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서영숙의 미술세상ㅣ

뱅크시(Banksy 1974~)는 영국의 미술가 겸 그라피티 아티스트, 영화감독이며 기발한 유머 감각과 신랄한 현실 비판이 담긴 작품을 주로 하는 그는, 무려 20년 동안 자신을 철저히 숨기며 주옥같은 작품을 남기고 있으며, 현존하는 최고의 작가 중 하나이다.

뱅크시는 공공장소에 남몰래 작품을 남기고 바람처럼 사라지는 것으로 유명하다.

뱅크시는 가명이고 얼굴을 공개하는 일도 거의 없이 웹사이트를 통해 자신의 예술작품을 공개한다. 자신을 예술 테러리스트라고 지칭하는 그는 영국 런던 대영박물관에 잠입해 원시인이 그려진 돌을 몰래 진열해두고 도망가기도 했는데 며칠 동안 사람들은 그게 가짜인지 몰랐다.

2018년 10월 5일 런던 소더비 경매에서 140만 달러(약 15억 원)에 낙찰된 뱅크시의 작품 ‘풍선과 소녀’가 낙찰되자마자 저절로 파쇄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경매 진행자가 낙찰 봉을 내려친 순간 그림의 캔버스천이 액자 밑으로 내려오며 세로로 잘려나갔다. 그 광경은 전 세계에 퍼져 나갔고 뱅크시는 자신이 벌인 일이라고 밝혔다.

그는 “몇 년 전 그림이 경매에 나갈 것을 대비해 액자 안에 몰래 파쇄기를 설치했다”라며 “파괴하려는 충동은 곧 창조의 충동”이라는 피카소의 말을 인용했다.

그러면서 파쇄된 그림에 ‘사랑은 쓰레기통 안에 있다’라는 새로운 제목을 붙였다. 낙찰되자마자 파쇄된 작품은 뱅크시의 작품인 데다가 미술계 역사상 희대의 장난이 더해져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기도 하였다.

그런 그가 2020년 5월 코로나 19 바이러스와 최전선에서 싸우고 있는 의료진을 응원하는 새 작품을 공개했다.

BBC 등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뱅크시의 새 작품은 가로·세로 각 1m 크기로 영국 사우샘프턴의 병원 복도 벽에 전시 중인데, 뱅크시는 인스타그램에서 새 작품의 제목은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라 밝혔다.

​게임 체인저란 시장의 흐름을 통째로 바꾸거나 판도를 뒤집어 놓을 만한 결정적 역할을 한 사람, 사건, 서비스 제품 등을 가리키는 용어로, 아마 바이러스라는 전대미문의 사건에 대항하는 최고의 영웅들이 의료 종사자라고 말하는 듯하다.

 

​그림은 한 남자아이가 간호사의 인형을 손에 쥔 채 하늘을 날게 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다른 장난감 바구니에는 배트맨과 스파이더맨 등 대중에게 익숙한 영웅의 인형이 담겨있는 그것으로 보아, 뱅크시는 코로나 19와 싸우는 간호사 등 의료진을 새롭게 떠오른 영웅으로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작품 속 남자아이가 가지고 노는 간호사 인형은 안면 마스크와 간호 모자를 썼으며, 간호사에 의료 복 중앙에는 이 그림에서 유일하게 유채색으로 표현된 적십자 문양이 그려져 있다.

뱅크시는 이 그림과 함께 남긴 메시지에서 “여러분이 하는 모든 일에 감사드린다. 비록 흑백 작품이지만, 이 작품이 이곳을 조금 더 밝게 만들어주길 바란다”라는 뜻을 밝혔다.

이 작품은 병원 복도의 벽에 남겨져 있다가, 이후 영국 국민건강보험(NHS) 기금을 모금하는 경매에 부쳐질 예정이다. 그 이전까지는 이 병원의 응급실에 들어가는 환자부터 환자들을 돌보는 의료진과 보호자들이 마음껏 이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당 병원 측 관계자는 “뱅크시가 NHS 와 함께 모두가 기여한 부분을 인정하기 위해 우리 병원을 선택했다는 사실에 매우 영광을 느꼈다”라면서 “이 작품이 우리 병원에서 환자를 돌보는 모든 사람의 사기를 높일 것이라는 사실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연일 500명을 오르내리는 코로나 확진자 속에, 뱅크시의 작품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감염병 최전선에서 사투를 벌이는 의료진들.

우리의 일상을 하루라도 앞당기기 위한 의료진들과 과학자들의 노력과 헌신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누구나 맘속 깊이 생각하며 늘 감사하는, 커다란 어려움 속에 우리를 지켜주고 있는

의료진들이야말로 진정한 이 시대의 영웅이 아닌가? 그 영웅들이 있어 우리가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는 오늘, 이 나라의 대한민국에 살고 있음에 새삼 감사함이 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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