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고난 얼굴 생김새만큼이나 각계에서 다양한 일들을 하고 있는 안산 사람들 ‘클로즈업’을 통해 새롭게 부각되는 그들을 만나러 떠나보자.<편집자주>

안산문화가꾸기 일등공신

윤종영 안산시립합창단 단무장

“문화는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가꾸는 것입니다”

안산을 문화도시로 탈바꿈하는데 숨은 공로자로 인정받고 있는 윤종영(46) 단무장의 첫 마디다.

윤단무장은 문화의 불모지였던 10여년전 안산시립합창단 창단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궂은 일을 도맡아하며 시립합창단이 국내․외에서 실력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는데 기여한 숨은 일꾼이다.

국내 공연은 물론 해외에서도 큰 활약상을 펼치고 있는 시립합창단은 지난 2002년 미국 미네아폴리스 공연에서 전 세계 합창 지휘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그 당시 22개국의 많은 합창단들 속에서 가장 많은 3번의 기립박수를 받았고 까다롭기로 소문난 국내․외 음악평론가들에게 국위선양이란 호평을 받게 된 뒤에는 윤단무장이 있다.

“반바지에 슬리퍼를 신고 공연을 보러온 관객에게 정중히 양해를 구하며 돌려보냈던 일이 생각납니다. 96년 첫 공연을 할 당시만 해도 안산은 전문적인 음악공간이 없었죠. 관객의 문화의식이 다소 낮은 것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윤단무장은 시립합창단이 9년동안 활동을 해 오면서 안산의 관객수준이 몰라보게 높아졌다고 한다.

경북 울진에서 태어난 그는 약국을 경영하는 아버지 밑에서 유복하게 자랐다.

평화롭고 행복했던 그에게 시련이 찾아왔다. 초등학교 시절 친구형님의 예기치 않은 실수로 눈을 다친 것이다. 감수성이 예민한 사춘기에 찾아온 작은 상처는 그에게 말 못할 고통을 줬고 학교생활 역시 제대로 할 수 없었다. 당시 서울 대성고 체육교사인 형님의 권유로 그는 서울로 전학을 왔고 아픈 기억을 씻으려는 듯 태권도를 하며 운동에 매진했다. 인천체육전문대에 진학하고 사회에 진출했지만 그에게는 운동으로 단련된 몸 하나 뿐이었다.

이런 그에게 결혼은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계기가 됐다. 당시 성남에 사는 친구의 자취방을 방문했다가 현재의 부인인 이은숙씨(42)를 만난 것이다.

3년 연애끝에 결혼에 성공한 윤단무장은 예쁜 딸 미리(21)를 낳고 한 가족의 가장이 됐지만 외로움에 익숙했던 그에게 가족은 낯설음이었고 그로인해 방황도 했다.

“하지만 내 자신이 불우하다고 내 가족의 인생까지 망칠 수는 없었습니다. 무슨 일이든 부딪혀 나가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윤단무장은 그때부터 달라졌다. 신발도매업, 자동차 오일대리점, 체육관 경영 등 안해본 일이 없을 정도로 다양한 업종에서 일했고 우연하게 새마을운동 안산시지회 사무국장으로 근무하면서 가정의 안정도 찾게 됐다.

그는 새마을사업을 펼치면서 탁월한 행정력과 기획으로 많은 성과물을 내었고 행정가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새마을 보조금이 중단되어 경제적 어려움을 겪을 때 안산시에 토지를 무상으로 받아내 새마을회관을 건립하고 회관운영으로 자체적 수익금 2천여만을 확보하는 수완을 발휘한 능력을 인정받아 시립합창단과 인연을 맺게 됐다.

새마을 운동 안산시 지회에 근무하던 시절 당시 공직에 있던 김유선 국장이 그의 기획력과 추진력을 보고 윤단무장을 추천했다고 한다. 그 계기가 현재의 시립합창단의 윤단무장이다.

“처음 단무장의 일을 시작할 때 무시 아닌 무시를 많이 당했습니다. 전공이 음악이 아닌데 얼마나 일을 알겠냐는 식의 홀대를 받았죠”

자기 주관이 뚜렷한 예술계에서 이방인은 설 자리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는 굴하지 않았다. 그동안 쌓아온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합창단의 행정발전을 추구하며 예술에 대한 공부를 열심히 했다. 포괄적인 업무와 일을 하면서도 음향, 조명의 노하우를 차근히 쌓은 그는 이제 무대연출에 자신감을 얻었다.

그의 끊임없는 노력에 냉담했던 단원들도 실력을 인정하게 되고 이제는 단원들과 혼연일체가 돼 합창단을 이끄는 중요한 존재로 성장했다.

윤단무장은 “음악이란 부르는 사람과 듣는 관객이 편안하게 순수한 마음으로 즐기는 것이라 생각하고 시민이 좋아하는 음악회를 만들고 싶다” 면서 “질 높은 공연을 위해 뮤지컬, 오페라 등 다양한 장르를 보여줘야 할 의무감으로 일을 하고 있다” 고 귀띔한다.

“예술문화 발전이 혼자의 힘으로 되는 것이 아닙니다. 예술에 대한 마인드가 정립된 인재도 필요하고 공연을 소화해 낼 장소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문화는 만들어 지는 게 아닙니다. 주어진 환경에서 노력과 희생을 통해 가꾸어 나가는 것입니다”

안산 문화예술을 발전시키기 위해 지역언론의 힘도 중요하다며 넉살 좋은 웃음을 지어 보인다.

그의 환한 미소가 있기에 문화도시 안산의 청사진은 밝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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