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한 석경기테크노파크 전략사업본부장 고려인독립운동기념비건립 국민추진위원회 대외협력위원장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이다. 이 말은 모두 아는 것처럼 E.H.카의 유명한 명제이다. 여기에서 ‘끊임없는 대화’란 단어에 주목하고자 한다. 역사의 재료는 과거와 현재이며 끊임 없는 대화는 역사를 만드는 실천 방식이다.

음식으로 보면 과거와 현재는 재료, 끊임없는 대화는 맛을 내는 방법이다. 같은 재료로도 셰프의 레시피가 다르면 맛이 다르 다. 끊임없는 대화라는 레시피가 다르면 과거와 현재를 버무린 역사는 다양한 상황의 미래를 만들어 낸다. 끊임없는 대화를 통한 해법이나 결론은 미래에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

2019년은 100주년의 해이다. 경술국치 이후 1919년 3.1운동 100주년, 국내의 한성정부와 연해주의 대한국민의회를 비롯한 임시정부 결성과 상해 임시정부 출범 100주년, 의열단 창립 100 주년, 2020년은 연해주 봉오동-청산리 대첩과 연해주 신한촌·간 도참변이 100년째를 맞이하는 해로 독립운동의 중대한 역사가 새겨진 시기이다. 기억하고 의미를 되새기는 기간이기도 하다.

그런 때에 또다시 일본과의 갈등이 불거져 나왔다. 소위 반도 체를 무기로 한 경제제재와 신경전이 지속 중이다. 그 와중에 우리 국민은 슬기롭게 일본에 대응하고 있다. 안 가고 안 쓰는 보이 콧으로 일본을 견제 중이며 경제 의존도를 줄여나가고 있다.

그러나 원천기술과 수입, 수출기업의 일본 영향력 감소는 많은 고통을 수반하는 일이다.

그리고 일본과의 군사정보 보호협정인 지소미아 종료 논란도 외교적 부담이 되었다. 이렇듯 과거의 역사적 사실들은 현재에 영향을 주고 있다. 일본은 과거와 현재와 미래까지 대한민국 역사와 불가분의 관계를 가질 수 밖에 없다.

한편 프랑스를 비롯한 네덜란드 등 유럽 각국의 나치 전범 청산은 매우 철저하였다. 특히 나치에 부역한 지식인층과 공무를 담당한 자들에게는 더욱 엄격하였다. 독일은 뉘른베르크 재판과 전쟁범죄 사죄를 통하여 피해국이 인정할 때까지 속죄를 구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은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다. 특히 그들의 전쟁 범죄와 관련하여 아시아권의 다른 나라들보다 대한민국에 상대 적으로 고개를 더 쳐들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왜 그럴까?

여기서 올해 11월 10일로 100주년을 맞은 의열단을 기억하고자 한다. 대규모로 준비한 1차 작전의 실패, 2차 박재혁의 부산경 찰서 폭파, 3차 최수봉의 밀양경찰서 폭파, 4차 김익상의 조선총 독부 폭파, 6차 김상옥의 종로경찰서 폭파와 신채호의 조선혁명 선언 채택, 그리고 일본 총독, 황태자, 황궁을 노린 7~10차 작전 실패, 11차 나석주의 동양척식회사 폭파를 끝으로 의열단의 육탄 혈전 공격은 막을 내린다. 의열단 활동은 3.1운동 이후 일본이 국내외 독립운동을 탄압하고 만행이 자행되는 가운데 전개되었다.

그리고 모든 독립운동 방법론과 방식들과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 다. 독립투사들이 처참한 고문과 학살 속에 희생되고 밀정이 횡행하는 나라 잃은 민족의 슬픔이란 이루 형용하기 어려운 법이 다. 그 속에서 선각자들은 모든 수단을 독립운동을 위해 강구하기 마련이다.

레닌에게, 장제스에게 독립자금을 지원받고 중국 국공합작에 따라 군사 훈련도 받았다. 국민당과 공산당에도 가입하고 시대 사조였던 민족자결과 사회주의 사상도 흡수하게 된다.

마치 덩샤오핑의 흑묘백묘론과 흡사하다. 민족의 독립을 위해 서라면 누가 어디가 됐든 독립자금과 무기를 주고 독립군을 만들 토대에 도움을 주는 곳과 손을 잡았다. 고양이가 쥐만 잡으면 됐지 흰색이든 검은색이든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이런 상황은 현재에 와서 의열단 단장 약산 김원봉의 독립운동 훈장 서훈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단적으로 월북한 공산주의자한테 독립훈장이 웬 말인가라는 것이다. 참으로 안타깝고 비통한 일이다. 약산의 독립운동은 청사에 길이 남을 혁혁한 공적이다.

일제에 맞서 초반에 우리 민족의 독립의지와 자존감를 세계에 알린 최고의 의거는 안중근 이토 히로부미 저격, 의열단 투쟁, 윤봉길 홍구공원 거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의열단만큼은 약산의 친공산당 활동이란 낙인이 찍혀 일제를 몰아내려는 거룩한 활동이 폄훼되고 있는 실정이다.

해방 이후 일제 부역자에 대한 미청산과 6.25의 발발은 독립운 동사에 왜곡과 바이러스를 심었다. 식민사관과 반공이데올로기는 온전한 독립운동 평가를 방해했다. 해방 이후 친일파의 득세와 독립운동가들의 고난은 우리 현대사의 뼈아픈 지점이다. 색깔론을 등에 업은 친일세력은 또 다시 미군정에 빌붙어 기득권을 형성했다.

프랑스나 독일 기준으로 보면 미완성의 해방인 셈이다.

그래서 민족정기가 바로 서지 못하고 여전히 갈등과 대립은 현재 진행 형이다. 그것도 소모적이며 비생산적인 양상으로 거국적인 안목을 상실한 상황이다. 친일파들이 그들의 안위만을 위해 탄압하고 만행을 저지르고 반공을 이용하여 실속을 챙기는 얄팍한 술수가 통용된 결과이다. 일본 아베정권은 이러한 우리 국내 상황을 잘 파악하고 있기에 현대판 征韓論인 수출규제와 군사 대국 화를 모색한다고 볼 수 있다.

이제 과거에 저지른 실수가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 과거를 교훈 삼아 현재를 개선해가야 한다. 식민사관과 색깔론을 지우고 독립운동의 성과를 국민 개개인의 가슴에 심어져야 한다. 의열 단을 올바로 평가하고 국가적 예우를 하는 것이 克日하는 길이 다.오욕의 역사를 벗어나 떳떳하고 자랑스러운 역사를 바로 세우는 일이다.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에 왜곡과 편견이 없을 때 대한민국의 역사는 더욱 발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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