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한석 경기테크노파크 전략사업본부장 고려인독립운동기념비건립 국민추진위원회 대외협력위원장

4월은 속에 무언가 꽉 들어차 있거나 막혀 있는 것 같다.

사람들 입장에서 본다면 지성무식(至誠無息)한 대자연과 우주의 섭리가 일 년 열두 달 가운데 가장 바쁘게 진행되는 것 같다.

쉼 없는 자연의 순환이 숨 쉴 틈 없이 돌아가는 느낌이다.

겨울을 지나 뭇 생명이 약동하는 봄의 한가운데 들어서기 때문일 것이다. 이를 두고 사람들은 찬란한 봄이라고 한다. 그런데 4월은 찬란하지만 수 없이 많은 서글프고 시린 사연이 지워지거나 가려져 있다. 그래서 잔인한 4월이라 하는 것인지?

1894년 4월 동학 농민군은 봉기하여 전주성을 점령한다.

반봉 건과 반외세, 보국안민을 중심으로 한 4대 강령을 기치로 제국주의 침략의 먹잇감인 대한제국을 구하고자 하였다. 그해 4월 동학 농민군의 기세는 하늘을 찌를 듯하였다.

전라도 일대는 압제와 차별을 벗어난 해방공간이 되었다. 그러나 그 찬란했던 순간은 오래가지 못했다. 불과 6개월 만에 공주 우금치 전투를 정점으로 2만명 이상의 동학 농민군은 일본군과 관군에 의해 참살당한다.

100년 전 4월 5일 연해주 블라디보스톡 인근 신한촌을 일본군이 급습하여 만행을 저지른다.

연해주 13도 의군과 권업회를 이끌며 독립운동을 하던 최재형을 비롯한 300여 명의 독립운동 지도자와 한인들이 일본 만주군에 의해 학살당한다. 독립운동사에 혁혁한 공로와 수많은 희생이 있지만 4월이면 생각나는 가슴 아픈 일이다.

72년 전 제주도는 처참한 살육의 외딴 섬이었다. 정부의 제주 4.3 진상보고서에 의하면 어림잡아 9분의 1 이상의 제주도민 3만여 명이 희생되었다.

해방 후 6.25 이전까지 벌어진 참사 중에 가장 비극적인 현장이었다. 이러한 사실은 국민들 사이에 재갈이 물려진 채 1970~80년대에 간간이 폭로되고 알려지게 된다. 이를 알린 사람들은 독재정권에 의해 구속되고 탄압을 받는다.

1960년 4월은 부정부패와 부정선거로 얼룩진 독재정권을 몰아낸 시민혁명이었다. 대한민국의 헌법 전문에도 적시되어 있는 4.19혁명 정신은 해방 후 민주화를 이루어낸 찬란한 금자탑이었다.

물론 그 영광은 김주열을 비롯한 학생과 시민의 희생에 기초하고 있다. 수유리 4.19혁명 국립묘지에 224분의 열사가 잠들어 계신다. 이때부터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란다는 말이 유행하기 시작한다.

불과 6년 전 2014년 4.16일 세월호가 침몰한다. 그 속에는 제주 도로 수학여행 가는 안산 단원고 학생과 시민들이 있었다. 파릇한 새싹들 250명을 포함하여 304분이 목숨을 잃는다. 모든 국민이 침몰하는 세월호를 보며 발을 동동 굴렀다. 국가적 재난에 대처 하는 그 당시 정부는 허술하기 그지 없었다. 세월호 참사는 국가 재난과 국민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뚜렷하게 각인시켰다.

대표적으로 4월이면 생각나는 역사적인 일들을 추려본 이유가 있다. 먼저 올해 4월은 전 국민이 코로나19로 고통받고 있는 시기이다.

바라건대 향후 미래에 2020년 4월이 암울한 과거로 기억되지 않길 소원한다. 2-30년 후에 2020년 4월은 전 국민의 격려와 응원으로 합심 단결하여 바이러스를 퇴치한 해로 기억되었으면 한다. 경제와 사회 전반에 걸쳐서 현명하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역경을 극복한 찬란한 4월이 되길 바란다.

둘째는 정의와 진실은 불의와 거짓에 가려지지 않는다는 역사적 사실을 확인하고자 함이다. 한때 우리는 일제 잔재와 독재정 권의 노골적인 억압 시기가 있었다.

현재도 여전히 독재와 일제에 기생하여 획득한 기득권을 향유하려는 수구 냉전의 후예들이 잔존하고 있다. 그러나 역사의 수레바퀴는 이들을 저물어 가는 석양처럼 밀어내고 있다.

동시에 떠오르는 태양처럼 다양한 정신 세계로 무장한 선진 민주시민들이 사회의 중추세력이 되었다. 그야말로 낡은 사고와 경직된 세계관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시대이다.

이는 대한민국 근 현대사의 모든 굴곡과 역경을 통해서 우리 민족은 세계 일등의 정보력과 판단력 있는 국민으로 발전했기 때문 이다. 우리 국민 스스로 고난을 통해 지적 능력을 발전시켰으며 역경을 통해 불굴의 의지를 다진 결과일 것이다.

반면에 우리가 경험한 간난과 신고에는 공포와 무기력이 수반된 굴종의 역사가 있었다. 이는 사대주의와 일제에 빌붙은 매국 노와 독재 추종자들이 권력의 횡포를 부렸기 때문이다.

우는 아이한테 일본 순사 온다는 말보다 무서운 말은 없었으며 군대 문화가 사회를 쥐락펴락한 시대였다. 진리와 정의는 숨을 수밖에 없었고 드러나면 탄압의 정을 맞을 수밖에 없었다. 그 암울했던 상황은 국민정신을 피폐하게 하였고 자의반 타의반 망각의 늪으로 빠지게 하였다.

그러나 거짓과 몽매와 편견의 레테이아(letheia)를 벗어난 (脫,a) 진실(aletheia)은 우리 고난의 역사를 통해 드러나게 되어 있다. 잔존하는 야만과 공포의 역사가 야기한 망각과 몽매를 넘어서 세계로 뻗어 나가는 대한민국이 되기를 생명이 약동하는 4월에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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