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서영숙의 미술세상ㅣ

서영숙 안산환경미술 협회 회장

며칠째 습도만 높은 마른장마가 지속되고 있다.

이런 날은 쏟아지는 빗속에서 차장 밖을 내다보며 여행을 떠나고 싶다.

터너의 그림처럼 폭우 속으로 달리는 기차를 타고 싶다.

영국에는 최고 권위의 현대미술상으로 “터너상”이 있다. 매년 가장 훌륭한 새로운 전시를 보여준 화가에게 주는 상인데 이 상의 이름을 딴 사람이 바로 윌리엄 터너이다.

 

조지프 멀로드 윌리엄 터너(Joseph Mallord William Turner, 1775~1851)는 정신병자인 어머니와 작은 이발소를 운영하는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 그다지 넉넉지 않은 유년을 보내야 했다. 그는 심심할 때마다 이발소 창문에 그림을 그리곤 했는데, 예사롭지 않은 실력이 눈에 띄어 열네 살의 어린 나이에 영국 왕립아카데미 미술학교에 입학하여 수채화를 배우게 되었다. 그는 스물네 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아카데미의 준회원이 되었고, 3년 뒤 서른도 되기 전에 정회원의 자리에까지 오르게 된다. 터너는 일찍 인정받긴 했지만, 비사교적이고 괴팍한 성격 탓에 늘 외로운 삶을 살았으며, 평생 결혼하지 않았고 76세의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69세에 그린 <비, 증기, 속도-그레이트 웨스턴 철도>는 비 오는 날 템즈강 다리 위를 달리는 기관차를 그린 작품으로서 그림을 보면 가득한 구름 사이로 푸른 하늘이 조금 보이고 하늘 아래로는 쏟아지는 폭우로 온 세상이 분간하기 힘들 정도로 흐릿한 표현을 했다.

어디가 다리인지 어디가 강인지 구분하기가 힘든 풍경 속 기차가 대각선을 뚫고 달려 나오고 있다. 마치 대자연에 저항하려는 듯하다.

오직 연통 부분과 연실의 석탄불만이 뚜렷할 뿐이다.

폭우 속을 뚫고 지나가는 증기기관차의 속도감이 주는 긴장감과는 달리 왼편의 작은 배 한 척은 평화롭기만 하다. 이는 기차의 속도감과 대비되어 서로를 돋보이게 해주는 모티브가 아닌가 한다.

터너는 이 그림을 첨 본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자 제목을 설명형으로 길게 지었다고 한다.

그는 기차의 속도감을 몸소 체험하기 위해 폭우가 쏟아지는 날 열차의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10분 이상 풍경을 온몸으로 느끼며 관찰했다고 한다.

그 결과 탄생한 이 작품은 관람객이 비바람을 바라보는 게 아닌 마치 비바람으로 들어가 있는 느낌을 준다.

이런 관찰이 있었기에 이런 드라마틱한 작품이 탄생하지 않았나! 한다.

대자연의 장엄함과 숭고함이 그대로 표현된 정말 멋진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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