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는 지물포 저녁엔 색소폰 배우며 노후 즐겨
80대 중반이라는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건강자신
음악이 있는 삶에 만족, 코로나19 반드시 극복할것
독학으로 익힌 기타는 주변도 놀랄 정도로 수준급

 

유호근 어르신이 색소폰 연주에 깊이 빠져 있다. 어르신은 음악이 있는 삶이야 말로 인생에서 최고의 행복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85세라는 연세에 색소폰을 배우고 기타를 치며 황혼을 즐기고 있다는 유호근 어르신을 만난 곳은 월피동 현대 아파트 상가 '월피주물장식'이었다. 어르신의 얼굴에서 85세라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정정해 보였다. 지금도 하루종일 가게를 지키고 손님을 맞는데 아무 지장이 없다고 했다. 건강을 지키는 이유를 묻자 '음악이 있는 삶' 때문이라고 웃으면서 말했다. 젊을때부터 음악을 좋아했다는 어르신은 몇년 전부터 색소폰을 배우고 스스로 익힌 기타를 치면서 하루하루를 즐기고 있다고 했다. 부산에서 태어나 안산으로 이사 온지도 수십년이 흘렀고 한때 지물포 영업이 잘돼 큰 돈을 번적도 있었다고 했다. 주변에서 재치가 넘치고 입담이 좋기로 소문난 그는 재미있게 사는 것이 돈을 버는 것이라고 했다. 그가 색소폰을 배우는 곳은 월피동 다농 건물 7층 '케이음악학원'이라고 있다. 인터뷰 장소에 동석한 염애순 음악학원 대표도 어르신을 칭찬하고 있었다.

85세라는 연세에 색소폰을 배우고 기타를 치며 황혼을 즐기고 있다는 유호근 어르신을 만난 곳은 월피동 현대 아파트 상가 '월피주물장식'이었다. 반갑게 맞이한 어르신 얼굴에서 85세라는 나이는 숫자에 불과 하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정정했다. 유호근 어르신이 지물포 앞에서 밝은 모습으로 사진 촬영에 응하고 있다. 사진=최제영 大記者

 

Q지금의 연세가 믿어지지 않습니다.

(밝게 웃으며) 다들 그런 얘기를 합니다만, 모든게 음악 때문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물론 부모님께 늘 감사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건강은 어느정도 타고나야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흔히 '건강체질'이라고 말들을 하는데 저 또한 그런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루하루 즐겁게 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일을 할때도 콧노래를 부릅니다. 흥겨운 음악이 있는데 즐겁지 않을 수 없는 법이지요. 모든게 생각하기 마련이라는 철학을 염두에 두고 무조건 즐기면서 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Q지물포는 언제부터 하셨는지요.

세월히 많이 흘렀습니다. 지물포를 한지가 벌써 24년 정도 되었습니다. 당시 이곳은 허허벌판이라는 말이 맞을 정도로 집들이 별로 없었습니다. 한참 다가구와 연립주택이 들어서는 참이었죠. 그러기 때문에 지물포는 호황을 누리던 시절이었습니다. 당시는 돈도 많이 벌었지만 지금은 어려운 시절이 돌아왔습니다. 새로운 집을 지어야 일거리가 많은데 말입니다. 20여년 전 생각을 하면서 오늘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앞으로 그런 시절은 없겠지만 말입니다.

Q지금 연세에 색소폰 연주가 가능한지요.

(쑥스러운 표정으로) 자랑할 정도는 아닙니다. 그러나 색소폰을 배우면서 인생의 즐거움에 깊이 빠져 있습니다. 3년 정도 되었는데 아직은 부족한 면이 많습니다. 다농 7층에 있는 케이음악학원과 인연을 맺으면서 색소폰을 배우고 있는데 잘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원래 음악을 좋아했고 노래 부르는 것을 재미있어 했기 때문에 색소폰을 습득하는데 도움이 된듯 합니다. 코로나19 때문에 한동안 배우지 못해 섭섭합니다. 음악이 있는 삶이야 말로 즐거운 인생입니다.

Q색소폰은 어떤 악기인가요.

구수한 음향이 그냥 좋습니다. 웅장한 소리도 듣기 편안합니다. 1840년경 아돌프 삭스가 처음 고안한 목관악기로, 악기의 재질은 대부분 황동이며 홑리드 악기로 알려져 있습니다. 큰 음량과 아름답고 부드러운 음색을 지니고 있어, 군악대와 콘서트 밴드, 심포니 오케스트라, 재즈 밴드 등 다양한 편성의 음악 연주에 유용합니다. 거의 혼자하는 독주 악기로 알려져 있습니다.

약간의 무게가 있어서 좀 힘들다고 얘기하는데 저는 아직 자신있습니다. 훈련과 연습의 반복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색소폰만 봐도 흥이 절로 납니다.

Q색소폰을 배우기에는 연세가 많지 않았나요.

그말은 맞습니다. 색소폰은 복식호흡을 해야 하는 악기입니다. 그래서 음악학원에서 맨 처음 복식호흡 등 간단한 테스트를 거쳤습니다. 저는 뭔가를 배워야겠다는 욕심이 많았습니다. 아까도 언급했지만 젊었을때부터 음악을 좋아하고 노래 부르기를 즐겼습니다. 남인수 선생님이 부른 '추억의 소야곡'은 제가 자주 부르는 노래중의 하나입니다. 지금 다니는 음악학원에 30여명이 있는데 그중 제가 가장 나이가 많습니다.

Q지금 실력으로 말한다면 어느 정도인지요.

중급 정도로 보면 됩니다. 아주 잘하는 편은 아닙니다만, 앞으로 꾸준한 연습을 계속한다면 수준급이 될거라고 확신합니다. 무엇보다 연습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건강만 허락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멋진 모습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흘러간 가요 정도연주할 정도지만 아주 능숙하지는 않습니다. 부산에서 동국제강 회사를 다녔는데, 직장 노래자랑에 나가 우승을 여러번 한적이 있습니다. 그만큼 음악을 좋아하다 보니, 색소폰에 빠져들어간 듯 합니다.

Q기타 솜씨도 대단하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웃으면서)그것은 좀 과찬의 말씀입니다. 10년 전 독학으로 기타를 치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악보를 보지 않고 칠 정도입니다. 이것 또한 음악을 좋아하다 보니 일궈낸 결과입니다. 하지만 이 나이에 색소폰을 연주하고 기타를 칠수 있다는 자체가 행복입니다. 무언가에 빠져 혼신의 힘을 다한다는 일은 행복한 것입니다. 음악이 있는 삶은 즐거울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 저의 의지는 앞으로도 계속될 겁니다.

Q남은 인생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사실 친구들 상당수가 하늘나라로 떠났습니다. 인생 무상이라는 생각을 하게됩니다. 친구들 중에 살아 있다고 해도 정상적인 활동을 하는 경우는 별로 없습니다. 몸이 불편해서 집에서 생활하거나 요양원 등에서 기거하고 있습니다. 옛 추억이 떠오를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세월을 어찌하겠습니까. 두살 아래인 동생도 얼마전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코로나19로 장례식장 조문을 꺼리다보니 쓸쓸하게 보내고 말았습니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바쁘게 살고 싶습니다. 열정적으로 살고 싶습니다.

Q마직막으로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지금처럼 살고 싶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음악과 함께 즐기면서 살고 싶습니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조금만 견디면 좋은날이 올거라는 믿음으로 열심히 살아야 합니다. 아침에 일어나 어디를 가야하나 걱정하는 친구들이 많지만 저는 아침마다 지물포로 출근하고 오후에는 색소폰 연주 공부에 여념이 없습니다. 무언가를 할수 있다는게 얼마나 행복한지 모릅니다. 가끔씩 소주 한병 정도를 마시고 있는데 인생이 별거 아닙니다.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고 싶습니다.

월피동 다농 7층에 위치한 케이음악학원 원생들이 정기 연주회를 마치고 카메라 앞에 섰다. 원생들은 한달에 한번 정도 연주회를 연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안산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