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한정규 칼럼ㅣ

한정규 문학평론가

이른 봄 한반도 중부 해안지역 풍도와 구봉도 등지에 봄을 알리기 위해 잔설을 뒤집어쓰고 피어나는 꽃이 있다. 그 꽃 복수초다. 복수초를 눈 속에서 피는 봄의 여신이라고도 한다.

어느 누구가 그 아름다운 꽃에게 무슨 못된 짓을 했기에 매년 이른 봄 잔설 속에서 복수초라는 노란피켓을 들고 여기저기에 옹기종기 모여 복수, 복수하고 소리를 지르도록 했는지? 그래서 그들은 사람들 시선을 끌어 모은다. 사람들은 복수, 복수초라는 끔직한 말에도 그들 모습이 아름다워 가까이 한다. 안타까운 것은 꽃의 아름다움과는 달리 그 이름 복수초라니 끔찍하잖아.

복수초는 속씨식물로 쌍떡잎식물과 미나리아재미목에 속한 식물로 아시아가 원산지로 산지 숲속에 자생한 그 크기가 10센티에서 30센티 크기로 자란다. 복수초는 여러해살이식물로 뿌리줄기는 짧고 굵으며 흑갈색의 잔뿌리가 많아 수염뿌리처럼 보인다. 잎은 어긋나고 깃털처럼 갈라지며 잎자루 밑에 녹색떡잎이 있다.

이른 봄 노란색 꽃이 피며 꽃의 크기는 4센티 미만이다. 복수초 뿌리와 줄기를 강심제 및 이뇨제 한약재로도 사용한다.

이른 봄 북쪽지방에선 눈 덮인 낙엽 사이에서 피어있는 꽃 복수초를 볼 수 있다. 이른 봄이면 노랗게 핀 꽃이 기쁨을 준데서 복수초라는 이름이 유래하고 있다 한다. 또 부유함과 행복함을 상징하는 꽃이라고도 한다. 그래서 영원한 행복, 슬픈 추억이라는 꽃말을 갖고 있기도 한다.

복수초가 약초로 쓰이기는 해도 강한 독이 있어 한꺼번에 많이 먹으면 안 된다.

그 같이 아름다운 꽃이 하필 복수초라는 이름을 가졌을까? 궁금하다. 하기야 찔레꽃, 장미꽃 같은 꽃들도 있다. 그래도 그들 꽃 이름은 소름이 끼칠 정도는 아니다. 반면 노루귀, 민들레, 산수유, 버들강아지, 개나리, 진달래 등 그 꽃 이름 얼마나 좋은가? 정감이 듬뿍 담긴 그런 꽃 이름에 비하면 어쩐지 복수초하면 소름이 끼친다. 소름이 돋는 복수초 그 이름보다 부유함 행복함을 상징하는 꽃답게 아름다운 이름으로 바꾸면 안 되나? 그런 생각도 해 본다.

영원한 행복 슬픈 추억이라는 꽃말을 품은 그리고 강한 느낌을 주는 꽃, 아름다운 말의 이름으로 개명하면 안 되나?

복수초가 아닌 봄 눈 속에 피는 꽃이라는 춘설화春雪花로 눈 속 아름다운 꽃 그리고 차가운 겨울을 지내며 속세로 얼룩진 마음을 깨끗이 씻어내게 해 준다는 꽃으로 이름을 붙여보면 안 되냐?

보통 이른 봄에 꽃이 피었다가 때 아닌 눈이 내려 그 눈에 덮인 꽃을 이르러 춘설화라 하지만 정작 춘설화 그런 이름을 가진 꽃은 없다. 그래서 복수초를 춘설화로 하면 어떨까?

한반도 서해 중부 중국을 가까이 한 풍도에서 봄의 전령 아름다운 꽃 복수초와 바다향기 그리고 저 멀리 북태평양에서 불어오는 훈훈한 봄바람과 함께하는 하루였다.

오늘 난 복수초 그 아름다움에 빠져 온 종일 즐거웠다. 뿐만 아니라 조선시대 무능한 고종과 민비의 농간으로 겪어야 만 했던 1885년 갑신정변과 그 후인 일연의 사건들로 맞은 1894년 풍도앞바다에서 일본과 중국청나라가 전쟁을 하면서 일본이 풍도를 병참기지로 사용했었던 역사 속 슬픈 일들을 떠올려 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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