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한석 경기테크노파크 전략사업본부장

어떤 이가 국립묘지(현충원)에 묻힌다면 국가가 인정하는 존경스러운 인물일 것이다. 사후 국가의 예우를 받으면서 지정된 좋은 장소에 안장될 수 있다면 개인과 가족의 영광이며 자손들의 자랑거리가 된다.

국민 누구나 우리 조상이 그곳에 묻혀있다는 사람의 말을 들으면 박수를 쳐주고 조상 칭찬하는 말을 하게 마련이다.

이렇듯 국립묘지(현충원)는 성역 아닌 성역이다. 누구나 인정하는 장소이며 어떤 배워야 하는 정신이 깃든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어릴 적 초등학교 소풍이나 호국 백일장 행사가 빈번하게 열리던 곳이 었다.

필자도 마포 서교동에 위치하고 있던 국민학교에서 동작동 국립묘지까지 걸어서 소풍간 기억이 있다. 그런 의미가 있는 장소인 국립묘지(현충원)에 들어갈 수있는 자격과 그곳에 누가 묻혀야 하는지는 생각해 볼 일이다.

우리나라는 흔히 반만년의 역사를 가졌 다고 한다. 반만년인 오천 년 동안 우리는 어떻게 살아왔는지가 우리의 정체성을알 수 있는 근거일 것이다.

아득한 고조선 부터 고구려, 삼국통일, 발해, 고려, 조선, 대한민국에 이르도록 우리를 규정하는 몇가지 말이 있다.

정신사精神史로는 홍익인간, 동방예의 지국이 대표적이다. 경제적으론 농업국가 에서 한강의 기적을 일군 나라가 되었다.

지정학적으로는 반도국가이며 4대 강국에 둘러싸인 나라다. 정치적으로는 단일 민족이자 분단국가이다.

이러한 특징을 가지고 있는 대한민국은 반만년의 역사의 틀에서 거대한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그것은 150년 전부터 진행되어 온다.

반만년의 극히 일부분인 약 150년 만에 급격한 시대의 전환이 이루어 지고 있다. 1876년 일본과 맺은 강화도 조약부터 현재에 이르는 시기는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급속도로 변화시켰다.

한반도는 중국문화권이며 거의 모든 영역에서 중국대륙과 연관되어 있다. 4천여 년에 달하는 중국과의 교류는 사회 문화 전반에 걸쳐 우리를 규정하던 시대였다.

우리 민족은 그 속에서 배우고 성장하고 생활을 영위하였다. 우리의 의식과 문화와 형식이 모두 중국대륙과 밀접한 관계에 있었다. 모든 사회제도와 지식과 상식 등이 중국의 영향 속에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1876년 이후 우리는 제국주의를 접하고 일본 식민지를 거쳐 글로벌 사회로 접어들었다. 4천 년 이상 지탱해온 중심축이 이동하게 된다. 기독교가 들어오 고 일제 식민사관이 형성되고 서구 유럽 사상이 들어온다. 일본과 미국에 노동하기 위해 이주한다.

일본에는 강제적으로 보내지고 미국에는 도피하듯이 자의적으로 간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 공부하러 동경제대나 미국에 유학을 간다. 특히 현재 지식인 중에 미국 박사가 대부분을 차지 하게 되었다. 이렇듯 우리는 불과 150년 만에 모든 패러다임이 바뀌게 된 것이다.

이러한 패러다임 전환은 정치구조와 사회 상식을 바꾸었다. 중국과 관련된 것은 모두 낡은 구습이 되었고 일본, 미국 등서구사상에 관한 것은 현대적이며 新문물이 되었다.

이러한 과정에 앞장선 인물들을 사회 주의자, 민족주의자, 일본 예찬 매국론자, 미국 사대주의자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전환의 시기는 우리 민족 에게 엄청난 고통을 수반하는 시기이기도 하였다.

시대의 중심축이 이동한다는 것은 변혁과 희생이 뒤따른다. 특히 급격한 변화는 무리수를 낳기 마련이다. 구한말 동학을 잔인하게 진압하며 등장한 식민통치를 통해 친일 정신이 정착되었다.

6.25 민족상 잔과 독재를 통해 미국 자본주의가 자유 민주주의로 우리 사회를 점령하였다. 이과정은 자주적 민족정신과 민중 민주주의 라는 또 다른 흐름을 탄압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시대의 변천사 속에서 과연 대한 민국의 발전과 번영에 공로가 있다고 기준을 정할 수 있을까? 그 기준이 누구나 인정하는 것이라면 국립묘지에 안장될 자격은 충분할 것이다.

아마도 그 기준은 순수한 것이어야 한다. 목숨을 바쳐서라도 대한민국을 위하는 희생정신을 무릅쓴 가치이어야 한다.

온갖 권모와 술수가 배제된 개인과 공동 체를 위한 헌신의 결과이어야 한다. 대의를 위해 소아를 버린 떳떳하고 당당한 실천의 징표여야 한다.

자신을 위해 타인을 억압하지 않고 살신성인한 정신이어야 한다. 오로지 대한민국의 안녕과 번영을 위해 심사숙고한 공동체 정신이어야 한다.

대한민국 국민의 의무를 먼저 새긴 멸사 봉공의 자세가 기준이어야 한다.

반대로 타인의 희생으로 만들어진 공로가 자격이 되면 안 된다. 다수 국민을 탄압한 독재자와 그 손발이 된 앞잡이들은 기준이 될 수 없다. 시대 변화에 오직 자신만 살고자 한 모리배들은 국립묘지에 얼씬거릴 수 없다. 이런 이들은 역사의 쓰레기일 뿐이다.

국립묘지에 묻히신 순국선열과 호국 영령들은 위에서 언급한 전자의 사례들이 다. 이분들은 우리 모두의 귀감이 되는 대장부들이다.

반대로 후자인 사람들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출세와 영달만을 추구한 권귀權鬼들일 뿐이다. 그래서 그들은 소인배요 삼천리 강토를 더럽힌 몰염치한 자들이다.

부끄러움을 모르고 반성할 줄도 모르는 사람들이 묻힐 곳은 삼척三尺 의 땅도 아까운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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