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신현승 칼럼ㅣ

신현승 자유기고가

인류가 기록이라는 것을 할 수 있게되고, 역사(歷史)라는 것이 시작되면서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동물은 무엇이었을까? 아마도 말과 소였을 것이다. 그 외에도 개, 고양이, 양, 돼지 등이 있기는 하지만, 석기 시대부터 지금까지 말과 소가 인류와 함께 이루어낸 성과는 그들이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정도라고 할 것이다. 개가 비록 사람과 가장 잘 교감할 수 있는 동물이기는 하지만 말과 소가 할 수 있는 수송능력과 생산능력은 어떻게 흉내낼 수가 없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소가 사람과 한 일이란, 사람의 그 역사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류 역사의 화려한 부분, 교역이나 전쟁과 관련된 부분은 말이 함께 했지만, 정작 인류가 가장 필요로 했던 농업, 식량, 수송 등의 업무는 모두 이 ‘소’라는 동물을 매개로 했었다. 말처럼 화려하지 않고 빠르지도 않지만, 그 특유의 지구력과 유순함으로 인류의 역사를 우직하게도 끌어왔다. 게다가 ‘육식’을 선호하게 된 현대 시대에서는 그 몸을 바쳐가면서까지 공헌중인 동물이 바로 ‘소’다. 지금은 우유 생산과 고기 생산에 거의 치우쳐 있는 그 모습이지만, 그 성질이나 속성은 아직도 우리에게 전원에 대한 향수, 푸근함과 안정감을 주는 동물이다.

소는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노동력과 생산의 상징이었으며, 제1의 재산이었다. 불과 몇 십년전만해도 ‘소 팔았다’는 것은 엄청난 리스크를 상징하는 일이었다. 자식이 대학에 가거나 결혼하는 등의 중대사가 아니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2021년이 밝았다. 원래 육십갑자(六十甲子)는 입춘을 기준으로 돌기 때문에, 사실 아직 경자년은 끝나지 않았다. 그러나, 곧 신축(辛丑)년, 소의 해가 온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지난 것은 가고 새로운 것이 오는 시기다.

지난 해가 마치 어두운 곳으로 몰려가는 쥐떼처럼, 역병이 돌고, 곳간이 털리는 해였다면, 이제 올해는 외양간에서 푸짐하게 여물을 먹고 입김을 내뿜으며 농사 나설 준비를 하는 우리의 일꾼 ‘소’ 같은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물론, 모든 것은 양면성이 있기 때문에, 소가 무조건 좋은 것을 상징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새해를 맞이하는 입장에서 아무래도 좋은 일이 많이 있기를 바라는 것은 당연지사일 것이다.

지금 사회는 많이 피폐해져 있다. 이미 이 이전의 글들에서도 여러 번 표현했었지만, 사람들은 최근의 그 어느 때보다 가난해져 있으며, 빈부의 격차는 더더욱 벌어져가고 있는 모양새다. 거기에 코로나19까지 덮쳐, 말 그대로 사회 자체가 버티고 서 있기조차 힘겨운 상태다.

이러한 상황에서 ‘소’의 해가 왔으니, 어찌 보면 참으로 아이러니라 하겠다.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소가 바로 ‘지구력’과 ‘참을성’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새해에 들어서면서 가장 먼저 우리가 생각해야 할 부분은 바로 지구력과 참을성이라고 생각한다. 막연히 두 눈 꿈벅 대며 서 있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버텨내고 참아내고 이겨내야 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은 것이다. 승부라는 것은 쉽게 이기는 경우도 있겠지만, 진정 큰 승리라 하는 것은, 어려움을 이겨내고 거두었을 때 큰 승리인 것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지금의 이 시련들. 버티고 이겨내야 하는 것이다. 언제나처럼 막연히 다른 화려한 ‘복(福)’을 떠올릴 게 아니라, 이 시련을 굳건히 이겨내고, 앞으로 나아갈 준비를 해야하는 것이다.

정말 소처럼 말이다.

아마도 우리 사회는 당분간 쉽지 않을 것이다. 여러 가지 비정상적인 행태들이 나타나고 있고, 부동산과 주식시장, 코인시장 등이 요동치고 있다. 애초에 그러한 투자 시장에 뛰어들 여유조차 없는 사람들에게는 또 그조차 사치인 상태다.

소처럼 버티자. 발 밑이 진흙밭이어도 버티자. 소처럼 말이다.

워랜 버핏이 말한 ‘버티기’는 투자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생활, 그리고 생존 그 자체에 해당되기도 하는 말인 것이다.

소처럼 버티고, 승리하는 한 해가 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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