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규 칼럼

한정규 문학평론가
한정규 문학평론가

 

고대철학자 소크라테스는 친구와 적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기를 친구는 충고를 해 주는 반면 적은 경고를 한다고 했다. 그래서 친구도 적도 필요하다고 했다.

사람으로 태어나 산다는 것 이 세상에 온 여행과 가르지 않다. 여행을 왔으니 이것저것 많이 보고 듣고 해야 한다. 여행하는 도중에 만나는 사람, 일어나는 일, 생각한 일, 느낀 일들을 감상하는데 있다.

서울에서 경주로 여행을 갔다면 경주의 어디 구경을 했느냐가 아니고 어떤 여행을 했느냐다. 여행이란 결코 서울에서 경주까지의 단순한 이동이 아니다.

다시 말해 여행 도중에 겪게 되는 여러 가지 사건, 따뜻한 인정, 자연의 엄격함이나 아름다움을 경험하는 것이 여행이 지닌 참된 의미 맛이다. 여행은 목적지가 아니라 그 과정에 재미가 있는 것이다.

사람이 태어난 것 또한 미지의 저 세상에서 이 세상으로 여행을 온 것과 다르지 않다. 이 세상에 와 하는 여행 중에 친구도 만나고 적도 만난다. 친구는 좋은 일에 너무 좋아만 하지 말고 나쁜 일에 너무 낙심, 실망하지 말고, 희망을 가지라고 충고를 해 준다.

반면 적은 좋은 일이나 나쁜 일이나 가리지 않고 두고 보라지 가만 두지 않겠다. 끝장을 보여주겠다. 그렇게 경고를 한다.

중요한 것은 어떤 경우도 적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 적은 별것 아닌 일에도 충고를 뛰어넘는 반응을 보인다. 똑같은 경우에도 날카로운 반응을 보인다.

시골 20여 호가 사는 마을에 평소 친하게 지내는 친구와 걸핏하면 시비를 하는 좋지 못한 관계의 사람이 있다.

하루는 그 두 사람과 마주한 자리가 있다. 그 자리에서 지난 날 수박서리를 했던 이야기를 했다. 그 말끝에 친하게 지내는 친구가 수박서리 물론 친구들과 장난으로 했겠지만 그 수박농사를 한 농부를 생각한다면 그런 짓해서는 안 된다. 앞으로는 그런 짓 하지도 자랑도 하지 말았으면 한다.

반면 평소 사이가 좋지 않아 적처럼 지낸 사람이 수박서리 이야기를 듣고 하는 말이 당신 정말 나쁜 사람이구나? 그 수박농사를 지은 농부가 봄부터 여름까지 고생한 것을 바꿔 당신이 지은 수박밭에 어느 날 밤에 수박서리를 당했다면 얼마나 마음이 아팠겠니?

난 그런 사람 얼굴도 마주하기 싫다. 또 다시 그런 짓을 하면 그 땐 경찰에 신고 지은 죄 값을 받도록 하겠다. 알겠니? 그런 반응을 보였다.

이처럼 똑 같은 경우의 이야기를 듣고 친구는 충고를 하는 반면 적처럼 지낸 사람은 경고를 그렇게 다른 반응을 보였다.

그게 친구와 적의 차이다. 그래서 알고 지내는 사람 간에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적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

소크라테스는 친구도 적도 있어야 한다고 말했지만 주변의 모든 사람과 가급적 친구로 지내야 한다. 그것이 이 세상으로 여행을 온 보람이다. 좋은 여행이 되도록 해야 함은 오직 자신이다. 너나없이 그렇게 했을 때 좋은 사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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