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서영숙의 미술세상ㅣ

서영숙 안산환경미술협회 회장

요즘 사람들에게 사과하면 무엇이 떠오르느냐고 질문을 하면 거침없이 이야기한다 아이폰의 애플 사과라고 그러나 프랑스 상징주의 거장 드니(Maurice Denis, 1870~1943)의 말에 의하면 역사상 유명한 사과가 셋 있는데, 첫째는 이브의 사과요, 둘째는 뉴턴의 사과요, 셋째는 세잔의 사과란다.

이브의 사과로부터 기독교가 시작되었으며, 뉴턴의 사과로부터 근대과학이 시작되었고, 세잔의 사과로부터 현대미술이 꽃을 피웠다. 세 사과가 각각 자연에서 종교로, 종교에서 과학으로, 과학에서 인간 감성으로의 전환을 이끈 것이다.

20세기 전반 회화의 거장 마티스와 피카소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세잔(Paul Cezanne, 1839~1906)은 미술을 공부하기 위해 파리로 떠나며 "나는 사과 한 알로 파리를 정복할 것이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그래서 그를 '사과의 화가'라고 부르기도 한다.

세잔은 미술의 본질은 형태에 있다고 생각했다. 모든 형태의 본질은 단순히 구형, 원통형, 원뿔형 세 가지에서 비롯한다고 생각했다. 또한 형태는 보는 사람의 위치와 각도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보이는데 동일한 사과도 위에서 볼 때와 아래서 볼 때, 옆에서 볼 때 모양이 각기 달라 보인다.

 

‘사과와 오렌지’(1895~1900)는 사과와 오렌지가 놓여 있는 정물을 그린 작품이다. 이 그림은 우리가 흔히 접하는 정물화와 다르다. 무엇보다 각 소재의 위치와 모양이 자연스럽지 않다. 왼쪽의 사과 접시는 오렌지가 담긴 접시와 다르게 비스듬히 기울어져 있다. 마치 위에서 내려다본 것 같다. 사과가 금방이라고 굴러떨어질 듯하다.

원근법의 원리를 지키는 전통적인 조형 원칙에 따르면, 모든 작품은 하나의 시점으로 그려야 하는데, 세잔은 다중 시점을 사용했다. 왜 그랬을까? 각 소재가 지닌 형태적 특성을 제대로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오른쪽 위의 접시는 원근법적 시점을 포기해 고의로 형태를 왜곡시켰다. 가장 그릇다운 그릇을 표현하기 위해, 위에서 내려다본 시점으로 그린 것이다. 세잔은 이렇게 시점을 옮겨가며 본 것들을 한 화면에 편집했다. 그 결과 원근법에는 어긋나지만, 전체적으로 안정감과 더불어 화면이 꽉 찬 느낌을 준다.

세잔은 명암법에 이은 원근법의 파괴로 서양미술의 토대가 되는 기준을 깨버렸다. 비난과 냉대가 쏟아졌지만 젊은 화가들은 환호했다. 미술의 새 지평을 열었기 때문이다. 세잔 이후, 미술은 외부 세계를 묘사하는 것에서 벗어나 그림 내부의 조형 세계를 표현하는 것으로 방향을 틀게 된다.

나는 중학교 1학년부터 유화를 시작해 하루도 거르지 않고 거의 매일 열심히도 그림을 그렸다 그림은 꼭 친구가 있어야 하는 놀이가 아니고 혼자 열심히 하다 보면 하나하나 작품이 쌓여 간다. 그 시절 유독 많이 따라 그렸던 세잔의 그림들 지금도 찬찬히 보고 있노라면 가슴이 따뜻해진다.

나만의 세잔 그리고 사과

언제든 보기만 해도 행복해지는 당신의 그림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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