마시고 나면 화학조미료와 기름기에 길들여졌던 입맛은 사라지고 담백함이 입안을 가득 채운다.

오랜 시간 정성껏 갈무리한 장아찌와 입맛을 돋우는 황새기 젓갈과 함께 시원한 열무 물김치를 포함한 16가지의 각종 반찬들이 차려지고 비벼먹을 수 있는 큰그릇에 보리밥과 청국장이 끓고 있는 큼지막한 뚝배기가 식탁 가운데를 차지하면서 상차림이 끝난다.

푹 삶은 보리밥에 야채와 청국장을 넣고 비벼서 몇 숟가락 먹고 나면 양이 많다고 생각되었던 청국장 뚝배기는 금새 바닥을 보이고 배는 불러서 포만감을 느끼면서도 젓가락은 여전히 남아있는 밑반찬으로 가고 있다.

이 집의 특색이라면 특유의 냄새 때문에 청국장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거부감을 느끼지 않고 먹을 수 있도록 만들어 순하면서도 고유의 맛을 지니고 있다. 곰삭은 젓갈과 짜지 않은 장아찌는 오랫동안 준비한 주인의 노력을 보는 듯하여 맛과 정성을 함께 느낄 수 있다. 또한 청국장과 함께 35년 정성으로 주인이 직접 만들어내는 오장동 냉면과 막걸리는 여름철 더위를 식혀주는 또 다른 별미라고 옆에 있던 손님이 슬쩍 귀띔해준다.

이곳의 음식들은 소박하지만 35년의 정성과 고집으로 주인이 직접 만들어낸다. 그래서인지 가고 오는 곳에 특별한 볼거리나 화려한 인테리어가 없어도 가벼운 가격보다 더 가볍고 편안한 마음과 넉넉한 고향의 맛을 함께 즐길 수 있어 좋다.

가게가 대로변에 자라잡고 있어 가게 앞에 주차하기가 마땅치 않지만 가게 뒤쪽 주택가에 차를 세워놓으면 주차단속 걱정 없이 편안한 식사를 즐길 수 있다.<김정애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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