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한석 경기테크노파크 전략사업본부장

4차산업 혁명을 향한 열망이 화산처럼 폭발하고 있다. 2016년 다보스 포럼에서 촉발한 4차산업혁명의 파고는 세상을 지배하는 중이다. 나라마다 추격하고 선두로 나서기 위해 과학기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1760년대 1차 산업혁명 이후 증기기관부터 전기, 컴퓨터, 인터넷에 이르는 3차 산업혁명까지 인류는 숨가쁘게 달려왔다.

정보통신기술(ICT)의 발달로 이제 빅데이터, 인공지능, 자율주행 등 디지털 지능시대가 도래하였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진정한 4차 산업혁명인지 아직은 3말 4초의 산업혁명인지 논란의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여하튼 과학기술의 발달은 인류 생활의 편리함과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교육과 학습이 수반되면 양질의 일자리가 대폭 증가한다. 일부 사람의 수명도 미래학자의 예측에 따르면 200살, 300살을 넘길 수 있다고 한다. 협동로봇이 인간을 돕고 모든 사물이 원격 조종되며 회사와 공장은 자동으로 분석하고 결과물을 생산한다. 이처럼 편리한 세상을 상상하기만 해도 즐겁다.

그러나 과학기술의 발전이 장밋빛 청사진만 제시하는 것은 아니다. 비근한 예로 일본이 반도체 소재 수출 제한을 무기로 경제 제재를 시도한 것은 과학기술의 사용법에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그들은 경제보복을 통해 정치적 목적을 이루고자 한다. 원천 과학기술을 과거의 침략에 준하는 경제 전쟁처럼 수단화하였다. 그 덕분에 우리는 에칭가스나 불화수소, 포토레지스트같은 전문용어도 알게 되었다. 비로소 소재, 부품과 장비까지 일본 의존도를 줄이고 국산화에 주목하게 되었다.

이런 효과는 경제 체질을 바꾸는 흐름과도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이는 과학기술 응용의 잘못된 점과 별도의 부수적 효과가 이루어지는 사례이기도 하다.

그리고 과학기술의 발명과 연구, 투자에 있어 독점적 지식 획득이 사회적 불평등을 강화할 우려가 있다. 과학기술의 신 개척지에 인간의 소유욕이 작용하면 그 당시 사회의 강자가 독점하는 경향성을 띠게 된다.

예를 들어 빅데이터를 가지고 신기술을 적용한 바이오 신제품은 어떤 계층에게 혜택을 줄 것인가? 당연히 구매력이 있는 상류사회일 가능성이 크다. 아마도 최신 최고의 줄기세포 의약품은 평범한 서민이 접근하기 쉽지 않다.

과학기술의 적용과 혜택이 상층부로 편향되게 흐를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그 발전의 상당 부분은 사회의 상층부가 차지하는 게 현실이다.

MS의 빌게이츠나 애플 스티브 잡스, 구글의 창업자들은 IT분야로 세계적인 갑부가 되었다.

과학기술의 신화를 이룬 이들의 부는 천재성에 기인하였고 한편 사회현상이 뒷받침했기에 가능했다. 과학기술의 지식재산권 보호와 인정제도 등이 그것이다. 때문에 과학기술의 수요자들은 막대한 사용료, 원천기술 로열티를 지급하지 않을 수가 없다. 과학기술 소유자는 영구적인 기회를 배타적으로 확보하게 되었다. 1등만 기억하고 2등 이하는 필요 없는 경우이다.

마치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라는 진화론의 아이디어를 다윈보다 몇 년 늦게 생각한 러셀 윌리스를 우리들이 전혀 모르는 것처럼 말이다.

동시에 과학기술은 군사력과 정보수집 등에 있어 과거 제국주의 시대부터 현재까지 침탈과 속박의 최첨병 수단이 되었다. 과학기술과 제국주의는 서로서로 이끌고 밀어주는 관계였다. 신대륙발견과 식민지 건설은 수학, 화학, 의학, 천문학, 식물학 등의 발전에 기초하고 정치와 경제와 종교라는 이해관계의 소산이다.

지금까지 과학기술이 가진 양면을 간략하게 살펴보았다. 인류의 생활을 획기적으로 변모시켜줄 과학혁명의 긍정성을 과장해서 강조한다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과학은 자신이 발견하고 발전시킨 것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 스스로 결정할 능력이 없다는 점에서 무엇을 보완해야 할지 제시할 필요가 있다.

과학기술의 발전이 가급적 우리 모두의 삶을 윤택하게 하도록 길을 만들면 좋겠다. 그것은 독점을 지양하고 1등만 기억하는 경쟁을 완화하는 데 있다고 믿는다. 그것은 공유와 협동이라는 공유 경제일 수도 있고 지속가능한 세상에 기여하고 이바지하는 사람중심 과학일 수도 있다.

로봇과 자동 설비내지 단순노동을 대체할 솔루션으로 줄어들 일자리를 보완할 대책도 필요하다. 아담스미스가 국부론에서 이윤은 재투자로 이어져 고용인이 늘고 생산성을 높이면 공동체의 부와 번영을 늘리는 기초가 된다고 한 바가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또는 기술의 진보가 노동친화형 내지 협동형 일자리(우버형)를 많이 만들어 양극화에 대비하였으면 한다. 이는 우리 공동체(코뮤니티)를 건강하게 하는 진정한 과학혁명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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