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인 숙교육학 박사/특수교육 전공

정년퇴임을 생각하면 마음이 뭉클해진다.

아버지는 초등학교 교사로 출발하여, 장학사, 학무과장을 역임하시고 고향의 학교에 교장 으로 부임하셨다.

시골학교는 환경이 열약하여 도서관의 책도 빈약하고, 학교의 담도 무너져가고 있었고, 아이들은 더운 여름에 운동복 하나 없이 체육을 하면서 땀을 흘리고 있었다.

아버지는 서울의 동창과 지역의 유지를 찾아다니며 어린 아이 들을 위한 기부를 받고자 노력하셨으나 홍보 효과가 없는 시골학교에 기부하고자 하는 사람을 찾기가 어려웠고, 이에 대해 많은 실망감을 느끼셨다.

아버지는 사재를 털어 학교와 아이들을 위해 사용하셨고, 지속되는 스트레스로 과음도 하게 되었다. 좀 ‘쉼’이 필요할 것 같다며 다른 학교로 전근을 가신 후, 어느 날 아침을 잘 드시고 2교시를 막 시작한 10시경 교장 집무실 책상에 안경을 벗어 놓으시고, 이마를 짚으신 채로 앉으셔서 53세의 3월 젊은 나이에 갑자기 뇌출혈로 순직하셨다.

그 때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나는 ‘나를 이세상에서 가장 사랑해 주신 아버지를 잃은 슬픔에 눈물이 마르지 않았고, 거의 1년 이상을 전철을 타도, 공부를 해도, 집에 있어도 저절로 눈물이 흘렀다. 그러나 눈물만 흘릴 뿐, 아버지에게 아무 것도 해 드린 것도, 해 드릴 수도 없었다. 그 때는 어려서 아버지의 삶에 대해 몰랐고, 학생이기 때문에 ’공부‘라는 핑계로 함께 대화할 수 있는 시간도 많지 않았다.

단지 어릴 적 나를 위해 늘 사 오셨던 젤리와 생강과자, 거북이 과자의 사랑과 아플 적에 사 주시던 복숭아통조림과 새우깡, 공부 할 때 필요하다고 하시며 사 주신 눈 영양제와 뽀빠이, 라면 박스의 사랑, 그리고 고등학교 때도 우리 딸 얼마나 컸나 엎어보자 하시며 무게를 감당 못하시던 모습, 또한 손수 가르쳐 주셨던 바둑, 탁구, 자전거, 하모니카 등의 추억들이 미치도록 아버지를 보고 싶게 했다.

대학생만 되었더라도 아버지와 함께 일상에 대한 대화도 나눌 수 있었을 것이고, 내가 교직을 갖게 된 이후에는 더더욱 얼마나 많은 교직에 관한 애로와 갈등 등에 대해 ’공감‘하는 대화를 나눌 수 있었을까? 그리고 얼마나 좋은 교육적 조언과 지원을 아버지에게 받을수 있었을까?

아버지가 정년퇴임 때까지 만이라도 살아 계셔서 정년퇴임을 하셨더라면 얼마나 기뻤을까? 그랬으면 아버지 덕분에 나도 교직을좀 더 품위 있고, 여유롭게 수행할 수 있었을 텐데*** 아버지에 대한 이런 그리움은 선배교원들의 정년퇴임을 맞을 때마다 눈시울을 적시고, 부 러움과 더불어 진심으로 축하해 드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진다.

2월이 되니 학교마다 정년퇴임과 명예퇴직 교원들이 있다.

최근에는 퇴임식 등을 지양하고 함께 나누던 가벼운 선물들도 사라져 가는데 올해는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아예 모임 자체도 없어지고 있다.

정년퇴임의 영광은 ‘건강’과 ‘열정’ 그리고 긍정적 힘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이루어내기 힘든 일이다, 특히 교직은 가르침에 대한 기쁨과 행복이 없다면 이어가기가 힘들고, 보람을 찾지 못한다면 업무를 수행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최근에는 명예퇴직을 원하는 교사가 많아지고 있고 점점 신청기준이 높아지고 있다.

약 30년∼40년 전 만해도 교사는 대학을 졸업했지만, 부모님들은 무학이나 초등학교 졸업자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스승의 그림 자도 밟지 않을 만큼 존경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교사보다 고학력 혹은 경제력, 지위 등이 높은 부모들이 많아지면서 교사에 대한 시각이 달라지고 교사의 부족한 점을 자녀들에게 부각시키는 경우도 많아서, 학생들이 교사를 존경하기보다는 부정적인 시각이 많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교사와 함께하는 시간이 많은데, 부모로 인해 교사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갖게 되면 수업이나 다양한 학교생활 등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자녀를 위해서라도 학교나 교사에 대해 보다 긍정적 태도와 감사 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교사에 대한 요구사항이 있으면 교사와의 상담을 통해서 조용히 해결해 나가는 것이 지혜로운 부모이다. 교육자의 대부분은 천성적 으로 아이를 사랑하고 작은 변화에 기뻐하고 가르침에 보람을 느끼는 사람들이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변함없이 부모의 말은 듣지 않아도 선생님의 말은 잘 듣는다.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 이다. 거의 30년 이상의 세월을 교단과 함께 하시고, 정년퇴임을 맞으신 선생님들께 뜨거운 가슴으로 함께 축하하면서 존경과 찬사를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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