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숙 교육학 박사, 특수교육 전공

2020년 새해가 되니 문득 할 수 있다면, 지금까지 살아 온 내 인생을 깨끗이 지워 버리고, ‘새로운 영역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과거에 대한 기억 들을 모두 잊고, 새롭게 살 기회가 생긴다면 어떻게 살고 싶을까? 지금까지 살아 온 방식대로 그저 일상을 살아가기 보다는 새로운 운명으로 남은 시간이라도 살고 싶다는 마음으로 평생 한 우물만 파고 있는 직장도 바꾸고 싶고, 홀로 산 속으로 들어가 살고 싶기도 하고, 가끔은 개명도 해서 지금까지의 ‘나’가 아닌 새로운 ‘나’로 살아보고 싶은 생각도 든다.

과거의 기억들은 가끔 나에게 위로가 되기도 하지만, 한 편으로는 ‘왜 그렇게 살았을까?’ 후회로 다가오기도 한다.

그리고 그렇게 열심히 살아 온 나의 인생을 아무도 알아주지 않으며, 어쩌다 기회가 되어 과거의 공로를 조금이라도 언급하려고 하면 ‘그 것은 너의 일이지! 그래서??... 누가 그렇게 살라고 했어?’ 라는 반응 이다. 이럴 때 느낌은 ‘아! 내 인생은 내 것이었는데... 너무나 많은 시간과 정열을 또 다른 이름 하에 살아왔고, 그리고 착한 사람 콤플렉스에 빠져서 그저 양보하고 다른 사람을 배려한 다고 나의 인생을 돌아보지 못 했구나’ 너무나 많은 시간을 나를 사랑하지 않고 살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대부분 그렇듯이 치열하게 산 과거의 노력들이 차곡차곡 쌓여서 인생의 상향곡선을 꾸준히 그려 준다면 그나마 지금의 나에 대한 감사가 클 수 있겠지만, 지금까지 살아 온 나의 노력들이 어느 순간 바람처럼 사라졌다면, 실패 와 좌절의 아픔을 극복하기 어려울 것이다.

만약 사업이나 직장생활이 더 이상 복구가 어려워져서 우울하다면, 가끔 드라마에서 등장 하는 ‘기억상실’이 되어 하얗게 과거를 잊었으면 좋겠다는 욕구가 생기는 것은 자연스러울 것이다.

설령 실패가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생 Ⅱ’을 새롭게 살고 싶은 욕구가 있을 것이다.

언제부터 ‘인생 Ⅱ’를 계획하고 꿈꾸면서 살아야 할까? ‘인생 Ⅱ를 산다면 나는 어떻게 살고 싶은가’에 대해 깊은 고뇌가 필요할 듯하 다. 지금부터 다시 태어난 기분으로 새롭게 산다면 어떤 기분으로 어떻게 살고 싶을까?

나의 능력, 나의 현재 상황 등을 떠나서 내가 가장 즐거울 때가 언제인지, 무슨 일을 할 때가장 행복한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제로’ 상태에서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상황이나 여건 때문에 생각의 폭이 좁아진다면, 결국은 ‘인생 Ⅱ’가 아니라 현재의 인생 밖에 될 수 없기 때문이다. TV나 매스컴에서 가끔 완전 색다른 분야에 도전하여 성공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게 된다.

최근 가장 성공한 노년 모델로 ‘김칠두’씨가 있다. 그는 베이비붐 세대에 태어난 60대 모델 이다. 20대에 모델을 꿈꿨으나 순대 국밥집을 20년간 운영하며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다가 60 대에 비로소 모텔의 꿈을 이루었다. 또한 인기 유튜버가 되어 세계 각국을 여행 다니는 박막례 할머니는 어느 날 갑자기 치매위험진단을 받고 손녀의 권유로 유튜버 활동을 시작했다.

그녀는 ‘나 등쳐 먹는 인간도 많았지만, 나 도와주는 사람도 참 많았다’는 긍정적 사고로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고, <이대로 죽을 순 없다> 라는 책도 출간하였다.

이런 성공스토리가 아니더라도 어릴 적 예쁜 드레스가 입고 싶었는데, 돈이 없어 입지 못했던 과거 어린 시절이 못내 아쉬워 자신이 돈을번 후, 동화 속에 나오는 것 같은 예쁜 드레스만 입고 다니는 전직 교사 이야기도 화제가 된적이 있다.

인생 Ⅱ를 살기 위해 일단 과거의 나를 버리고 껍데기 없이, 있는 그대로의 자신에서 출발해 보면 좋겠다.

학력, 경제력, 경력, 직업의 선입견을 모두 버리고, 책임감, 의무감도 모두 던져 버리고, 나를 찾는 과정에서 자기 자신을 믿고 오직 하고 싶은 일에 초점을 맞춰서 새로운 삶을 실행해 가면 되지 아닐까? 사무엘 울만의 ‘청춘’이란 ‘시’ 에서 ‘세월은 피부의 주름을 늘리지만 열정을 가진 마음을 시들게 하진 못하지. 근심과 두려움, 자신감을 잃는 것이 우리 기백을 죽이고 마음을 시들게 하네. 

그대가 젊어 있는 한 예순이건 열여섯이건 가슴 속에 는 경이로움을 향한 동경과 아이처럼 왕성한 탐구심과 인생에서 기쁨을 얻고자 하는 열망이 있는 법’이라고 노래했다.

오늘부터 ‘인생 Ⅱ’를 살 수 있다면 나는 무엇을 하며 살고 싶을까? ‘열정’ 그리고 ‘동경’과 ‘탐구심’, ‘열망’이 있다면 우리는 그 어느 것도 의식하지 않은 채, 나의 뜨거운 삶을 다시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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