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산'의 틀을 깨고 ‘시민’ 삶 파고들겠다”
“예산을 받아 제한된 영역에서 주어진 일을 소명으로 하는 틀에서 벗어나겠다. 경기도, 경기도교육청, 환경부 등 정부와의 협업체제를 만들어 안산의 사회·경제·환경이 조화와 균형을 이루면서 지속가능한 발전을 할 수 있도록 성과를 내겠다. 동시에 안산시의 위상을 높이는데 기여하겠다.”
신임 윤기종 안산환경재단 대표의 재단에 대한 미래 설계다.

지난 8월20일 취임한 윤 대표는 안산에서 그동안 YMCA, 6.15안산본부, 희망재단 등 다양한 단체에서 적극적인 활동을 펼쳐왔고, 지난 총선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로 나서기도 했다.

이번 취임 인터뷰를 통해 윤기종 대표의 안산환경재단에 대한 밑그림과 계획을 들었다. 또한 윤 대표는 이번 대표 선정 과정에서 다소 매끄럽지 못했던 것과 관련한 입장 등을 솔직하게 답했다.

- 안산환경재단 대표이사로 취임한 소감은?

저는 원래 충남 논산 출생이고 강원도에서 청소년기를 보냈지만, 1981년 안산에 이사 와서 39년째 안산에 살고 있습니다. 우리 집 두 아이가 모두 이곳 안산에서 태어나 자라고 졸업하고 시집, 장가가서 잘살고 있으니 말하자면, 이제 안산은 명실공히 우리 아이들의 고향일 뿐만 아니라 내 고향입니다.

39년 동안 안산에 살면서 직장생활을 20년 동안 했고 19년을 자기 사업으로 일관했습니다.

제가 처음 안산에 정착할 때만 해도 안산 인구는 겨우 3만으로 제대로 된 행정부서조차 없었을 만큼 열악했습니다. 그러나 안산으로의 인구 유입이 급격히 늘고 도시가 커 가면서 틀이 잡혀가는데, 급성장하는 시의 규모에 비해 행정력은 크게 부족하고 서툴기까지 했습니다.

반발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커졌고 YMCA, YWCA, 경실련, 소비자모임 등 시민단체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에 주변의 권유로 안산YMCA 창립이사로 시민운동에 발을 들였습니다. 그것이 계기가 돼 안산통일포럼, 총무부서장협의회, 풀뿌리환경센터, 녹소연, 우리함께다문화지역아동센터, 이주민협동조합, 안산희망재단, 6.15안산본부, 4.16안산시민연대 등 스스로 돌아보아도 참 많은 단체에서 참 많은 시민들과 함께 시민운동, 사회운동, 통일운동을 전개해 왔습니다.

그런 와중에 제가 몸담고 있는 이 소중한 운동들을 보다 더 효율적으로 추진하자는 욕심이 생겼습니다.

흔한 말로 ‘지역에서 이렇게 뛰어 봐야 속된 말로 도토리 구르는 것이고 중앙과 연계하면 호박이 구르는 격이다. 한번을 굴러도 호박처럼 구르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침 민주당 단원을 지역위원장이 공석이고 위원장을 지역에서 널리 모집한다는 전언이 있어 기회라는 생각에 정치권에 뛰어들었습니다.

결과는 잘 아시는 바와 같이 미완의 숙제만 안고 한걸음 뒤로 물러나게 됐습니다. 그러던 중, 뜻한 바 있어 안산환경재단의 대표이사라는 소직을 맡게 됐습니다.

- 이번 대표 선정 과정이 매끄럽지 못했다. 이유는?

전임 대표이사가 사임하고 새로운 대표이사로 선임되는 과정에서 일부 오해가 있었고 이에 대해 시민사회단체가 의견서를 내는 등 우여곡절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오해로 빚어진 일로 지금은 다 잘 해결됐습니다. 공공의 과제에 대해 시민단체들이 의견을 내는 일은 자연스러운 일이고 의당 해야 할 일입니다. 저도 늘 그렇게 해 왔습니다.

그러나 일부 사실에 부합하지 않은 부분을 근거로 평소 존경하고 사랑하는 후배들이 언론기관을 상대로 의견서를 제기해서 상당히 가슴이 아팠고, 슬펐습니다.

잘하라는 채찍으로 받아들입니다.

- 현재의 환경재단을 어떻게 진단하며, 문제점은 무엇인가?

현재의 환경재단은 생활환경, 자연환경, 생태환경만을 다루는 곳이 아닙니다. 우리 재단은 환경, 교통, 도시공학, 도시설계 등 현재 박사만 7명을 보유하고 있으며, 박사 과정을 수료하고 곧 박사가 될 2명, 그리고 이번에 박사 2명을 전문가로 또 모시게 돼 10명이 넘는 박사가 포진하는 명실공히 안산의 싱크 탱크입니다.

그러나 잠재적 역량이 엄청난 이 조직이 그동안은 ‘안산’이라는, ‘환경’이라는 틀 속에 갇혀서 제 실력을 다 하지 못했다고 봅니다. 심지어 안산환경재단 무용론이 공공연히 거론될 만큼 존재감도 떨어졌다고 생각합니다.

- 미래의 환경재단을 어떻게 설계하고 있나?

우선 대외적으로 안산이라는 틀을 깨겠습니다.

안산시로부터 예산을 받아서 제한된 영역에서 주어진 일을 소명으로 하는 그 틀에서 벗어나겠다는 겁니다. 경기도, 도교육청, 환경부 등 정부와의 협업체제를 만들어서 안산의 사회, 경제, 환경이 조화와 균형을 이루면서 지속가능한 발전을 할 수 있도록 성과를 내고, 동시에 안산시의 위상을 높이는데 기여하겠습니다.

구체적으로 문재인 정부가 야심 차게 추진하고 있는 한국판 그린뉴딜 정책에 우리 재단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자세히 들여다보고 꼼꼼히 챙겨 우리 재단이 할 일을 모색하겠습니다.

대내적으로는 시민과 함께하는 환경재단, 시민 속으로 들어가는 환경재단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안산시, 안산시 의회, 시민, 관계전문가, 환경단체, 시민단체 등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현장 중심의 사회, 경제, 환경 정책의 전문기관으로 거듭나겠습니다. 특히 시민과 함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재단에서 하는 사업에 시민들의 능동적 참여를 이끌겠습니다. 환경재단 또한 시민, 시민단체들 속으로 들어가서 함께 숨 쉬고 함께 안산의 미래를 그리도록 하겠습니다.

- 지역 특성인 ‘대부도’와 ‘다문화’에 대한 생각은 무엇인가?

개인적으로 안산에 큰 보물이 두 개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하나가 대부도이고 다른 하나는 다문화입니다.

왜 대부도가 보물인가 하면, 경기도 서해안 일대에 대부도만큼 때 묻지 않고 개발의 여지가 ‘백지’인 곳이 드뭅니다. 일부 훼손되기도 했지만 그래도 아직은 누가 어떻게 그림을 그리느냐에 따라 천태만상으로 바뀔 수 있는 곳이 대부도입니다.

여전히 대부도는 기회의 땅입니다.

안산의 보물, 다른 하나는 ‘다문화’입니다. 현재 안산에는 무려 108개국에서 온 8만6천 명이 넘는 외국인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안산 전체 시민의 12%가 넘는 숫자라고 합니다.

다른 지역에서는 결코 찾아볼 수 없는 이례적인 숫자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안산에서 ‘다문화’는 도전과 시련인 동시에 보물이며 축복입니다. 이들을 잘 보듬어서 안산의 귀한 가치로 쓰인다면 안산의 미래는 한층 밝습니다.

반대로 이들을 홀대하거나 소외시켜서 우리 사회에 적응하기 어렵게 한다면, 재앙이 될 수도 있습니다.

안산시민들과 우리 지역 사회가 대부도, 다문화 이 보물을 제대로 알아보고 제대로 대하느냐에 따라 대부도, 다문화의 위상뿐만 아니라 안산의 가치도 엄청나게 달라질 것입니다.

우리 재단은 재단이 할 수 있는 한 이 두 보물을 보물답게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관계 당국 또는 안산시민께 하고싶은 말은?

안산 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 전체가 지금 코로나로 누란의 위기에 처했습니다.

홍수, 태풍 등 자연재해마저 겹쳐 국민들의 마음이 매우 무겁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은 3만 달러를 돌파했고 지금은 3만2천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1인당 국민소득(GNI)이 2만 달러를 돌파한 지 12년 만에 드디어 3만 달러를 넘은 것입니다.

우리나라 인구는 2019년 6월 말 기준 5,180만을 넘었습니다. 수치상으로 한국경제는 일본,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에 이어 7번째로 30-50클럽(소득 3만 불 이상, 인구 5천만 이상)에 진입함으로써 명실공히 선진국 반열에 올라섰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서민들의 삶은 고달프고 국민들은 소득이 나아졌다는 정부의 발표나 지표를 신뢰하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무슨 문제일까?

여러 가지 진단과 처방이 있지만 우선 우리 내부에서 그 원인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즉, 지난 십수 년 동안 국가의 적극적인 시장개입에 반대하는 소위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이 도입되면서 우리 사회의 빈부격차는 커지고 양극화는 한층 더 심화됐다는 겁니다.

설상가상으로 우리 사회는 이미 균형을 잃었습니다. 저출산 고령화가 우리 사회의 발목을 잡고 있고 고용불안이 우리 사회를 뿌리째 흔들고 있습니다.

잘 알려진 청년 실업도 큰 문제지만, 한평생 가족부양이라는 무거운 짐을 어깨에 짊어진 채, 힘 한번 제대로 펴지 못하고 살아온 50, 60, 70대 장년, 노년들 - 이제 직장을 잃고 할 일이 없어 고뇌하는 이들이 주변에는 차고도 넘칩니다.

전 세대에 걸친 고용불안이 일반화됐습니다. 수십 년 동안 납세, 국방, 교육, 근로의 의무를 성실히 다한 이들에게 지금 국가는 무엇인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는 안산이라는 기초자치단체의 조그만 산하기관을 맡아 운영하지만 이러한 위중한 사명감을 초심을 잃지 않고 맡은바, 본분을 다하겠습니다.

저희들의 고객은 안산시민들입니다. 고객 만족으로 그치지 않고 고객 감동을 줄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저희와 함께해 주십시오. 저희들도 시민 속으로 가겠습니다. 늘 격려와 함께 고언, 충언, 쓴소리를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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