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서평ㅣ

신도성 시민기자

12년 전 10월의 이맘때에 아내가 선물로 주었던 책을 최근에 다시 읽었다. 처음 읽었을 때에 찾지 못했던 부분도 많고 새로운 감흥을 주거나 처음과 다른 각도에서 이해되는 부분도 적지 않기에 마치 처음 읽는 것처럼 책을 정독했다.

마음의 배

어떤 돌도 꽃처럼 물 위에 뜰 수 없다.

하지만 만일 그대가 배를 가지고 있다면

그 배는 수십 킬로그램의 돌을 실어도 물 위에 뜰 것이다.

(본문 중에서)

간략한 줄거리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사채를 쓰면서 늙고 병든 어머니를 봉양할 수밖에 없는 어려움을 겪으면서 직장 다니던 소설의 주인공 한바로는 어느 날 할아버지의 재산 일부를 상속받을 수도 있다는 통보를 받으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런데 상속전담 변호사를 통해서 받은 안내문에는 R____+A____=___y 에 정확한 단어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며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서 할아버지의 사업장이 있었던 미국 시카고로 건너가서 그분(할아버지)의 흔적을 찾는다.

마치 난수표를 해석하는 듯이 어려운 과정에서 한바로는 주변 분들의 도움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문제를 풀지 못해서 상속재산을 물려받는데 실패하였다. 그러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할아버지의 스펀지 쿠션이 주는 마음의 위로를 느끼게 되면서 물질적인 풍요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일상의 행복을 발견하게 된다.

다람쥐가 쳇바퀴를 돌듯이 반복되는 하루 또 하루와 매달 따박따박 날라 들어오는(주인공은 이를 ‘지옥의 메시지’라고 부르는) 카드요금청구 문자메시지 등 도저히 희망이라고는 바라볼 수 없는 깜깜한 현실이기에 우리도 공감이 가는 내용이다.

한바로는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나듯이 주어진 돌파구를 해결하기 위해서 미국까지 건너가서 할아버지의 흔적을 발견하는 과정에서 마음쿠션의 비밀을 알게 되었다. 그는 어떤 일을 직면하게 된다면 마치 쿠션 안에 들어있는 스펀지들이 그렇듯이 차분하고 평온하게 대처법을 만들어갈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저자는 소설에서 어쩌면 이상형의 인생을 꿈꾸었던 것 같다. 보이는 현실 저 너머에 보이지 않는 이상형의 다른 현실을 보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그리고 있다. 마치 비행기를 타면 구름 위의 높은 곳에는 태양이 찬란히 빛나고 있었건만, 그 아래의 세상은 폭우와 광풍 천둥 번개로 꽉 차있다는 내용을 말하고 싶어 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찌해야 한다는 말인가. 우리가 강한 비와 미친 바람을 조절할 수가 없다면 이동하여 구름 위 찬란하게 태양이 빛나는 곳으로 가야 한다는 의미를 암시하고 있다.

이 책에서 마음을 압도했던 것은 헤라클래스의 이야기이다. 한바로가 할아버지 지인 민박사 부부가 전해준 이야기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우리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비유로 소개하고 있다.

좁은 길을 지나던 헤라클래스가 사과 크기의 이상한 물건을 발로 차니 수박 크기로 커졌다. 흥분한 헤라클래스가 힘껏 찼더니 바위만큼 되었고 열이 올라서 쇠몽둥이로 내리치니 두 배로 커져 좁은 길을 꽉 막았다는 것이다.

그때 아테네 여신이 나타나서 산더미만한 이상한 물체에 노래를 부르니 순식간에 처음의 사과크기로 작아졌다는 것이다. 여신은 헤라클래스에게 이 물체가 마음속에 있는 분노와 같아서 건드리지 않고 내버려두면 작아지지만 반면에 건드릴수록 더욱 커진다고 말한다.

분노는 조금 참으면 금방 마음속에서 사라지지만 순간을 이기지 못해 밖으로 표출하면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는 것이다.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우리는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폴 발레리의 말이다.

필자는 여기에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다. 우리가 잘 아는 계란 얘기인데 가르침이 결코 적지 않다.

“스스로 깨고 나오면 병아리, 남이 깨어 주면 후라이”

고단한 삶을 자유롭게 하는 ‘쿠션’

저자 조신영

발행일 2008년 7월 21일

발행처 비젼과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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