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 대중화의 선구자 - 해밀

‘비가 온 뒤에 맑게 개인 하늘’을 뜻하는 순우리말 <해밀>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확 트이는 풍경이다.

<해밀>은 국악 실내악 그리고 요즘 유행하고 있는 제3세계 음악. 이 모든 걸 넘나드는 장르의 음악을 개척해 가고 있는 국내 몇 안 되는 국악 실내악단 이름이다.

지난해 말 모임이 꾸려져 아직 공식적인 창단 연주를 갖지는 않았지만 <해밀>의 명성은 이 분야에 어느 정도 안목이 있는 사람들 사이에선 이미 꽤 알려져 있다. 지난 5월17일부터 sbs 에서 방영되고 있는 장길산의 국악부분 음악을 <해밀>에서 담당하기도 했다.

단원들은 국악기를 전공한 사람들로 새로운 음악에 대한 욕구를 키워오다 지난해 12월 의기 투합, <해밀>을 만들기에 이르렀다.

국악이 다른 대중음악에 밀려 외면당하는 현실을 그대로 방관하고 있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들이 지향하는 음악이 대중의 입맛에만 맞춰가며 이념 없는 베끼기를 지향 하는 건 아니다.

실험적이고 창조적인 국악의 대중화는 물론 국악기로 한국적 어법을 찾아 나가는 것이 이들의 궁극적인 목적이 된다. 해밀 단원들은 연주뿐 아니라 관객들에게 좀 더 색다른 형태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현대무용에 헬스까지 배운다. 음악은 듣기만 하는 게 아니라 연주자들의 표정까지 보기 때문에 움직임 표정을 좀 더 부드럽고 힘있게 하기 위한 단원들의 노력인 것이다.

<해밀> 단원들은 이처럼 국악에 대한 남다른 해석을 하고 있는 만큼 더 노력하고 연습한다.

단원들이 각자 자신의 분야에서 매일 기량을 다지는 것은 기본이고 매주 모이는 전체 연습은 하루 7시간 이상 몰입하는데 이런 강행군을 누구하나 마다하지 않는다.

지난 5월초 해밀의 연습실이 있는 안산시 단원구 와동의 어느 건물 지하 연습실을 찾았을 때 단원들은 연습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아직 전용 연습 공간을 마련하지 못한 상태여서 지난해 겨우 임대한 연습실은 방음을 위한 스폰지 몇 장이 벽에 둘러져 있는 게 고작이었지만 열기는 뜨거웠다.

10여평 남짓한 공간에서 눈에 확 드는 것은 연습실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낯선 의외의 악기들이었다. 국악 실내악단이란 사전 지식만 가지고 연습실에 들렀을때 좀 의하다하다 싶을 정도의 악기들이 연습실을 차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제일 먼저 눈에 띄인 것이 드럼, 전자기타, 키보드에 난생 처음 보는 전자피리까지...

가야금 대금 해금 징 등은 오히려 눈에 덜 들어왔다.

해밀이 국내의 몇 안되는 국악 실내악단과 좀 더 차별화 되는 것은 국악기는 정규단원이 연주하는 피리, 대금, 가야금, 타악, 해금 외에 게스트 형태로 이뤄지긴 하지만 베이스와 일렉트릭 기타 2대를 연주하는 단원이 연주를 함께 한다는데 있다. 특별한 경우 게스트들이 초빙되는 형식이 아니라 해밀의 연주에는 꼭 7명의 멤버(김진이:대금,김성민:피리,고주희:해금,정은:가야금,연제호:타악,권준택:기타,박종배:베이스기타)들이 동 서양 악기가 어우러진 형태로 함께 하게 되는 것이다.

“해밀의 음악은 국악기가 주축을 이루지만 연주하는 음악이나 연주 악기에 대한 제약은 거의 없다”고 해금연주자인 김진이씨(30)는 말한다.

이들이 요즘 연습하고 있는 곡도 일반인들에게 익숙한 영화음악이나 비틀즈의 곡들이란다.

오는 5월말이나 6월께에는 서울 대공원 삼천리 극장에서 공연도 계획하고 있는 <해밀>.

아직 국악의 대중화가 먹구름 속에 가려진 하늘이라면 <해밀>의 연주 활동 하나하나가 이름의 뜻처럼 비온 뒤 맑게 갠 하늘처럼 청명해 질 것 같다.

<박공주 기자 princess@ansa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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