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교육칼럼ㅣ

정인숙 교육학 박사, 특수교육 전공

‘당신의 가장 행복한 시간은 언제입니까?’ ‘죽기 전에 해보고 싶은 것은 무엇입니까?’ 라고 물으면 대부분 ‘가족이나 지인들과 함께 모여 웃고 이야기를 하거나 여행을 하는 시간입니다‘라고 답하는 경우가 많다.

가만히 지나간 세월을 되짚어보면 행복했던 추억은 합격, 취직, 승진, 결혼, 출산 등과 같은 굵직한 일들도 있지만 소소한 여행의 기억에서 오는 경우가 많다.

나이가 들고, 특히 요즘같이 코로나 방역으로 외출과 식사 등이 제한되어 있을 때 ‘어떻게 하루를 우울하지 않게 행복한 느낌을 가지면서 지낼 수 있을까’를 생각해 보면 가족이나 지인들과 전화 통화를 하거나 작은 약속을 기다리는 시간인 것 같다.

대부분 부모들은 젊었을 때는 절약으로 자녀교육에 올인하고 ‘나중에 어느 정도 자녀가 성장해서 여유가 생기면 가족외식과 여행 등 여가를 즐기자’는 마음으로 살아온 것 같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과거의 시간은 어제로 흘러가 버렸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누릴 수 있는 행복의 시간과 자녀들이 장성했을 때, 자녀의 결혼 이후에 느낄 수 있는 행복감은 매우 차이가 있다. 20대, 30대, 40대, 50대, 60대, 그 이후, 그 시절마다 주는 감성과 건강에도 많은 차이가 있기에 어느 때라도 형편에 맞게 주어진 여건 속에서 가끔 행복을 누리기 위한 이벤트가 필요하다.

이런 행복은 ‘돈’을 매개로 이루어지는 것은 단연코 아니다. 가장 중요한 요소는 ‘24시간 모두에게 주어진 시간을 어떤 기준으로, 무엇을 우선시하며 살아가느냐’이다. 서로 시간만 함께 공유할 수 있다면 돈은 형편에 따라 수준에 맞추어 즐기면 된다. 돈이 풍성하다면 일류 호텔과 일류 여행지, 해외여행 등을 즐기고, 돈이 적으면, 소소한 텐트를 준비하여 음식 재료를 준비해 가서 캠핑장에서 손수 만들어 먹으면 된다. 고급 놀이동산이나 워터 파크를 못 가면 계곡에 가서 자연과 물놀이를 하며 더 재미있는 시간을 즐길 수도 있다. 여행이 아니더라도 함께 할 시간이 되면 가까운 곳에서 외식이라도 하며 대화하고, 긴장감을 내려놓고 편안한 시간을 가질 수 있다면 스테이크도 좋지만, 짜장면을 먹어도 행복하다.

지금은 뭔가 세상의 기준이 바뀌는 듯해서 안타깝다. 옛 선비들은 시(詩)와 문장(文章)으로 풍류(風流)를 즐기며 가난함을 미덕(美德)으로 알고 청빈(淸貧)함을 즐기며 고고(孤高)하게 살아가는 경우가 많았다. 현대에도 뜻있는 분들의 기부(寄附)도 종종 볼 수 있다. 이런 삶의 일 예(例)로 단국대학교 ‘장충식’ 전 총장님은 아내가 국회의원에 입성하자 명예를 가지면 ‘부’를 함께 가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시어 화곡동의 사저를 학교에 헌납 하셨다. 이 장소는 각 단과대학 대표들이 일주일씩 공동생활을 하면서 집중적으로 연수를 하는데 활용되기도 하였다. ‘명예’ ‘권력’, ‘부’는 한꺼번에 모두 가져야 할 대상이 아니라 하나를 가졌으면 그 나머지는 내려놓을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지 않을까?

요즘 뉴스를 보면 천정부지로 뛰는 집 값과, 비트코인, 주식 등 ‘돈’과 관련된 수없는 보도와 ‘어떻게 하면 자산을 두 배, 세 배로 만들까’에 골머리를 앓는 젊은이들에 대한 특집 프로그램을 접한다. 직장생활이나 사업 등으로 일정하게 얻는 월급은 너무 적은 수입이라는 생각으로 복권 당첨을 꿈꾸듯이 성실한 절약보다는 어디선가 부자가 될 묘수를 찾으려고 한다. 그런 일확천금(一攫千金)을 한 사례들도 있기 때문에 그런 사고를 말릴 방법도 별로 없는 것 같다. 안타깝게도 세상이 허풍(虛風)과 허세(虛勢)로 가득 찬 것 같다. 전세금에 1억만 보태면 구입할 수 있었던 집이 한 달도 안 걸려 3억을 보태도 못 구입하는 상황이 되었으니, 얼마나 허전한가? 일천만원 모으기도 힘든데 1억이 무슨 도깨비 방망이인가? 예고도 없이 이럴 수가 있는가? 이런 현실 속에서 ‘돈’에 의한 실망감, 희망(希望)이 절망(絶望)으로 변하고, 출가할 자식을 두고 있는 부모들의 한탄도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한편 비싼 집이 있어도 세금이 너무 비싸서 거래할 수도 없으니 수입이 없는 사람들은 생활비 걱정이 심화되고, 이제는 집을 사기도 어려우니 집이 없으면 더 걱정이다. 모두가 걱정이 많아져서 편안하지 못하다. 놀란 가슴이 진정되기가 쉽지 않다.

여기저기 ‘돈’, ‘집’, ‘건물’ 오로지 ‘돈’이 인생의 전부(全部)인 것처럼 돌아가는 현실에서 예전처럼 선비의 자존과 명예, 지식 그리고 지혜가 존중되는 그런 사회로 돌아가기는 길이 너무 먼 것 같다.

어떻게든 이 예상치 못한 큰 격차(隔差)를 채우기 위해 무슨 짓이라도 해야 할 것 같지만 이럴수록 침착해야 한다. 그나마 정직하게 살아갈 수 있는 기반조차 잃을까 봐 심히 우려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의 위력은 편안함과 사람다움의 기반이 되어 필수불가결한 도구임은 틀림없지만 때로는 돈이 독(毒)을 들고 들어올 수도 있다. 벼락치기 ‘돈’이 일상을 흔들고 갈등을 유발하여 오히려 현재의 행복을 크게 해(害)칠 수도 있다.

‘돈’에 두었던 가치 기준을 ‘소중한 시간’으로 바꾸어 보면 어떨까?

젊음이라는 시간을 가치 있게 즐기고, 직장생활에서 오는 소소한 성취감과, 친구들과 함께하는 공감의 시간, 가족들과 함께하는 긍정의 시간들을 더 많이 만들어 ‘그 시절’, ‘그 시간’에만 느낄 수 있는 행복을 누리며 건강하게 살아가는 날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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