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한 석경기테크노파크 전략사업본부장 고려인독립운동기념비건립 국민추진위원회 대외협력위원장

영화 ‘기생충’을 보았다. 골든글로브에서 최우수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곧 있을 2020아카데미 시상식에 감독상 등 6개 부문의 후보로 올랐다.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이며, 수상한다면 전 국민이 축하할 쾌거일 것이 다. 그런데 영화를 보면서 흥미로운 점은 재미는 있지만 많이 불편했다는 점이다. 왜일까?

영화는 현재 문화를 대표하는 장르 중에 하나이다. 그래서 문화적으로나 정서적으로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주목을 끌어야 하는 픽션이기 때문에 현실과 갈등을 과장하거나 허구적인 연출을 한다.

이런 점을 관객들이 다 감안을 한다손 치더라도 뇌리에 무언가를 남긴다. 더구나 재미있다고 입소문을 탄 작품일수록 세간에 회자되어 선망의 대상이 되는 법이다.

그래서 사회적 평판을 얻게 되고 사람들의 인식에 더 많은 작용을 한다. 특히 세태를 반영하는 사회적인 현상을 다룬 작품은 현실과 오버랩 된다. 그래서 사람들의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 다. 팬덤이 형성되고 확대되는 과정들이다.

팬덤 문화의 발생과 전개는 시장과 상업발달을 추구하는 자본주의에서는 당연한 현상이다. 때문에 건강한 팬덤 문화를 만드는 것도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특히 사람의 얼굴을 가진 시장 경제를 추구하려면 더욱 그렇다.

황금만능이라는 자본주의 병폐를 치유하고 사람 중심의 경제 공동체를 만들 생각이라면 팬덤 문화는 보다 성숙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문화의 선도적 기능을 가진 작품일 경우 관객에게 주는 메시지가 너무 편향되어 있으면 곤란하다.

팬덤 문화에 부작용을 줄 가능성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물론 영화란 관객이 받아들이기 나름이고 그 영화가 어떤 현상을 일으킬지 결정 하는 것은 관람객들의 몫일 터이다.

그래서 영화 ‘기생충’ 전체가 던진 메시지에 주목하거나 의미 분석을 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어떤 부작용이 있을 가능성에 대해 언급 하려고 한다.

영화 ‘기생충’은 부와 가난을 극명하게 대비시켰다. 부자는 인간미 없이 제 가족만 아는 부류이며 가난한 가족은 돈의 노예로 등장한다.

줄거리와 갈등요소가 등장하기에 충분한 조건 이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기본 구성에서 마련되었다.

속이는 가난한 자와 사기당하는 부자, 변수 발생으로 상황과 장면들이 꼬이는 절묘한 조합으로 출중한 감독에 의해 볼거리가 만들어 졌다. 영화에서 보이는 부와 가난의 관계는 단절된 관계이며 적대적이다.

부는 선을 넘지 말라고 가난에게 경고한다. 가난은 어떻게든 죄의식 없이 부자를 이용해 먹는다. 드넓은 잔디 마당이 펼쳐진 화려한 집과 장마에 물이 차는 반지하집이 대비된다. 부자는 반지하 냄새를 내내 혐오한다. 그 표정에서 가난은 모멸감을 심하게 느낀다. 이러한 선명한 대비는 줄곧 줄거리를 지배한다.

그러나 필자의 문제의식은 이야기 전개의 구조를 어째서 단순한 이분법으로만 다뤘는지에 있다. 가난을 무시하는 부자도 있지만 존중하는 부자도 있다. 오직 돈이 목적인 가난뱅이도 있고 백이숙제와 같이 안빈낙도를 추구하는 가난도 있다.

양심적인 부자가 어쩔 수 없이 아랫사람을 무시하게 되는 상황도 나올 수 있다. 찢어지는 가난에도 굴하지 않았던 서민이 살인적인 빚더미에 사기를 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이처럼 좀 더 현실적인 상황을 만들어서 이야기를 전개하였다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관객들이 사회를 바라보는 눈이 더 확장되지 않았을까?

선명한 대립을 통하여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 더 좋을지는 모르겠다. 영화를 통하여 문화를 즐기려는 다양한 관객들의 흥미를 끌려면 복잡한 것보다는 심플하고 단선적인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회적 현상을 흑백으로 구분하고 해석하여 관객에게 동조를 구하는 것이 능사인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할진 모르나 곱씹어 볼 엑기스는 헛헛하다. 이분 법이나 흑백논리는 대립을 부추기며 적대적 프레임을 만드는 경향이 있다. 팬덤 문화에 혹여나 잘못된 신호를 준 것은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영화 ‘기생충’에서 극명하게 드러내려는 우리 사회의 병적인 단면은 고발적이기도 하고 암시적이기도 하다. 이러한 스토리는 반면교 사적인 테마로 우리를 공통분모적 감성으로 엮는다.

그 가운데서 집단지성으로 민주화된 우리 관객들은 긍정성을 취하고 부정적 측면을 버릴 것이다. 그렇게 교류하고 엮어진 정서 들은 사회적 현상을 좀 더 풍부한 시각으로 바라보게 된다.

우리는 영화 ‘기생충’보다는 훨씬 중첩적이고 다각적인 시선으로 인생을 살아가는 이 시대의 주인공들이다. 이분법으로 재단할 수 없는 훨씬 다양한 인생살이의 오묘함이 진실이자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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