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순희 전 안산여성 문학회 회장

 

일 년이 좀 넘은 시간이 인간의 삶 전체를 바꾸어 놓았다. 많은 질병들이 인류를 거쳐 갔지만 지금 우리가 맞이한 질병은 참으로 황당하고 이상한 질병이다. 이 질병은 인간의 행동반경을 제한하고 불안감을 조성하며 인간을 지배하고 있다. 모든 것이 뒤죽박죽이고 속수무책의 시간으로 만든다. 거리 두기, 집합 금지로 인해 대면이 어려워지고 삶의 여유조차 즐길 수 없게 되었고, 서로의 이동이 단절되어 문명의 이기(利器) 조차 발이 묶었다. 바쁘게 움직이며 살아 숨 쉬어야 할 것들이 호흡곤란에 빠졌다. 이제 백신이라는 대응책이 세상이 나오긴 했지만, 바뀐 삶의 패턴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아무도 모른다.

오늘은 그것들 중에 가장 많은 오류를 범하는 비대면 소통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려 한다.

이 시대는 소통의 길이 많다. 버튼 하나로 바로 대화를 나눌 수 있고 인터넷이나 휴대폰으로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 있는 톡이라는 것이 있어 실시간 소통이 가능하다. 그러나 손쉬운 매체들을 잘못 이용하여 생겨나는 크고 작은 분쟁들이 일어난다.

대화에 있어 거름망 없이 자신의 감정을 고스란히 담아 전화를 하거나 곧바로 글로 남기는 일이 많아졌다. 어떤 이는 계속 자신의 주장만을 옳다고 내 세우고, 어떤 이는 그저 상대방의 의견에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며 격분을 하며 날을 세운다. 걷잡을 수 없는 감정에 휘말려 자신의 속내를 훤히 내 보이며 폭발하는 일이 생긴다. 이로 인해 다른 사람과의 갈등을 만들고, 결국은 감정의 맞대응으로 대화의 장은 아수라장이 된다. 복잡한 상황이 연출된다. 대화의 단절을 가져오기도 한다. 많은 사람에게 정신적 손해와 아까운 시간을 빼앗기도 한다.

자신만의 생각의 벽에 갇혀 거르지 않은 폭탄성 발언이 쏟아내는 것. 이런 때는 본의 아니게 그 사람의 인격까지 의심하게 된다. 온라인에 날아다니는 수많은 언어들이 가지는 가벼움과 무책임성…….

이런 상황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갑자기 자유를 잃고 갇혀버린 시간이 길어져 만들어진 사회성의 부재라고 이해해야 할까?

최근 들어 이런저런 단체 대화방에서 소통의 부재로 언어폭탄이 터지는 곳이 자주 보인다. 그것은, 글로 표현하거나 대화를 나눌 때 좀 더 신중하게 생각해야 하는 의무와 책임에 반하는 일이다. 서로 얼굴을 보지 않고 대화를 나누는 일은 녹녹치 않다. 얼굴을 마주하고 대화를 하면 언어의 선택과 보이는 표정도 계산하면서 서로 조심하게 된다. 그러나 온라인 속 대화에서 지켜야 할 예절이 희석되어 생겨나는 소통의 오류가 점점 인간관계까지 무너뜨리고 있다.

펜의 힘은 강하다. 그래서 “펜이 칼보다 강하다”라는 명언은 지금도 존재하고 있고, 앞으로도 건재할 것이다. 펜의 중요성과 사명감은 이제, 글을 쓰는 작가나 언론인만의 몫이 아니다. 모든 이들이 글을 쓰고 세상에 내놓을 수 있는 세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의견을 글로 남기거나 말을 할 때는 신중해야 한다. 한 번 내뱉은 말과 세상에 내 보낸 글에서 선택한 언어는 자신의 인성이다. 타인에 대한 배려이다. 인간이기에 가끔은 오류를 범하기는 하지만, 바른 언어의 선택이 필요하다. 온라인이라고 해서 대화의 기법은 별다르지 않다. 온라인 소통의 자리에도 지켜야 할 도리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자신의 생각을 글로 올리는 데 있어 오류를 범하지 말자. 여과된 언어 사용으로 상대를 배려하며, 정중하고 품격 있는 대화의 장을 만들어 가는데 애써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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