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신현승 칼럼ㅣ

신현승 자유기고가

날씨가 한층 봄에 가까워지고 있다. 한국의 봄이야 예전에는 아름다웠을지 몰라도 1990년대부터는 중국의 산업화로 인한 미세먼지와 황사로 그 명성이 좀 떨어진 게 사실이다. 그래도, 파릇파릇 돋아나는 새싹들과 나뭇가지의 눈들을 보노라면 그 나름대로의 작은 봄을 느낄 수 있는 여지는 그래도 남아있는 것 같아 기분이 썩 나쁘지는 않다.

아직 코로나 19 정국이기는 하지만, 백신 보급에 대한 이야기도 있고, 가벼운 드라이브 정도는 즐겨볼만한 날씨가 곧 다가올 것이다. 안산은 전국 시도에서도 손에 꼽는 녹색도시다. 예전에 필자도 안산에 이사오기 전까지만 해도, 안산은 공업단지가 있어서 오염이 심하다느니, 빨간 비가 내린다느니 하는 여러 가지 헛소문들을 들었던 기억이 있다. 물론, 공단 부근은 여전히 좋지 않는 냄새가 나는 것은 사실이지만, 상록구쪽으로 넘어오면 그런 이야기는 마치 남의 이야기가 되어 버린다. 그것도 어쩌보면 나름의 ‘녹지화’에 성공한 덕분인데, 안산이 녹지비율을 유지하면서 얻는 메리트는 이 외에도 많다. 그 메리트들 중에서도 가장 쉽게 체감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스카이라인이다.

안산 외곽을 드라이브해보면, 그 도시의 전경이 꽤 예쁜데, 밤의 야경도 괜찮지만, 이맘 때 낮에 도시 외곽을 다니면 하늘과 녹색 땅의 어울림이 멋진 풍경을 만들어낸다. 나들이 다니는 맛은 어느 곳을 목적 삼아 가는 것도 좋지만, 역시 그 과정인 드라이브, 그리고 그 드라이브 중의 풍경이 백미(白眉) 아니겠는가?

그런데, 언제인가부터 그 스카이라인에 자꾸 고층 아파트들이 눈에 띄기 시작한다. 지난 번에 다른 글에서 언급한 적이 있지만, 안산의 가장 큰 문제라면 바로 인구감소인데, 자세한 정책까지는 알 수 없지만, 아파트를 신축함으로써 인구 유입을 꾀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도시가 인구 감소로 인해서 고사(枯死)하는 것보다는 나을 수 있겠지만, 그린벨트와 녹지를 해치면서까지 아파트를 짓고 있다면 그것은 조금 생각해 봐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LH 공사 투기 문제같은 부동산 이야기는 아니다. 필자는 그런 것은 잘 알지도 못하고, 언급하고 싶지도 않다. 다만, 시민으로써 도시외곽에서도 하늘을 가리는 것들이 자꾸만 생기는 것이 조금 마음에 걸린다는 이야기다.

당장 안산갈대습지공원만 가 보아도, 10년전에는 훤하게 먼 하늘이 다 보였었지만, 지금은 경기 테크노파크 건너, 화성 새솔동 쪽으로 이어지는 하늘은 고층 아파트들이 푸른 하늘을 막고 있다. 그것이 애초부터 아파트 부지로써 존재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왜인지 모르게 서운한 기분인 것이다. 습지 공원에 핀 해당화를 보면서 시원한 바람을 마주보고 자연을 느끼고는 했었는데, 어느 새인가 아파트를 바라보게 되었으니...

세상은 변한다. 도시도 그대로의 모양만을 고집할 수는 없다. 특히 이 한국이라는 나라는 개발과 건축에 열을 올리는 나라기 때문에, 돈이 되는 건축 사업의 속도는 그 어떤 나라보다 빠르다. 그러한 산업화와 건축에 대해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조금은 여유 있는 공간도 필요하지 않은가 해서 해보는 이야기다.

여러 부작용들이 알려져 있지만, 백신은 결국 언젠가 모두 보급될 것이고, 언제나처럼 인간은 질병을 이겨낼 것이다. 그렇게 되면, 곧 공항이 자유롭게 열릴 것이고, 밖으로 돌아다닐 일도 늘어날 것이다. 달리는 자동차 안에서 멋진 봄 풍경과 상쾌한 바람을 맞을 수 있다면 그보다 더 멋진 봄이 어디에 있겠는가? 그것이 예전에는 일상이었는데, 이제는 조금 쉽지 않는 꿈이 되어 버렸다. 그 꿈이 다시금 쉬운 일상이 되길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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