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길 공공택지개발구역 등기부등본 확인해보니...3분의2 이상이 ‘수상’
안산시, 불법 투기 의심 공직자 수사 의뢰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예정지역 투기 의혹으로 촉발된 ‘불법 투기 의심 전수조사’ 이슈가 전국을 강타하고 있는 가운데 장상지구와 함께 안산의 대표적 공공택지개발구역으로 손꼽히는 안산신길2지구에서도 ‘투기’로 의심되는 ‘농지 매입’ 사례가 무더기로 나왔다. 사진은 신길2지구 공공택지개발구역에 포함되는 농지에서 농사를 짓는 농부 뒤로 아파트 단지가 보이는 모습. 사진=오만학 기자

 

[단독]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예정지역 투기 의혹으로 촉발된 ‘불법 투기 의심 전수조사’ 이슈가 전국을 강타하고 있는 가운데 장상지구와 함께 안산의 대표적 공공택지개발구역으로 손꼽히는 안산신길2지구에서도 ‘투기’로 의심되는 ‘농지 매입’ 사례가 무더기로 나왔다.

특히 일부 필지의 경우 농지 소유주가 최근 ‘3기 신도시 원정 투기’ 의혹으로 도마 위에 오른 LH 전북지역본부가 소재한 곳의 인근 지역에 주소지를 두고 있는 것도 확인돼 사정당국의 철저한 수사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원정 농부들, ‘딱지’ 얻으려 330평마다 지분 나누기

안산타임스가 최근 대법원인터넷등기소를 통해 안산신길2지구 공공택지개발구역에 포함되는 필지 중 총 30여 곳의 부동산 등기부등본을 확인해 본 결과 이 중 20여 곳에서 ‘투기’로 의심되는 수상한 농지 거래가 확인됐다.

우선 이들 필지의 매매 시기는 정부의 신길2지구 개발 계획 발표 직전인 2017~2018년에 몰려있다. 부동산 업계 등에 따르면 총 74만6000㎡ 규모의 신길2지구는 지난 2019년 5월 부천 대장, 고양 창릉 등 3기 신도시와 함께 추진 계획이 발표됐다. 정부의 대규모 택지개발 계획을 사전에 입수할 수 있는 이들이 가족 및 지인 등을 동원해 대대적인 사재기에 나선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이들 필지에서는 농사를 짓기 위한 토지 매매라고는 보기 어려울 정도로 ▲다수의 공동 참여자들에 의한 토지 지분 분할 ▲쪼개기 투자 ▲원정 매매 ▲과도한 대출 등 전형적인 투기 방법들이 다수 발견됐다.

토지 지분 분할 사례의 경우 총 20여 곳의 투기 의심 필지 중 15개 필지에서 지분을 공동으로 소유한 정황이 나타났다. 이들 필지 중에는 서울 강남, 시흥, 전남 광주, 전북 무주 등 전국 각지에 주소지를 둔 이들이 공동으로 농지의 지분을 나누는 경우도 있었다.

대부분의 지분 분할의 경우 일명 ‘딱지’로 불러지는 토지 보상권을 염두에 두고 철저한 계산에 의해 공동 지분자의 수를 나눈 것으로 추정되는 모습들이 눈에 띄었다. 부동산 업계 등에 따르면 약 1091㎡(약 330평)마다 1장의 딱지를 얻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필지 주인, LH전북본부 인근 … ‘광명·시흥’ 이어 신길지구도?

특히 일부 필지의 경우 농지 소유주가 최근 ‘3기 신도시 원정 투기’ 의혹으로 도마 위에 오른 LH 전북지역본부가 소재한 곳의 인근 지역에 주소지를 두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시흥 거모공공주택지구와 접한 단원구 신길동 A 필지(1660㎡ 규모)에는 총 5명이 지분 공유자로 참여했는데, 이 중 B씨의 주소지는 LH 전북지역본부가 위치한 전북 전주시 인근 지역인 전북 무주군으로 확인됐다. 보도 등에 따르면 최근 LH 전북지역본부 소속 직원 C씨는 지난 2018년 2월 친인척과 동네 주민 등을 동원해 3기 신도시 지역인 ‘광명·시흥’ 지역에 원정 투기한 정황이 포착됐다.

또 다른 불법 투기 수법인 ‘쪼개기 투자’로 의심되는 사례도 발견됐다. 안산시 단원구 선부동 군자주공아파트에 주소를 둔 K모씨와 공동 지분 소유자인 H모씨(서울 관악구 보라매삼성아파트)는 지난 2017년 총 2611㎡ 규모의 단원구 신길동 소재 과수원 부지와 인근의 285㎡ 규모의 창고 부지를 함께 매입했다.

◇‘밭’ 사기 위해 75% 가까이 대출 당겨…“투기 가능성 높아”

대출을 과도하게 받은 경우도 5건이나 됐다. 시흥시 정왕동 주공아파트에 주소를 둔 L모씨는 신길2지구 개발지역에 포함되는 총 2241㎡ 규모의 밭을 사기 위해(거래가 3억3900만원) 군자농협으로부터 총 2억5350만원을 대출받았다. 즉, 75% 가까이를 대출로 끌어다 농지를 구입한 셈이다. 또한 단원구 신길동 휴먼시아아파트에 주소를 둔 D씨는 역시 신길2지구 개발지역에 포함되는 총 1664㎡ 규모의 밭을 사기 위해 군자농협으로부터 2억4830만원의 대출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LH 직원들의 불법 투기 의혹을 처음으로 폭로한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측은 지난 17일 "대규모 대출로 농지를 매입했다면 농업 경영보다는 투기 목적일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한편 ‘LH 사태’가 터진 직후 시 공직자 2510명과 안산도시공사 직원 318명을 대상으로 ‘불법 부동산 투기 거래’ 여부를 조사하고 있는 안산시는 지난 19일 “안산시 공직자 4명과 안산도시공사 직원 1명 등 모두 5명이 불법 투기가 의심돼 이들을 정부 합동 특별수사본부에 수사의뢰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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