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숙 교육학 박사/특수교육 전공

코로나 19로 만남이 자제되고 있는 시간이 길어지 면서 친척들 간의 모임도 적어지고 있다. 친척들이나 친구들의 대화 속에서 서로에 대한 첫 번째의 소망과 덕담은 무엇일까? 모두가 함께 건강해서 오래오래 만나고 즐거운 대화를 나누는 일상에 대한 바람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소박한 바람과는 달리 일상생활을 살아가면서 직면하게 되는 질병과 사고, 특히 현재와 같은 코로나 19 등 세균에 의한 질병을 비롯하여, 교통사고와 산업재해 등 불행한 사건들은 이미 우리에게 너무 가까이 와 있다.

누구나 피하고 싶은 일이지만, 만약 이런 질병과 사고가 나에게 온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아주 불행한 상황이 아니더라도 살다보면 가끔은 ‘죽음’을 생각하게 되고, ‘죽음’ 앞에 서면 어린 시절부터 내가 성장한 과정들을 되돌아보게 되고 그와 함께 주마등처럼 부모를 떠올리게 된다.

연세가 많으신 노인들도 가끔 엄마를 떠올리며 엄마를 부르면서 그리워하는 모습과 아버지의 무관심과 어려운 형편, 혹은 아버지와의 동행을 생각하며 회한에 젖는 모습을 매체를 통해 종종 보게 된다.

요즘은 코로나 19 사태로 자녀들과 함께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고, 재택근무 등으로 인해 가족 모두가 함께 지내는 상황도 많아지고 있다.

이런 시기는 어려움을 동반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부모와 자녀의 관계 개선과 회복의 좋은 기회로 삼을 수있다.

부모로서 어떻게 자녀를 양육할 것이며, 나의 자녀를 어떤 사고(思考) 와 어떤 태도(態度)로 미래를 살아가게 할 것인지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필자의 어머니는 17세에 일곱 살 차이가 나는 24세인 아버지와 결혼해서 3남 2녀를 두셨다. 아버지는 사범학교를 졸업하시고, 교사와 장학사, 학무과장, 교장을 역임하셨고, 어머니는 정규학교는 다니지 않고, 비 정규학교에서 한글을 깨우치신 분이시다.

아버지는 교직생활을 꾸준히 하시면서 고향 학교에 부임하셨을 때는 사적으로 도서 기증과 운동복 기증, 나무 심기 등 학생들의 미래를 위한 투자를 많이 하셨다.

어머니는 그 당시 집에서 일해 주시는 아저씨 2∼3명과 식사를 도와주시는 언니 한 명과 함께 농사를 지셨다. 여름에는 마당에 멍석을 깔고 모두 삼삼오오 상을 받아 밥을 먹었다.

우리 집은 그 동네에서 농사가 많은 편이었고 타작(打作)할 때나 ‘모(秏)’를 심을 때나 동네 사람들이 모여 우리 집에서 많은 식구가 밥을 먹었다.

동네에 살던 이웃 중 어려우신들 분들은 가끔 집일을 도와주고, 식구들의 밥을 챙겨가셨다. 어머니가 시루에 팥떡을 하면 위에서부터 잘라서 접시에 담아 동네 집집을 나눠 주셨다. 거의 시루의 바닥이 보일 때까지 엄마는 계속 접시에 나누었다. 보다 못해, 필자는 “엄마! 우리는 뭐 먹어?” 했었다.

어머니는 손이 커서 음식도 많이 하셨고 이웃에 나누어 주었다. 이웃과 함께 하는 생활을 어릴 적 늘 보고 자랐다. 어머니는 배움이 별로 없었지만 배움에 대한 중요성을 잘 아신 것 같다.

내가 중학교 때부터 어머니는 공부하고 싶은 사람은 대학원까지 가르친다고 하셨다. 사실 그 때는 대학 다니는 여대생 비율이 1%도 채 안될 때였다.

그 말은 들은 나는 당연히 대학은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때부터 어머니는 내게 목표와 꿈을 갖도록 지도하신 것이다. 어머니는 젊어서부터 ‘나눔’을 강조하셨고, 오로지 부정부패는 안 되고 ‘단 돈 1원도 남의 것을 탐내면 안된다’고 강조하시면서 ‘청렴’과 ‘정직’, 오직 ′나라사랑′을 강조하셨다.

마음과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어려운 이웃을 도와주시고, 텔레비전을 시청하시면서도 기부하시고, 물건이 풍성해 보일 때마다 지나칠 정도로 남에게 주고 싶어 하셨다.

부모님들의 나눔 덕분인가? 지금까지 필자의 5남매 형제 내외와 손주 10명은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건강하게 자신의 역할들을 잘 수행 하고 있다. 코로나 19로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가정폭력도 증가 했고, 이혼율도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는 ‘위기’가 ‘기회’가 될 수 있음을 잘 알고 있다.

요즘처럼 가족끼리 함께 할 수 있는 많은 시간을 활용하여, 부부가 함께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이웃과 나누어 먹는 기회도 마련해 보고, 대화를 통해 자녀들과 책에서 배우는 삶의 지혜도 나누고, 인성교육의 기반이 될 수 있는 다양한 좋은 추억도 쌓아가면서 부모의 선한 영향력을 자녀 에게 끼칠 수 있도록 시간으로 활용하면 좋겠다.

또한 자녀의 생활패턴과 좋아하는 취미와 특기 등도 좀 더 자세히 파악하여 자녀의 미래를 함께 설계해 보기도 하고 자녀들의 ′꿈′과 ′희망′이 좀 더 현실화 될 수 있도록 다가서 보면 좋겠다.

그동안 누리지 못했던 여유로운 시간을 통해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들끼리 서로 사랑을 나누며, 언젠가 부모가 그리워 질 때, 부모를좀 더 많이 기억하고 추억하고 사랑할 수 있도록 이 시간들을 부모와 자녀가 함께 소중히 공유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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