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서영숙의 미술세상ㅣ

안산환경미술 협회 회장

미술에도 고급과 저급의 경계가 있을까? 일상생활과 대중문화를 반영한 미술은 저급 미술인가? 또한 미술이란 어떠한 의미와 해석을 꼭 포함해야 하는 걸까? 아니면 제프 쿤스의 말처럼 어떠한 숨겨진 의미도 있을 필요도 없고 미술을 즐기기 위해선 어떠한 조건도 필요 없는 것일까?

비싸기만 한 싸구려 예술 사업가라고 혹평하는 이들도 많은 제프 쿤스(Jeff Koons 1955~) 그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지만, 생존작가로는 최고 경매가 기록을 세 번이나 갈아치울 만큼 현대미술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가 중 한 사람이다.

그는 1955년 펜실베이니아에서 가구상인 아버지와 재봉사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아홉 살 때부터 이웃집에 사탕이나 장난감을 팔았고, 유명한 그림의 모작을 아버지 가게에서 파는 등 어렸을 때부터 남다른 사업적 수완을 보여주었다. 10대 시절에는 초현실주의 예술가 살바도르 달리를 우상으로 여겨서 달리가 묵고 있던 호텔을 직접 방문하기도 했고, 달리가 사망했을 때는 달리를 따라 머리를 붉은색으로 염색하고 콧수염을 기르기도 했다.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와 메릴랜드 예술 대학에서 공부를 한 그는 대학 졸업 후 1980년에는 증권 공부를 해서 월스트리트에서 증권 브로커로 활동하며 남는 시간에 작품을 만들었는데, 주식투자로 큰돈을 벌었고 이후 본격적으로 창작 활동을 시작했다.그는 앤디 워홀의 ‘공장(The Factory)’처럼 큰 작업실에서 여러 명의 직원을 고용하여 작품을 만들었는데 ‘새로운 것 (The New)’ 시리즈를 제작하여 미술계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으나 1990년 베네치아 비엔날레에서 ‘메이드 인 헤븐’ 시리즈를 공개하여 큰 파문을 일으켰다. 이 시리즈는 포르노배우 출신이자 이탈리아의 국회의원으로 유명한 치치올리나를 모델로 고용해 성행위 장면을 사진과 조각으로 표현한 것이었다. 1991년 쿤스는 치치올리나와 결혼했지만 1992년부터 따로 살기 시작해 7년여의 소송 끝에 1998년에 이혼했다. 1995년에는 자신의 작품을 만들어줄 업체가 부도를 내면서 거액의 제작비를 날렸고, 이혼 소송비용으로 큰돈을 써 1999년 무렵 파산 직전까지 가는 위기에 몰렸다. 그래서 70명이 넘던 작업실 직원을 두 명만 남기고 모두 해고했다. 그러나 막대풍선으로 만든 강아지를 본떠 만든 ‘벌룬 독’ 시리즈와 선물 포장을 형상화한 ‘축하’ 시리즈 등이 성공을 거두면서 재기에 성공하게 된다. 이후 벌룬 독, 사탕, 하트, 부활절 계란을 형상화한 대형 미술 작품에 몰두했다. 현재 그의 작품들은 세계 주요 미술관의 랜드마크가 되었다. 한국에도 그의 작품이 여러 점 설치되어 있다.

 

이중 기다란 풍선을 꼬아서 만든 ‘벌룬 독’은 거대한 크기로 확대된 작품으로 거울처럼 반짝거리는 표면과 선명한 색상을 뽐내고 있는데 마치 어린 시절 놀이공원에서 피에로 아저씨가 만들어주던 ‘풍선 강아지’를 닮아 현대인에게 동심을 불러일으킨다.

제프 쿤스는 “자신의 작품은 쉽게 접할 수 있으며 이에 대해 올바르거나 틀린 해석도, 숨겨진 의미도 없다”라고 밝혔다.

이러한 제프 쿤스의 철학과 그의 작품들은 많은 질문을 떠올리게 한다.

그림 아는 만큼 보인다지만 어지러운 이 세상 제프 쿤스의 벌룬 독처럼 아무런 숨겨진 의미 없이 보고 느낄 수 있는 작품 또한 감상자로서 즐겁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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