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신현승 칼럼ㅣ

신현승 자유기고가

인간이라는 존재는 참 신기한 존재다. 기본적인 안전과 식량공급만 되는 조건이면 유희를 즐기기 위해서 온갖 사물과 환경을 이용하는 존재다. 인간 문화에서 유희와 놀이가 차지하는 비중은 생각보다 커서, 문화 강국이라면 제대로 된 민속 놀이는 물론 현대 스포츠의 융성도 어렵지 않게 관찰할 수 있다.

현대 스포츠에서도 가장 글로벌하면서도 인기가 높은 것은 역시 단연 축구다. 현대화 과정에서 미국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한국은 야구가 더 인기가 높기는 하지만,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국제전 같은 경우, 축구의 인기는 두말할 나름이 없다. 프로 스포츠는 아무래도 구단의 운영과 자금의 수급이 큰 문제가 되기 때문에, 한국의 야구 같은 경우는 그 규모가 커서 국내 유수의 대기업들이 구단을 소유하고 운영하고 있다. 축구의 경우도 비슷하게 출발은 했으나, 현재는 지역과의 연대를 강화한 구단들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 안산에도 과거 안산 무궁화 축구단이 이전한 후 2017년부터 안산 그리너스 FC가 활약하고 있다. 안산 시민들에게는 배구단과 함께 시민의 긍지와 즐거움을 선사하는 소중한 자랑거리인 것이다. 게다가 안산 그리너스 FC는 안산 시민들의 세금, 시 재정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그야말로 시민의 구단인 셈이다.

그런데, 최근 이 안산 그리너스 FC의 선수 영입에 대한 이야기가 연일 시끌시끌하다. 요약하자면, 제대로 된 절차와 과정이 없이 두 명의 선수를 영입했다는 것인데, 프로 스포츠에서 팀이 선수를 계약한 사실이 무엇이 문제인지 언뜻 들어서는 납득이 안 가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조금만 생각해보면, 어느 스포츠를 막론하고, 팀의 선수 수급은 가장 큰 문제며, 이것이 공정하지 못했을 경우는 문제가 될 수밖에 없으며, 게다가 그 구단이 시의 재정으로 운영되는 시민의 구단일 경우는 그 문제가 훨씬 더 심각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의 가장 큰 화두는 청년 실업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현 정권이 들어서기 전 호언장담했던 청년 취업 문제는 어느 새인가 화두에서 슬그머니 사라졌으나, 그 속이 더욱 더 곪아 터져 있음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지난 정권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에서도 가장 큰 이슈 중의 하나가 정유라 사건이었으며, 조국 전 장관이 실권한 계기도 딸 조민 사태 의혹에서 불거진 것이다. 단순한 취업 비리 정도로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대한민국 사회가 워낙 학연, 지연, 부모 후광으로 출세하는 잘못된 풍토로 찌들어버린 상황이라 이러한 것들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는 상상을 초월한다고 하겠다. 그리고, 이것은 비단 스포츠만의 문제가 아닌, 대한민국 사회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진다고 하겠다.

현 정권과 그 중심 세대인 586 세대는 그 윗 기성 세대의 구습, 구태, 계층화를 거부하던 세대다. 속칭 민주화 세대라고 불리우는 세대.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들 역시 그 윗세대의 악습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으며, 그것은 현 젊은이들에게 엄청난 반감을 불러오고 있으며, 오히려 그 윗세대보다 더한 위선자들로 비춰지고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지난 서울시장,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야당이 승리한 내용을 보자면, 20대가 대거 야당을 지지했음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그 원인이 무엇이겠는가? 젊은 세대들에게 희망을 주지 못하는 정치, 도덕적이지 못한 행정, 공평하지 못한 사회에 대한 반감이 아니겠는가?

축구는 재미있는 스포츠다. 그 재미있는 스포츠마저 이렇게 밖에 볼 수 없게 만드는 것은 대체 누구 책임인 것인가?

축구공은 둥글다. 그 공은 어느 각도에서 보아도 같은 모양이며, 같은 각도다. 왜 우리는 우리 젊은이들에게 똑같은 기회의 각도를 주지 못하고 있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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