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특별기고ㅣ

김선필교수,시인,칼럼니스트

신축년(辛丑年) 새해가 밝아오고 또 한해 태양은 힘차게 밝아왔건만 저 반월 뜰 어스럼 앙상한 가지는 서러워 떨고 있다. 새벽호수 자욱한 안개 숲 헤치며 스치는 자동차 헤드라이트 게슴츠레한 불빛은 밝아오는 안산의 여명을 일깨우고 있다.

겨울을 보내는 길목에서 그 잿빛 향기는 어김없이 우리에게 다가와 다시 또 보내야 하는 아쉬움의 여운을 조용히 음미하고 있다.

가고 또 오고 그래도 변함없는 정겨운 안산 , 초지동 자락 앙증맞은 화랑호수는 오늘도 청둥오리 가족들의 유유한 유영에 하루가 기울고 , 호수 가운데 섬처럼 피어난 갈대숲의 속삭임은 살길 찾아 헤매는 철새들 보금자리가 되어 그들만의 대화에 여념이 없다 .

호수를 끼고도는 산책로 연인들의 다정한 밀어는 익어가고 , 곁의 자전거 도로엔 자전거 타고 즐기는 악동들, 자전거 바퀴 ,흐르는 땀의 채취는 삭막한 안산의 정취를 한껏 돋구어, 그래도 이 겨울이 훈훈해 짐을 어이할까!

지난시절 실직으로 시름에 잠겨 방황하던 서민들의 마음에 안식처가 되었고 부담 없이 낚싯대 하나들고 무료함 달래며 소주잔에 낚시 줄 들여 설움을 씹던 정겨운 화랑 저수지.

시선을 지평으로 돌리면 잠자리처럼 비행하는 장난감 같은 경비행기의 공중 놀음에 잠시 넋을 잃기도 해야했다.

초지 넓은 뜰 시내 한복판 경비행장은 우리 안산의 자랑거리며 시민들 휴식과 낭만의 공간이기도 했다. 비록 지금은 그 경비행장은 사라지고 와~스타디움이 들어섰지만 , 그래도 화랑저수지 경관은 보존할수 있었다 , 만약 화랑저수지 마저 매립 되었다면 이렇게 아름다운 풍광을 만끽하며 자연의 아름다운 풍요를 감상할 수 있을까.

그나마 도시 중심부 유일하게 남은 초지역 부근 공한지 마져 역세권이라는 명분으로 새로운 주거시설과 백화점, 복합쇼핑몰, 테마파크 등으로 개발한다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250만평 넓은 고잔 뜰은 이미 잿빛 콘크리트 숲으로 변모한 오늘 , 20 여 만평 초지뜰과 화랑저수지는 우리 안산(安山)의 유일한 휴식처로 다가와 시민과 가까이 자연과 동화되어 인간미 (人間美) 와 낭만과 서정을 접할수 있는 멋드러진 호반도시로 남았지.

90년대 초 한때 화랑저수지 를 매립하려는 시도가 있었던 걸로 기억하고 있다 , 당시 필자는 “없는 호수도 만들어야 하는데 매립은 안될말” 이라며 반대했고 많은 시민들이 동조해서 오늘의 멋진 화랑호수를 보존시키게 되었다 .

그리고 한 달에 한번이상 화랑저수지, 화정천 ,안산천 등을 누비며 당시 필자의 회원들과 함께 정화운동도 했다.

비록 고잔뜰 개발은 막지 못했지만 감개 무량함을 감출 수 없다 .

지금은 사라진 협궤열차의 추억은 그 옛적 우리 반월 (구 안산 ) 의 자랑이었고 연인들 밀어와 낭만의 장소이기도 하였다. 버스와 부딪쳐도 이기지 못하고 넘어지고 안산 원곡역 언덕 오를 때는 힘이 달려 사람들이 내려서 밀고 가기도 했다. 뒤뚱거리는 꼬마열차를 타고 반월 , 군자역을 거쳐 논, 밭 가운데로 억새풀과 갈대숲의 속삭임을 들으며 잡초 우거진 미니 철길, 고잔역 작은 역사와 1 명뿐인 역장겸 검표원들.

그 옛적 일제가 내륙지방 우리 양민들로부터 강제 수탈한 물자를 소래철교를 거쳐 포구에서 그들 일본으로 도둑질 해갔던 통한의 소래포구를 보며 당시 협궤열차 폐지를 그렇게도 반대했지만 , 민족의 한과 애환이 서린 우리나라 최초 꼬마 열차였는데, 아쉽다.

사리포구(현재 호수동부근) 썰물 뒤 앙상한 갯벌을 보며 뻘 속에 반쯤 묻힌 선주없는 폐선은 황량한 포구의 서정을 더 해 주었지만, 이제는 사라졌다

개발과 탐욕의 재물로 추억 속에 묻혀 그리움만 남게 되겠지 , 새벽안개를 뚫고 산지사방에서 새로운 삶의 터전을 찾아 쉼 없이 달려와 아들 딸 낳고 정착한 알뜰하고 정겨운 보금자리 그곳이 바로 안산(반월)이다.

소박하고 정겨운 사람이 오순도순 “삶” 의 정 (情)을 나누고 내일을 꿈꾸며 희망을 엮어가는 이곳, 이곳이 바로 안산 (安山) 아니던가.

아무리 척박하고 힘들어도 잃지 않아야 할 것 , 인고의 기억이 절절히 베어 흐릿해 망각의 여울로 빠져들어도 새 희망의 해 신축년.

이곳 안산에서 사람의 ‘향기’를 진하게 맡아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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