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신현승 칼럼ㅣ

신현승 자유기고가

 

이제 차가운 기운이 물러가고, 따뜻한 계절이 왔다. 아직 그 날 그 날의 날씨에 따라서 오름과 내림의 차이가 크지만, 그래도 봄이 밀려오고 있음은 우리 몸과 마음이 이미 느끼고 있음이다. 코로나 19의 악령이 아직까지도 사회 곳곳에서 불안감을 주고는 있지만, 백신의 보금과 함께 그것 역시 빠르게 회복되어 갈 전망이다. 기후로도 사회적으로도 초봄 그 자체인 상황이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코로나 19의 뉴스가 조금 줄어들자마자 다른 갈등들의 뉴스들이 신문을 뒤덮고 있다. LH 공사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과 맞물려 각종 정치권 이슈들이 코로나 19가 빠져나가는 지면을 가득 채운다. 안산 장상지구는 이상이 없을까. 어느 하나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이야기는 없다시피 하다. 이것은 마치 그 동안 두꺼운 그 무엇인가에 의해 덮여있던 것들이 벗겨져 나오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원래 인간사라는 것이 갈등과 반목의 연속이기도 하기 때문에 특이한 현상은 아니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그 갈등과 반복의 반만큼이라도 좋으니, 조금은 좋은 소식이 있었으면 하는 것은 과한 욕심일까?

여러 독자 분들도 그러시겠지만, 필자는 삼국지라는 소설을 꽤 많이 읽었다. 지금은 영화, 게임 등에서 많이도 다루고 있지만, 어린 시절에는 그저 집에 있던 세로쓰기로 되어 있던 옛날 삼국지를 탐독하며 꿈을 키우곤 했었다. 물론, 동화 버전이나 가로쓰기 버전도 읽어 보면서 즐거워했던 기억이 난다. 언젠가 성장하면 나도 유비나 조조처럼 천하를 놓고 싸우는 영웅이 될 줄 알았는데, 커보니 그냥 백성1이 되어버려서 조금 서운하기는 하지만 삼국지연의를 읽으며 느꼈던 즐거움들은 지금도 여전하다.

삼국지야는 그야말로 인간사의 갈등과 반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소설이다. 진수가 쓴 정사 삼국지의 뿌리에 나관중이라는 사람이 살을 붙이면서 다소의 현실성은 잃어버린 측면이 있지만, 갈등과 전쟁에 대한 묘사는 오히려 배가된 면도 있다고 하겠다. 삼국지에서 가장 인기있는 캐릭터는 아무래도 제갈량, 유비, 조조, 장비, 조운, 관우 등의 캐릭터들일텐데, 이들은 각기 그 캐릭터와 분야는 다르지만 사람들에게 어떤 대리만족 감정과 카타르시스를 주는 면에서는 같은 공통점을 가진다고 하겠다. 가만히 면면을 따져보면 각기 지모 또는 용맹에서 뛰어난 캐릭터들인데, 삼국지를 읽는 사람들은 이들의 활약에 따라 울고 웃는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이 중에서도 그런 면모가 없는 캐릭터가 한 명 있는데, 그것은 바로 주인공 ‘유비’일 것이다. 유비는 제갈량이나 조조만큼 똑똑하거나 책모가 뛰어나지도 못하며, 관우 장비나 조운처럼 용맹한 것도 아니다. 그저 우리가 알고 있는 유비의 모습은 두루뭉술하게 웃으며 허허대고 있는 장면뿐이다. 그런데도 유비는 주인공이고, 인기가 많다. 본디 캐릭터라는 것이 다른 인물들과의 차별성에서 그 제 1의 개성이 시작되는 것인데, 이 캐릭터는 그런 특이한 부분이 꽤 많이 깎여나가 있는 셈이다. 또, 재미있는 것은 삼국지를 읽는 독자뿐만 아니라, 그 역사와 소설 안에 있는 수많은 백성들과 명사들마저 유비를 많이 따른다는 점이다. 도대체 이 사람은 어떤 매력이 있었기에 이렇게 인기가 많았을까?

필자는 그것이 바로 ‘희망’이라고 본다. 판도라의 상자 맨 밑바닥에 있었다는 희망. 그 당시 중국 백성들과 후대의 삼국지 독자들은 유비를 통해서 어떤 희망을 보았던 것이다. 지금은 비록 좋지 않지만 곧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 그 희망의 아이콘이 바로 유비였던 것 같다. 조조의 추격대를 피해 달아나는 유비를 따르겠다는 군중들, 그들을 붙잡을 수 있는 것은 희망 그 외에는 그 무엇도 없다. 유비 사후(死後) 그 유지를 받들어 북벌을 감행했던 제갈량도 그 유비의 희망을 따르는 한 사람이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역사와 소설 속에서 그러하듯, 우리 현실 사회에도 이러한 메시지를 던져주는 유비같은 인물이 어디 없을까? 국민들을 편가르기 하고, 여론을 조작하고, 사탕발림으로 호도하는 그러한 것 말고, 진짜 희망을 주는 지도자. 그런 뉴스. 계절만이 아닌, 그런 희망의 봄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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