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순희 전 안산여성 문학회 회장

시대의 변화와 흐름에 따라 한 나라의 중심에 서있는 젊은이들의 목표와 이상(理想)은 달라진다. 혼돈의 시대에는 온전한 자유민주주의를 꿈꾸고, 풍요롭고 자유로운 시대에는 낭만과 사랑을 꿈꾼다. 사회 경제가 좋아지고 교통수단의 급속한 발달로 글로벌 시대가 되었다. 한때는, 우리나라의 경제적 지위가 선진국에 달하고 여러 방면에서 세계적 지위도 높아져 이 작은 나라를 동경하는 사람들이 많이 생겨나기도 했었다. 이에 우리의 젊은이들도 내가 태어난 곳은 좁다고 소리치며 많은 경험을 쌓기 위해 전 세계로 나갔다. 새로운 것을 보고 배우고 돌아와 여러 곳에서 자신의 능력과 열정으로 나라의 발전에 한몫을 해냈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의 젊은이들의 생각은 어떤가. 얼마 전 ‘파이어족/ 40대에 은퇴한다.’라는 말이 나왔다.

파이어족은 1990년대 미국에서 처음 등장해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젊은 고학력·고소득 계층을 중심으로 확산되었는데, 글로벌 경제 위기 이후 사회생활을 시작한 밀레니얼세대(1981〜1996년생)를 중심으로 전 세계로 확산됐다.

‘파이어족’은, '경제적 자립(Financial Independence)'을 토대로 자발적 '조기 은퇴(Retire Early)'를 추진하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대부분의 은퇴 연령이 50〜60대인 기성세대와 달리 30대 말이나 늦어도 40대 초반까지 조기 퇴사를 목표로 하며, 20대부터 최소의 소비를 하면서 수입의 70〜80% 이상을 저축하는 젊은이들이다. 생활비 절약을 위해 주택 규모와 외식을 줄이며, 오래된 차를 타며 여행도 거의 하지 않는다. 부자가 되려는 게 아니라 좀 더 젊은 시절에 은퇴 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것을 목표로 한다.

요즘 우리나라에도 파이어족 삶을 추구하는 젊은이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직장에서도 자신의 능력을 개발하며 자부심을 가지기보다는, 주어진 시간에 빨리 경제적 자립 기반을 만들기 위해서, 저축보다는 주식에 투자하거나 요즘 다시 떠오르는 가상화폐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한다. ‘인생은 도박이다, 한 방이다.’ 이런 심정으로, 합법적인 투자이기도 하고 그 반대이기도 한 투자를 하는 것 또한 그들의 선택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다.

경제적 불확실성과 높은 청년실업률, 자신의 직업에 대한 불만족도가 높아졌지만, 불행하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찾은 최대한의 융통성 있는 삶의 방식이라는 분석도 뒤따른다.

우리나라 경제 중흥기에는 힘들어도 열심히만 하면 잘 살 수 있다는 희망으로 밤낮없이 일을 해온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 젊은이들은 열심히 일하려 해도 일할 자리가 없다고 하소연한다. 고학력자들이 대부분이고 청년실업자들이 늘어났다. 현시대의 젊은이들이 처한 현실을 사회, 경제적 상황으로 말해주는 신조어들이 많다. 이십 대 태반이 백수라는 ‘이태백’을 시작으로 연애 ․ 결혼 ․ 출산을 포기하는 ‘3포 세대’, 거기에 취업 ․ 주택 구입을 더해서 ‘5포 세대’, 거기에 인간관계 ․ 희망까지 포기하는 ‘7포 세대’, 7포 세대를 지나 이제는 모든 것을 포기하는 ‘N포 세대’, 거기에 새로운 패턴의 삶 ‘파이어족’……. 이 속에 서있는 젊은이들이 가진 무기력증을 어떻게 논해야 할까. 왜 이렇게까지 되었을까? 지금의 기성세대가 이런 젊은이들의 삶의 목표와 방식을 어떻게 이해하고 어떤 말을 해 줄 수 있을까. 우리 때는 지금보다 더 힘들고 어려웠어도 열심히 살았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정신적으로 너무 허약하다며 꼰대 소리를 할 것인가. 아니면 니들 삶은 니들이 알아서 해라 하며 그저 두 손 놓고 보고만 있어야 하는가.

누가 이들의 현 상황을 해결해 나갈 수 있을까.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찾을 수 있는 이들은 누구일까. 한 나라의 기둥이 되는 젊은이들이 자신의 능력을 한껏 발휘하며 열심히 일할 수 있는 나라, 더불어 자신의 인생을 계획하고 만들어가며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나라, 미래를 그릴 수 있는 나라…….

힘 빠진 젊은이들이 용기백배하여 다시 일어서서 열정을 불태울 수 있을까?

과연 어떤 말이 이들에게 조금의 위안과 용기를 줄 수 있을까.

필자 또한 무기력한 기성세대인지라, 지금 처한 젊은이의 삶에 어떤 지표도, 이성적 설득도, 약이 되는 말 한마디를 건네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혼자 조용히 읊조려 본다.

“젊은이여! 자신을 믿어라. 너무 서두르지 말고 차근차근 살다 보면 꿈꾸던 일이 만들어진다. 그러면 그곳에서 피어나는 삶의 실마리가 보이고, 어느덧 꿈꾸던 행복의 공간에 서 있게 될 것이다.”

막연한 이 말이 허공을 떠다니지 않을까? 아니면 한 번이라도 따라 읊조리며 조그마한 힘을 내게 될 것인가.

파이어족을 꿈꾸는 젊은이여, 그래도 힘내서 나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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