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민 근민생정책연구소 이사장전 안산시의회 의장

국회의원 선거가 6개월도 채 남지 않게 되자 다음 총선 출마를 계획하는 이들의 발걸음이 매우 분주해지고 있다.

현역 국회의원들은 국정감사 등 바쁜 국회일정 와중에도 지역 살피기에 더욱 힘을 쏟기 시작했고, 도전자들 또한 지역 행사장 곳곳을 누비며 얼굴과 이름 알리기에 열심이다.

수도권 등 도시지역일수록 지역행사장으로 향하는 정치 인들의 발걸음은 빨라질 수밖에 없다. 도시지역일수록 지역주민들과 만나고 소통할 수 있는 접점이 적기 때문이다.

지역행사는 자신의 이름을 조금이라도 더 알리고, 지역에서 활동하는 오피니언 리더들과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에 하나의 행사라도 더 많이 참석하기 위해 부지런히 발품을 판다.

지역주민으로서도 나쁘지만은 않다. 평소에는 만나기 힘든 정치인들을 만나고 민심을 전할 수 있는 또 다른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시민의 목소리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그저 자신을 알리는 데에만 급급한 몇몇 정치인들의 잘못된 태도다.

행사에 참석한 주민들과 눈을 맞추고 안부를 전하는 것보다는 테이블을 돌며 기계적인 악수를 건네기 바쁘다. 주민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기 보다는 자신의 소개만 일방적으로 전하고 지나치는 경우가 더 많다. 내빈 인사말을 통해 자신을 알려야겠다는 생각에 주민의 관심사보다는 자신의 업적이나 잘남을 자랑하는 말만 잔뜩 늘어놓는다.

혹시나 행사진행상의 이유로 인사말을 주지 않는다면 마치 무시를 크게 당한 것 마냥 불같이 화를 내며 행사장을 떠나 버리는 것을 보게 된다.

행사참석의 목적이 자신을 알리는 것뿐이기에 표출되는 행동들이다. 지역행사를 가볍게 여기고, 행사에 참석한 주 민들을 우습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다행인 것은 지역주민들의 눈에는 이와 같은 속마음이 보인다는 것이다. 비록 말은 하고 있지 않지만 이 정치인이 지역과 주민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지, 얼마나 많은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지역행사에 참여하고 있는지에 대해 주민들은 정확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고 엄격한 기준 으로 평가하고 있다.

정치인들은 지역주민들에게 겸손하게 다가가야 한다.

자신이 다른 이들보다 잘나거나 능력이 좋아서 정치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절대 안 된다. 이제는 자신보다 못난 주민들도 없을뿐더러, 자신보다 지식이 떨어지는 지역주 민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어느 분야든 약간의 관심만 있다면 인터넷, SNS, 유튜브 등을 통해 무한대에 가까운 정보를 접할 수 있는 요즘, 어쭙잖은 학력이나 경력 등을 내세워 지역주민을 무시하 거나 폄하했다가는 큰 코 다치기 십상이다.

특히 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지역현안과 관련해서는 오히려 주민들이 더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쉽게 볼 수 있다.

이제는 소수의 엘리트 정치인들이 무지몽매한 시민들을 계몽하여 이끌고 가는 시대가 아니다. 정치인들이 전문성을 지닌 시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정확히 수렴하고, 다수가 수긍할 수 있고, 공익적 가치를 높이는 되는 방향으로 조율·설득해가며 함께 나아가는 시대이다.

그렇기에 정치인들은 자신의 생각을 시민들에게 강요하기 보다는 시민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는 일에 더욱 집중 해야 한다. 정치인이 목소리를 강하게 내야할 때가 있다면 시민의 목소리를 대변할 때뿐이다.

‘월스트리트의 살아 있는 전설’이라는 별명을 가진 존 템플턴은 ‘신이 우리에게 두 개의 귀와 한 개의 입을 준 것은 많이 듣고, 조금 말하라는 뜻’이라는 말을 남겼다. 타인의 목소리에는 더욱 귀를 기울이고, 자신의 주장을 내세우는 일은 가능한 삼가라는 의미다.

내년 선거를 계획하는 이들이 있다면 이 말을 반드시 명심하고 행동할 것을 권한다.

시민의 목소리를 겸손하게 경청하고, 자신의 주장을 말하는 것은 되도록 줄이는 대신 시민을 위해 손·발을 바쁘게 움직인다면 반드시 좋은 결과를 얻게 될 것을 장담한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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