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근 민생정책연구소 이사장/전 안산시의회 의장

지난 주말에도 광화문 광장에서는 대규모 집회가 개최되었다고 한다. 또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퇴를 주도했던 전국의 대학생들은 새롭게 ‘공정추진위원회’를 결성하고 대학생들의 목소리를 담은 집회를 광화문에서 열 계획이라고 한다.

그들이 그토록 부르짖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사퇴하고, 조 전 장관의 부인인 정경심씨와 관계자들이 구속되는 등 검찰수사가 계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광화문 집회는 줄어들지 않을까? 아마도 정부와 여당이 보여주고 있는 ‘공정함’과 ‘공평함’의 수준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아서 일 것이다.

문재인 정부와 여당은 집권이후 지금까지 자신들이 사회의 모든 적폐행위를 청산하고 무너진 공정함과 공평함을 바로 세우는 소위 정의의 사도로 활동하는 듯 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운 사회를 만드는 데 앞장서는 것처럼 보여왔다.

그러나 조 전 장관의 임명과 사퇴에까지 이르는 과정, 그리고 사퇴 이후 일련의 과정에서 드러난 행태들은 이와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었다. 법무부 장관 인사과정에서 드러난 조국 전 장관과 정경심 교수의 빗나간 자녀사랑에서는 그들이 주장했던 ‘평등한 기회와 공정한 과정’은 찾아볼 수 없었고, 조국 전 장관 구하기로 밖에 보이지 않는 청와대와 여당의 각종 행위들로부터는 ‘정의로운 결과’ 역시 기대하기 어려웠다.

지금의 ‘정치와 행정’은 ‘공정함과 공평함’ 모든 부분에서 신뢰를 잃어 버렸고, 결국 국민들이 직접 나섰다. 금수저, 흙수저로 잘 알려진 ‘수저 계급론’과 ‘삼포세대(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세대를 말하는 신조어)’로부터 시작되어 이제는 ‘N포세대(N가지를 포기한 사람들의 세대를 말하는 신조어)’라는 자조 섞인 단어까지 등장하는 등 자신의 힘만으로 하루를 버티는 것조차 힘든 국민들에게는 ‘제도권 내의 정치와 행정’이 보여준 모습들은 도무지 희망을 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조국 전 장관과 관련되어 지속되어 왔던 양 진영의 집회들을 돌이켜 보면 진영에 따라 외치는 구호는 달랐지만, 그 속에서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하나였다. 우리 사회 곳곳에서 무너져 버린 ‘공정함’과 ‘공평함’을 다시 세워달라는 것이다.

부모가 고위직 공무원이거나 대학교수 등 사회 지도층 인사가 아니더라도 똑같은 선(線)상에서 자신의 능력을 겨루며 경쟁할 수 있는 ‘공정(公正, Equity)함’ 과 재물이 많은 집에서 태어난 금수저가 아니더라도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동일한 규칙(Rule)을 적용받을 수 있는 ‘공평(公平, Equality)함’을 바로 세워 달라는 호소였다.

우리 사회에 ‘공정함’과 ‘공평함’을 바로 세워 달라는 국민들의 뜨거운 외침에 대하여 우리 정치와 행정이 올바른 해답을 내놓아야 한다.

정치는 출발선에서의 공정이 보장될 수 있는 정책을 논의해야 하며, 행정은 경쟁의 규칙이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적용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자신의 진영에 유리한 목소리는 과대평가하고, 반대진영의 목소리는 과소평가해가며 여론을 호도해서도 안 되며, 민생은 무시한 채 자신들에게만 유리한 정책에만 매몰되어서도 안 된다.

부와 권력을 갖은 집단이나 권력과 가까운 집단이 아닌, 땀 흘리며 성실히 오늘 하루를 살아가는 국민 모두가 희망을 가지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기 위한 정책을 만들고, 올바르고 공평하게 집행하는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한다.

불법과 탈법을 통해서는 부와 명예, 권력을 얻을 수 없고, 불법과 탈법행위의 결과물들에 대해서는 엄정한 법집행을 통해 강력한 처벌이 집행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무엇보다 냉정한 경쟁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대다수의 성실한 국민들이 자신의 노력으로 성공할 수 있고, 혹여나 실패하더라도 포기하지 않는다면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줄 수 있는 사회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고민하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이것들이야 말로 ‘정치와 행정’에게 우리 국민들이 간절히 원하는 모습이다.

더욱 살기 좋은 대한민국을 만들어 달라며 광장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우리 국민들에게 ‘정치와 행정’이 어떠한 해답을 보여줄지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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