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서영숙의 미술세상ㅣ

서영숙 안산환경미술 협회 회장
서영숙 안산환경미술 협회 회장

작업을 하는 작가라면 늘 고민하는 순간이 있다.

지금 작업을 마칠 것인가? 좀 더 진행해야 하는가?

윌렘 드 쿠닝(Willem de Kooning 1904~97)은 네덜란드계 미국 화가로서 잭슨 폴록과 더불어 미국의 추상표현주의 대표 작가이다.

동시대 작가 중 유일하게 인물을 작품의 주제로 삼았던 그는 처음에는 남성을, 그다음에는 여성 인물을 그렸는데, 유기체적이고 생물 형태를 들쭉날쭉한 선으로 표현한 섬세하면서도 역동적인 추상화를 그렸다.

1948년에 첫 개인전을 열었던 그는 1950년대 거칠고 강력한 화법을 통해 여성을 악마적, 성적 대상으로 재형상화한 <여인> 연작을 통해 세계 미술계의 스타로 떠올랐다.

<여인> 연작은 상당한 속도감을 과시하는 야만적이고 성마른 붓질로 가득하며, 마치 물감으로 범벅이 된 바탕에서 어떤 형상이 솟아오르거나, 어떤 여성이 바탕에 재현 되는 것만 같다. 색상 또한 상스러울 정도로 화려해 유럽풍의 추상화와는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여인Ⅰ>은 1950~1952년 3년에 걸쳐 그린 작품으로서, 틀에 고정하지 않은 캔버스 천을 작업용 패널에 붙이고 거친 필치로 그림을 그리며, 종이에 그린 수정본을 캔버스에 핀으로 고정한 후, 다음 단계를 예측하고, 과감하게 테레핀유로 기존의 그림을 지우고 새로운 물감을 바르기를 반복하고 최종적으로 목탄으로 잘라낼 구획을 설정해 완성하였다.

1952년 작가는 거의 완성 단계에 도달했다고 느꼈으나 기대에는 미치지 않았던 작품을 제분에 못 이겨 작업대에서 떼어내 복도 판지를 쌓아 놓은 한구석에 던져 버렸다. 그런데 신작을 보러온 미술사학자 마이어 사피로가 이 작품엔 아무 문제가 없다며 호평하자, 작가는 용기백배 그리고 지우기를 반복하여 작품을 완성했다.

<여인Ⅰ>의 화면을 가득 메우고 선 정면의 여성은 풍만한 가슴을 자랑하지만, 성적 매력보다는 공포에 가까운 숭고를 이야기한다. 드 쿠닝은 말하길 “아름다운 여인을 그리려고 해도 계속 그리다 보면 어느새 추한 인상으로 변한다”라고 고백했다. 이는 실수가 아닌 일부러 실제의 모양을 일그러뜨리고 여러 번 지우고 덧칠하는 과정을 통해 대상의 본질을 꿰뚫어 보고자 한 작가의 고뇌가 담긴 작품이다.

그는 한 작품을 완성하는데, 수년의 시간이 걸렸으며 심지어 전시회 작품 출품 직전까지도 붓을 놓지 못했다고 한다.

<여인Ⅰ>은 아무리 보아도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그가 추구한 것은 아름다움은 아닌듯하다 물론 완벽함 또한 아니다. 그가 심혈을 기울여 완성한 그의 작품은 이 세상 어디에도 모든 것을 100% 만족할 수 없는 것이 인생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닐까?

저작권자 © 안산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