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이민근 칼럼ㅣ

민생정책연구소 이사장, 전 안산시의회 의장

필자가 본격적인 정치활동을 시작한 이후부터 들어왔고, 스스로에게 자문하곤 했던 질문유형이 있다. 바로 ‘누구를 위한 정치인가, 무엇을 위한 정치인가?’이다.

이 질문은 필자뿐만 아니라 현실정치에 몸을 담은 이들이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며, 질문에 대한 답도 정해져 있는 흔해 빠진 ‘답정너 (답은 정해져 있어, 너는 대답만 해라는 의미)’ 질문이다. 이민근 칼럼을 읽고 계신 독자들께서도 정답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알고 계실 것이다.

그렇다. 바로 ‘국민(혹은 시민)’이다. ‘국민(혹은 시민)’이라는 뻔한 답에 어떤 분들은 비웃을지도 모르겠고, 또 어떤 분들은 ‘국민(혹은 시민)’을 위해 정치하는 위인이 대한민국에 어디 있는 가라며 분노하고 계신 분들도 있을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누군가에게는 비웃음을, 또 누군가에게는 분노를 만들어내는 뻔하디 뻔한 ‘국민(혹은 시민)을 위한 정치’라는 말이, 필자에게는 약 15년 전 상당히 잘나갔던 직장을 그만두고 본격적인 정치인으로써의 길을 걷도록 결정하게 만들었던 ‘가슴 뛰는 말’이었고, 지난 12년간 안산시의원으로써 활동하는 동안 개인적인 이익을 챙기지 않고 오직 안산지역과 안산시민의 생활만을 돌아보게 만들었던 ‘정치인 이민근의 이정표이자 정치적 자존심 같은 말’이었다.

필자에게는 ‘국민(혹은 시민)을 위한 정치’라는 말이 지닌 의미가 소중했고 무거웠기 때문에, 오늘날 국민이 아닌 개인의 영달이나 정권연장의 수단 등이 정치의 목적인 것처럼 보여주고 있는 정치인들의 몇 가지 행태로부터 커다란 불편함과 불편함을 느꼈다.

자신들이 가진 정치권력을 이용하여 자신들을 향한 범죄의혹을 수사하던 조직을 산산조각 내고, 자신들에 대해 합당한 의혹을 제기하던 국민들을 범죄자나 음모론자 취급하고, 자신들에게 반대하는 국민들을 향해 서슴없이 독설을 내뱉으며 적대감을 표현하는 모습과 근무 중에 실족하여 북한 공해로 흘러간 우리 국민인 공무원이 북한 해군에 억류되었다는 것을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바라보기만 했던 우리 군 당국, 대략 6시간을 바다에 떠 있다가 북한군인의 총에 사살되고 그 시체마저 불태워진 것으로 보이는 만행에 분노하기는커녕 해당 공무원을 서둘러 월북자로 단정지어버린 채 김정은의 사과문에 대하여만 감격해 마지않는 여당 정치인의 모습들.

그리고 다수의 여권 관계자가 연루되었다는 의혹이 제기된 금융사기 사건에 대하여는, 많은 국민들이 큰 피해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해명 없이 수사를 미뤄오다가 눈에 가시 같은 검찰과 야당 정치인의 연류설이 불거지자 이 부분에 대해서만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감찰하겠다는 정부부처의 움직임 등은 이러한 정치활동들이 국민을 위한 것이 아니라 오직 그들 자신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느껴지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상하리만큼 당당했던 그들의 태도는, 때때로 정치에 대해 필자가 그동안 잘못 생각했던 것이 아니었나하는 의구심까지도 들게 만들었던 것이다.

오늘날 우리 정치를 대의민주주의(代議民主主義)라고 부른다. 각자의 삶이 바쁜 국민들이 직접 정치활동에 참여하는 대신 선거를 통해 국민의 대표를 선출하고, 선거를 통해 권력을 손에 넣은 정치인들이 국민들을 대신하여 활동하는 정치체제이다.

즉, 국민의 대표라고 불리는 정치인들이 갖는 정치권력은 스스로의 것이 아니라 국민들의 것을 빌려온 것이라는 뜻이다. 때문에 정치인들은 철저하게 국민을 위해서만 정치권력을 사용해야 하며, 그들의 정치목적은 ‘오직 국민’이어야만 한다. 국민 이외의 다른 것이 정치의 목적이 되어서는 안된다.

과거 필자가 자신에게 수없이 던져보았던 질문들을 오늘날 정치권력을 잡은 정치인들에게 던져본다.

‘당신들은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정치를 하고 있는가?’

‘당신들은 오직 국민들만 바라보며,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할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가?’,

‘국민들이 당신들에게 권력을 위임한 것을 후회하지 않고, 안심하고 살아가고 있다고 자신할 수 있는가?’

이 질문들을 통해 자신이 휘두르는 정치권력의 목적이 어디에 있는 지 진중하게 점검해보고, 향후 오직 국민만 바라보며, 다른 이유가 아닌 오직 국민의 삶을 위한 정치활동을 해주길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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