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한석 경기테크노파크 전략사업본부장

미국 대통령 국가안보 보좌관이었던 존 볼턴의 회고록은 여러 논쟁의 불을 지폈다. 남북 평화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을 설명하면서 트럼프의 생각과 문 대통령의 역할에 토를 달았다.

필자는 존 볼턴의 회고록에 나온 여러 이야기에 전혀 관심이 없다. 왜냐하면 그는 남북 평화에 도움이 안 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는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키며 갈등을 조장한다.

왜냐하면 오직 미국 네오콘(신보수주의자, 군산복합체의 대변자)의 이익만을 대변하기 때문이다. 이들 네오콘들은 대부분 미국 동부의 명문 대학을 나온 엘리트 유대인들이다.

심하게 말하면 팍스 아메리카를 주창하는 전쟁광들이다. 다만 이번 회고록에서 일본 아베 총리가 북한에 대한 국제 사회의 제재 완화를 줄기차게 반대하는 것을 확인한 것만이 좀 의미 있을 뿐이다.

2020년 5월19일 내일신문에 기사가 났다.

6.25 동족상잔의 비극을 둘러싼 국제 관계 자료에 근거한 내용이다. 그 당시 미·중·러·일의 입장에 따른 한반도 전략은 한반도가 희생양일 뿐이었다.

‘미국은 북한이 남침하는 경우 유엔군 형태로 참전해 낙동강까지 후퇴한 후 인천상륙작전을 통해 반격할 것이란 내용의 전쟁계획인 SL-17을 1949년 9월 작성했으며, 이 계획을 전쟁 발발 1주일 전인 1950년 6월 19일 모든 관련 부서에 배포했다.

낙동강 방어전선 구축과 인천상륙 작전이 6.25 발발 이전에 모두 계획돼 있었다는 의미다. 한국국방연구원이 번역해 출간하는 리처드 쏜턴 미국 조지워싱턴 대학 교수의 저서 ‘강대국 국제정치와 한반도’에 담긴 내용이다.

김일성의 남침야욕에 맞선 이승만의 북진통일 의지가 빚은 동족상잔의 비극. 6.25전쟁에 대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상식 수준이다.

그런데 한 가지 빠진 대목이 있다. 당시 세계를 움직이던 큰 손들이다. 미국의 트루먼, 소련의 스탈린, 중국의 마오쩌둥이 김일성과 이승만 대결에 단순 조력자에 그쳤을까. 이런 의문에서 출발해 6.25의 기원에 대한 기존 생각을 완전히 달리해주는 것이 이번에 나오는 번역서다.

트루먼, 스탈린, 마오쩌둥이라는 주요 행위자 3명을 중심에 놓고 6.25의 기원과 진행과정을 재해석했다. 저자인 쏜턴 교수는 6.25전쟁을 통한 냉전체제 정착과 미군 재무장이 미국과 소련의 주도면밀한 노력의 산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일견 음모론적 시각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1970년대 비밀해제 된 문서들과 그 이후 밝혀진 사료들을 중심으로 이런 정황들을 입증하고 있다.

저자는 중국을 자국에 예속시키기 위해 미군과 중공군을 격돌시켜야 한다는 계산으로 인해 스탈린이 미국, 중국 및 소련의 주요 관심 지역인 한반도에서 전쟁을 도발했으며, 미군의 참전을 용이케 하고, 북한군 남침이 실패하게 만들고자 노력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유엔군 형태로의 미군 참전에서 유엔군의 압록강 진격 등 6.25전쟁의 모든 과정이 미군 재무장을 위해 중공군과 미군을 격돌시켜야 할것이란 트루먼과 에치슨의 치밀한 계획의 산물 임을 설명하고 있다(내일신문 2020.5.19.). 이상이 인용된 기사의 내용이다.

여기에 덧붙인다면 그 당시 미국 트루먼 정부는 6.25 전쟁에 대비하여 국방예산을 일거에 4배나 증액하였다고 한다. 6.25 전쟁이 발발하자 트루먼과 군산복합체는 미국을 재무장시킬 절호의 기회를 잡은 것이다. 한편 일본은 배후 보급기지로 톡톡히 막대한 경제적 특수를 누렸다. 이는 2차 대전 후 패망한 일본의 경제와 극동아시아에서의 입지가 대폭 강화된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러시아는 중국과 미국을 견제하며 극동 팽창 정책을 실현시켰다. 중국은 북한을 도우면서 자국의 군사력과 정치를 다시 결집시켰다. 이렇듯 6.25는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을 위해 우리 민족이 희생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잘못된 적화 통일과 북진 통일론자들이 이들 강대국의 광대 노릇을 한 것이다.

이 여파는 70년이 지난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 헤아릴 수 없는 좌·우 대립의 고통이 우리를 소모시키고 있다. 이념적 정치, 사회 갈등이 여전하다.

대한민국은 세계 10위의 무역 대국이며 7위의 국방력을 가진 나라인데도 그렇다. 그러므로 세계 민주주의를 선도하는 주권 국민인 우리가 외세의 영향력에 끌려가서는 창피한 일이다. 이제 남북문제는 우리 스스로 해결한다는 자세를 견지하였으면 한다.

이와 같이 현대사를 잠깐 살펴보아도 잘못된 상식이 많다. 특히 일제 식민지 사관과 사대주 의가 잘못된 내용을 상식화하고 고착시켰다. 당쟁 문화니 모래알 같은 민족이라느니 등등. 우리 민족에 있어 역사와 철학, 종교 등 인문 사회 사상에서 기존의 엉터리 상식을 고쳐야 할 것들이 즐비하다.

더 나아가 고구려 역사를 비롯한 민족의 역사에서 다시 정립해야 할 상식이 많다. 역사 바로 알기는 이 시대가 요구하는 정의 로운 사회상 만들기의 일환이다.

바른 상식은 따뜻하고 행복한 대동세상을 만드는 재료이다.

심히 불평등하고 양극화된 사회를 개선하는 무기이기도 하다. 고대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외세와 의존적 세력으로부터 고정화 되어버린 잘못된 상식을 하나하나 고쳐가는 드높은 정신문화가 다시 활짝 피어나길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안산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